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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왜 유럽에 'NO'라고 말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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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왜 유럽에 'NO'라고 말했나?

[해외시각] 유럽의 진정한 평화와 민주주의

다음은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이 난 이후인 지난 6월 25일(현지 시각)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제작자이자 탐사보도 전문기자인 호주의 존 필저가 본인의 웹사이트에 게시한 "왜 영국은 유럽에 'no'라고 말했나"라는 제목의 칼럼에 실린 주요 내용이다.

필저는 이 글에서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는 신자유주의의 부작용에 따른 결과라고 진단했다. 19세기 식민지 시대 때의 제국 논리가 "세계화"된 오늘날의 시기에도 여전히 존재하며, 유럽연합도 이러한 논리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이로 인해 영국 내에서는 중산층과 그렇지 않은 서민층의 격차가 커지고 있고, 이것이 브렉시트 투표 결과에 나타났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보통 사람들이 기성정당들과 기업, 금융, 언론을 지배하는 소수 독재자들에 의해 멸시당하는 것을 거부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 글에서 유럽연합 잔류 운동을 이끌었던 정치인들의 이율배반을 꼬집기도 했다. 조지 오스번 재무장관이 브렉시트가 일어나면 공공서비스 투입 예산을 삭감하겠다고 협박한 일이 대표적이다. 필저에 따르면 '유럽의 이상'을 떠벌리며 잔류를 주장한 그들의 진짜 모습은 귀족계층이며 시대정신을 이끌어간다는 오만에 가득차 있다.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당수 역시 이번 국민투표의 본질을 외면한 채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를 옹호하기에 급급했다고 필저는 비판한다. 잔혹한 긴축정책, 국민의료제도의 피폐화, 결과적으로 난민 문제를 야기한 전쟁에 미국과 함께 참여한 영국 정부의 정책에 좌파의 지도자 코빈이 입을 다물었다는 것이다.

현명한 선택이든 어리석은 선택이든 브렉시트는 이제 현실이다. 필저의 칼럼은 유럽인들의 민생과 안보를 위협하는 진짜 적이 누구인지를 분별하는데 도움을 얻을만하다. (☞원문보기)

▲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지지자들이 지난 24일(현지 시각) 투표 결과가 나온 뒤 영국 국기를 흔들며 기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영국인들의 다수가 유럽연합에서 탈퇴하겠다고 결정한 이번 브렉시트 선거는 민주주의의 원형을 보여주는 행위였다. 수백만의 보통 사람들이 주요 정치 정당들과 기업, 금융, 언론 등을 지배하는 소수 독재자들에 의해 멸시당하는 것을 거부한 결정이었다.

이는 큰 의미에서 보자면 유럽연합 잔류 운동을 벌였던 옹호자들의 거만함에 당혹스럽고 화가 난 사람들의 투표였다. 그리고 이는 사회 전반적으로 영국 시민들을 분할시켰다. 1945년 NHS(National Health Service, 영국 국영 의료제도)라는 역사적인 개혁의 마지막 요새가 보수당과 자신들의 삶을 위해 싸웠던 노동당 지지자들에 의해 전복당했다.

영국의 구체제와 유럽 은행 마피아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 조지 오스번 재무장관은 사람들이 잘못된 방식으로 투표한다면 공공 서비스에 투입될 예산 3000만 달러가 삭감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는 충격적인 규모였다.

이민자(문제)는 인기에 영합한 정치인뿐만 아니라, 커져가는 인종주의와 관련해 존경받을 만한 전통을 가지고 있는 노동당 정치인들에게도 이용당했다. 수백만 명의 난민들이 중동에서 도망치는 이유는 영국, 미국, 프랑스, 유럽연합, 나토의 제국주의적인 침공 때문이다. 이들은 예전에 유고슬라비아를 의도적으로 파괴했고, 팔레스타인이 살던 지역을 강탈했으며 이스라엘을 만들었다. 피스 헬멧(Pith helmets, 더운 국가에서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쓰는 흰색 모자)은 사라졌지만, 피는 결코 마르지 않고 있다.

19세기, 식민지의 유용한 정도에 따라 달라졌던 국가와 사람들에 대한 경멸은 오늘날 "세계화"의 핵심으로 남아있다. 부자를 위한 뒤틀린 사회주의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자본주의가 나왔고 자본을 위한 자유는 있지만 노동을 위한 자유는 없었으며, 신뢰할 수 없는 정치인과 정치화된 관료 등이 나타났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자업자득이 되어 유럽으로 돌아왔는데, 토니 블레어(전 영국 총리, 노동당)와 같은 사람들을 부유하게 만들고 수백만 명의 사람들로부터 권력을 빼앗았으며 이들을 가난하게 만들었다. 6월 23일 영국인들은 더 이상 말로 하지 않았다.

"유럽의 이상"(European ideal)을 선전하는 주요 인사들은 극단적인 보수주의자들이 아니라 런던이 곧 영국이라고 인식하는 귀족적인 계층이다. 이들은 스스로를 리버럴(liberal)하고 현명하며 21세기 시대정신을 일구는 지도자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들의 진짜 모습은 만족할 줄 모르는 소비 취향을 가지고 있으며, 아주 오랫동안 스스로를 우월하게 생각하는 중산층이다. 그들은 유럽연합이 비민주적이며, 사회적 부정의와 신자유주의로 알려진 유해한 극단주의의 원천으로 유럽연합을 바라보는 이들을 비웃었다.

이 극단주의의 목표는 영원한 자본주의자의 '신정(神政)국가'를 세우는 것이다. 이 국가에서는 사회의 3분의 2인 다수가 각자 분리되고 빚을 지게 될 것이며, 기업에 의해 관리를 받는 대상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일을 해도 가난한, 영원한 '워킹 푸어'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오늘날 영국에서는 가난한 아이들의 63%가 가족 중 1명만 일을 하는 가정에서 자라고 있다. 영국 제2의 도시인 맨체스터에는 6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극단적인 가난을 경험했다. 그리고 160만 명의 사람들은 극빈층으로 전락하고 있는 중이다.

미디어, 특히 옥스퍼드 대학과 케임브리지 대학 등 엘리트층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는 BBC와 같은 매체에 의해 통제된 중산층에게는 이러한 사회적인 재앙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묻는 국민투표 운동 기간 중 통찰력이라고는 거의 없는 분석들이 "유럽을 떠나는 것"에 대한 상투적인 집단적 흥분 또는 공포 상태에 침투하도록 허락받았다.

투표가 끝난 후 BBC의 한 라디오 리포터는 그의 오래된 친구인 피터 만델슨에게 "이 사람들은 왜 이렇게 나쁜 선택을 한 것일까?"라고 물었다. 여기서 그가 말한 "이 사람들"은 영국인의 다수다.

피터 만델슨은 전쟁 범죄자인 토니 블레어가 남긴 "유럽연합"의 영웅 중 한 명이다. <가디언>은 한 때 블레어를 "불가사의" 하다면서 탐욕스러운 그의 전쟁 "계획"이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투표 다음날 칼럼니스트 마틴 케틀은 대중에 의한 민주주의 오용에 대해 브레히트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는 "이제 우리는 국민투표가 영국에 나쁘다는 데 확실히 동의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 여기서 "우리"는 불명확하지만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 수 있을 것 같다. (BBC의 한 리포터가 언급한) "이 사람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겠는 것처럼 말이다. 케틀은 "국민투표는 정치 영역에 낮은 적합성을 부여했다"면서 "국민투표의 결정은 무자비한, 냉혹한 것이다.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런데 케틀이 말하는 종류의 냉혹함은 그리스에서 발견된다. 그리스는 국민투표를 했고 그 결과는 무시됐다. 영국의 노동당처럼, 시리자 정부의 지도자는 부유하고 높은 특권을 가진, 교육받은 중산층이자 속임수를 잘 손질하며, 포스트 모더니즘을 정치적으로 배반한 결과물이다. 그리스 사람들은 부패한 유럽연합과 협상에서 "더 나은 조건"을 찾으라고 그들의 정부에게 요구하기 위해 대담하게 국민투표를 사용했다. 유럽연합은 그들의 나라 밖에서 그들의 삶을 망가뜨리고 있었다. 그들은 배신당했고 영국인들도 배신 당할 것이다.

지난 금요일 노동당 당수 제레미 코빈은 BBC에서 유럽연합 잔류 운동의 동지인 데이비드 캐머런 현 총리를 지지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코빈 당수는 역겨울 정도로 지나치게 캐머런 총리의 "존엄"을 칭찬했고, 캐머런 총리가 동성 결혼을 지지한다는 점, 그리고 '피의 일요일' (Bloody Sunday, 1972년 1월 30일 북아일랜드 런던데리 시에서 영국군이 시민권을 주장하는 시위대에게 발포, 14명이 사망한 사건) 때 사망한 희생자들의 가족들에게 사과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하지만 코빈은 캐머런이 (영국 내) 불화를 일으킨 점, 잔혹한 긴축 정책, NHS를 보호한다는 거짓말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또 캐머런 정부가 전쟁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도 상기시키지 않았다 : 영국의 특수 부대가 리비아에 파견됐고 폭탄이 사우디아라비아를 향했고 결국 이것이 세계 3차 대전을 불러올 수 있는데 말이다.

국민투표가 있던 주에 영국 정치인과 언론, 나를 포함한 그 누구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연설을 인지하지 못했고 언급하지도 못했다. 푸틴은 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의 옛 소련 침공 개시 75주년인 지난 22일 소련 승리는 세계 2차대전의 승리였다고 말했다. 소련의 승리는 2700만 명에 육박하는 사람들의 목숨을 대가로 치른 결과였다.

푸틴은 현재 러시아의 서쪽 국경선에 나토의 군대와 전쟁 물자가 광적으로 강화되는 것이 세 번째 바르바로사 작전과 같다고 비유했다. (바르바로사 작전은 지난 1941년 6월 22일 독일 나치군이 소련과 맺은 불가침 조약을 깨고 소련을 침공한 사건이다.) 특히 폴란드에서의 나토 훈련은 나치의 소련 침공 이후 가장 큰 규모로 열린 군사 행동이었다. 이번 훈련 이름은 '아나콘다' 작전인데, 러시아를 공격하는 것을 가정하고 훈련을 했으며, 아마 핵 무기도 있을 것이다.

국민투표 전날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영국이 유럽연합을 나가면 "평화와 안전"이 위험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와 캐머런, 오스본, 코빈, 오바마와 영국 은행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무시했던 수백만 명의 사람들은 아마도 유럽에서 진짜 평화와 민주주의를 위한 타격을 줄 것이다.

(번역= 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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