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결국 유럽연합(EU) 탈퇴를 선택했다. 23일(현지시간) 치러진 '브렉시트' 국민투표 개표가 90% 이상 끝난 가운데 탈퇴가 51.9%로 잔류 48.1%에 3.8%포인트 앞섰다. 투표수로는 2900만 표가 개표된 가운데 탈퇴가 100만 표 가까이 앞서 사실상 탈퇴가 확정적이다.
세계 5위의 경제 대국이자 독일, 프랑스와 함께 EU를 실질적으로 지탱해 온 영국이 43년 만에 EU 탈퇴를 선택함으로써 글로벌 정치 경제 지형에 격변이 예상된다.
EU 회원국은 28개국에서 27개국으로 줄어든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회원국 하나의 감소에 그치지 않는다. 영국의 탈퇴에 따라 오스트리아, 프랑스, 네덜란드, 스웨덴 등으로 '탈퇴 도미노'가 번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브렉시트가 'EU 붕괴'의 신호탄이 될 것이란 전망을 무시할 수 없어졌다.
이제 영국은 리스본 조약에 따라 EU 이사회와 2년 간 탈퇴 협상을 벌이게 된다. 상품·서비스·자본·노동 이동의 자유는 물론 정치·국방·치안·국경 문제 등 EU 제반 규정을 놓고 새로운 관계를 협상해야한다.
그러나 이번 국민 투표 결과가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영국 의회가 국민투표에서 드러난 민심을 바탕으로 EU 탈퇴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이 과정에서 찬반 진영의 2차 갈등이 벌어질 수도 있다.
영국 내부적으로는 스코틀랜드 독립 재추진, 북아일랜드나 웨일스의 독립 움직임 등으로 연쇄반응을 일으킬 수도 있다. 연방 체제가 균열하면 영국은 '리틀 잉글랜드'로 위축된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그는 브렉시트가 결정되더라도 총리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으나 영국사회의 극심한 분열을 야기한 장본인으로서 낙마가 불가피하단 전망이 많다. 후임은 브렉시트 찬성 캠페인을 이끈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영국을 넘어 유럽 사회 전역에서 '탈 EU' 여론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브렉시트 투표의 쟁점인 이민자 문제는 유럽 전역의 현상이기 때문이다. 영국민 다수가 경제적 실익을 따지기보다 이민 억제와 EU로부터 주권 회복을 우선했다는 뜻으로, 'EU 회의주의'가 유럽 전역으로 전염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마린 르펜 대표가 이끄는 프랑스 국민전선 등 유럽 각국의 극우 정당과 정치인들이 포퓰리즘의 일환으로 EU 탈퇴 캠페인을 예고해왔다. 유럽은 기존 정당들을 위협하는 극우 포퓰리즘 정치의 기승이 불가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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