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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방위비분담금 협상, 어디로 가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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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미방위비분담금 협상, 어디로 가고 있나?

[기고]"숫자는 관심 가질게 아니다"는 유명환 장관

1. 전략동맹의 가치와 비전이 먼저다
  
  이명박 행정부가 들어서자 워싱턴과 주한미대사관은 한미간 각종 현안 목록을 작성했다. 미국 측은 이 목록에 한미FTA, 미국산 쇠고기 전면개방 등 통상현안에서부터 방위비분담,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등 군사현안까지를 총망라했다. 이 종합목록을 한국 측에 전달할 것인지를 놓고 여러 입장이 있었지만, 논란 끝에 개별 사안별로 접근하기로 하고 목록 제출은 뒤로 미뤄졌다. 하지만 미국 측의 요구가 멈춘 건 아니다. 신뢰할 만한 외교안보 소식통으로부터 나온 얘기다.
  
  4월 19일 이명박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 간의 한미정상회담이 있었다. 두 정상은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 시장경제의 가치와 신뢰를 기반으로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21세기 전략동맹'을 선언했다. 그런데 의문이다. 전략동맹을 선언한 이상 방위비분담, 전략적 유연성 개념의 확대,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주한미대사관 신축부지 재조정 등의 문제는 동맹이라는 이름 아래 어떠한 이견도 허용되지 말아야 하는가?
  
  결론부터 이야기하자. 이미 한미동맹은 노무현 행정부 시절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인정하고 작전통제권을 환수함으로써 중장기적으로 '지역안보동맹'의 길로 들어섰다. 주한미군은 지역분쟁 시 동북아신속기동군으로서 전력을 투사하게 되고 한반도 내에서는 제한적 역할에 그친다. 용산기지의 평택이전이나 주한미군기지를 재통합하는 LPP 협정은 그 실행절차이다. 그렇다면 방위비분담은? 당연히 변경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분담 비율은 근본적으로 주한미군의 성격변화, 규모, 역할, 책임, 분담체계를 어떻게 가져가느냐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50%까지 증액시켜줘야 하느냐, 주한미군기지 이전비용으로 전용해도 되느냐, 대한민국 국회의 관여와 예산 회계제도의 각종 절차 등을 이토록 무시해도 되느냐 등의 문제 제기는 어떻게 보면 조금 미시적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지난 쇠고기 협상처럼 한미정상회담 일정에 쫓기듯 맞춰야 하느냐, 전략동맹의 증거를 요구하는 미국 측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것만이 한미동맹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냐는 등의 문제 제기도 본질을 놓치고 있다.
  
  모름지기 전략동맹이라면 공통의 목표와 가치와 비전과 각론까지 있어야 한다.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는 점은 너무도 당연하다. 정권 교체에 따라 전략도 교체되어야 한다면 이건 전략동맹이 아니다. 그래서 공통의 가치와 비전을 분명히 하고, 이를 전략동맹의 틀로 짜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각종 한미 외교/안보/통상/문화 의제 등의 각론을 조정해야 한다. 그 점에서 현재의 방위비분담협상은 절차도, 목표도, 내용도 주먹구구식이다. 첫단추부터 잘못 꿰고 있는 것이다.
  
  2. '새로운 포뮬러'는 전혀 없다
  
  방위비분담협정의 주무부처는 지난 6차협상 때부터 국방부에서 '외교에 능한' 외교부로 바뀌었다. 7차 협정 이후 외교통상부는 '새로운 포뮬러'를 만들겠다고 했다.
  
  "(협상 및 집행체제 개선을 위한) 포뮬러를 새로 만들 필요가 있다는 데 대해서는 (한미 양측이) 공감을 하고 지금 실무접촉을 하고 있습니다(송민순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 2007. 2. 22 국회 통외통위)"
  
  같은 날 필자의 관련 질의에 대한 송 장관의 다른 답변이다.
  
  "그래서 사실은 미국하고 방위비분담 협상체결을 새로 하자, 이렇게 해서는 안 되고 우리가 기본적인 요인을 고려하고 거기에 변수만 투입하면 전체적인 액수의 레인지가 나올 수 있도록 그러한 협상을 하자고 미국에 제안을 해 놓았다. 그래서 미국도 진지하게 검토하겠다 이렇게 되어 있고..... "
  
  그동안 무엇을 검토하고 무엇을 새로 만들었으며,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접촉했는가? '현금'보다는 '현물'을 늘리겠다는 협상방침 말고는 아무 것도 없다. 방위비분담 협상 전담대사 신설 이야기도 과거형이다. 얼마 전까지 북미국장이었던 이를 방위비분담협상 대표로 임명한 것 외에는 변한 게 없다.
  
  그저 '대사'라는 이름으로 명함만 바꿨다. 예나 지금이나 외교통상부의 대미외교라인은 '한치의 변함이 없다'는 증거다. 한미 외교안보 관련 현안은 한여름날의 소나기만 피하면 된다. 한미동맹이라는 우산 속으로 들어가면 그때부터 끝이다. 쇠고기건 방위비분담이건 마찬가지다. (방위비 분담방식 협상에 대한 지적은 필자의 2007년 12월 프레시안 기고「새로운 방위비분담 방식 협상 어디까지 왔나」 참조)
  
  3. 방위비분담금의 전용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지난 4월 한미정상회담에서 두 나라 정상은 주한미군 방위비분담 제도 개선에 공동의 인식을 확인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렇다면 이는 우리의 문제의식이 반영된 결과일까? 유명환 외교통상부장관의 지난 5월 한 인터뷰가 답이다. 유 장관은 "숫자는 관심을 가질 게 아니다"면서 "우리 능력이 있으면 어느 정도 (분담)하는 게 맞다"고 했다. 이번 협상의 훈령은 이미 공개돼 있는 셈이다.
  
  모든 것을 반대로 한다지만 그래도 과거의 협상에서 교훈을 얻을 만한 게 있을까? 2007년 2월 당시 국회 통외통위에서는 제7차방위비분담협정을 의결하면서 "(예산 확정 후 동의안 제출하여) 국회의 예산 심의·확정권을 침해하는 문제점을 시정하고 방위비 분담금을 기지이전 비용으로 사용하는 관행을 개선할 것"을 부대의견으로 첨부하였다. 이번만큼은 이 문제가 개선될 수 있을까?
  
  더구나 '국회의 예산 심의권 침해' 문제는 3차 협정(99~01)에서 7차 협정(07~08)까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그때마다 외교통상부는 '개선'을 약속했다. 정부의 예산안은 회계연도 개시 90일 전까지 국회에 제출되어야 한다(헌법 제54조).
  
  '기지이전 비용으로 사용하는 관행을 개선'하라는 국회의 부대의견은 어떻게 반영되고 있나? 필자의 일관된 주장이지만 LPP 협정 당시 한국 정부 발표를 그대로 믿자면 방위비분담금을 미 2사단 이전비용으로 전용하는 것은 불법이다. 왜냐면 2004년 개정된 LPP협정에 따라 미군기지 23곳의 대체시설 건설비용은 미국이 부담하기로 되어 있다.
  
  이는 당시 반기문 외교통상부장관(현 UN 사무총장)을 비롯해 정부가 '원인제공자 부담원칙'에 따라 용산기지 이전비용 약 5조6000억은 한국 부담으로, 2사단 이전비용은 미국 부담으로 합의했다고 분명히 밝혀 왔기 때문이다. 미국이 늘 부족하다며 늘려달라는 방위비분담금이 연간 2~3000억씩 저축되었다가 미국이 부담하기로 한 미군기지 이전비용으로 사용된다면 이는 당장 정부의 홍보와 어긋나는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런데 놀랍운 것은 노무현 행정부의 발표와는 달리 미국은 지속적으로 미2사단 기지건설비용으로 방위비분담금이 사용될 것임을 이야기해왔다는 점이다. 2006년 3월 팰런 미 태평양사령관은 미 하원 세출위원회 보고에서 '한국이 미군기지 이전비용으로 주둔비분담금 16억8000만 달러를 포함해 68억 달러를 부담한다'고 했다. 그보다 한 해 전인 2005년 3월 10일 라포트 주한미군사령관은 미 하원 세출위원회에서 '이전비용 총액 80억 달러 중 미군 부담은 6%(4억8000만 달러)'라고 밝혔다.
  
  2007년 6월 2일 김장수 당시 국방부장관(현 한나라당 의원)의 말이다. "2007-2008년 방위비분담금을 (주한미군) 기지 이전에 사용하는 것은 (이미) 이해하고 있다"
  
  4. 노무현 행정부의 실패를 극복할 수 있을까
  
  협상단은 지금 '전용'의 문제라기보단 '투명성'의 문제로, 문제를 최소화시켜 제기하는데 그치고 있다. 미국은 '몰랐나'는 반응을 보이며, 너무도 당연한 사실을 문제시 삼는 데 대해 되려 불편해 한다. 물론 노무현 행정부는 필자 등의 일관된 문제 제기에 '무시' 혹은 '기망'으로 일관해 왔다. 그렇다면 17대 국회의 정당한 문제 제기까지 있었던 이상 이명박 행정부는 노무현 행정부의 실패를 딛고 새로운 협상 포뮬러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누차 강조하지만 일관성 없는 정부의 '기망'이 '한미갈등'을 초래한다. '국내용 따로, 국외용 따로'는 협상전술이 아니다. 내적 협상과 외적 협상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협상에 대한 비판을 '반미'라는 틀로 덧씌월 것이 아니라, '협상의 지렛대' 혹은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한미 협상에 대한 비판을 '반미'이자 '친북'으로 해석해 버리고 나면 어떠한 합리적인 공론의 장도 만들 수 없다. 쇠고기 문제도 이런 이분법에 스스로 갇혀버리는 바람에 재협상의 길이 봉쇄됐다. 미국과의 재협상을 '반미' 혹은 '미국에 대한 배신'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혹여나 방위비분담금협상도 이런 편집증에 빠져있지는 않나 염려된다.
  
  비판에 대한 '반미 포장'과 여론호도용 '대미외교성과 과장'은 대미협상의 진실을 기망하는 주요한 두 축이다. 늘상 지적해온대로 노무현 행정부에서는 후자가 두드러졌다. 그리고 이명박 행정부에 있어서도 '과장'은 지속된다.
  
  "주한미군 병력을 당초 계획과 달리 더 감축하지 않고 현 수준인 2만 8500명으로 유지하려 하니 (미 정부가 확정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 지난 1월 23일 한·미 안보정책구상(SPI) 회의에서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이 우리 측에 요청했다고 전해진 내용이다. 임기말로 들어선 부시 행정부가 국방 개혁 예산을 의회에서 통과시키기 힘든 현실을 반영한 요구였다.
  
  당시 국방부는 우리 측 부담이 늘어나는 것 때문에 우려를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이 요구사항이 한미정상회담 성과를 설명하면서 우리 측이 먼저 요구했던 일로 뒤바뀐다. 주한미군 추가 감축 백지화 결정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은 "미 국방장관을 만났을 때 먼저 얘기를 꺼냈다"고 설명했다. 주한미군 추가 감축 중단에 포함되는 비용을 누가 떠안아야 할이지 좀 더 명확해진 것이다.
  
  더 이상한 일은 이런 비용을 지불한다 하더라도 그토록 '성과'라고 선전하던 '아파치 헬기 1개 대대의 유지'가 실질적으로 가능한지의 여부도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데 있다. 한미정상회담 이후 6월 3일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 후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은 주한 미군의 아파치 헬기 대대의 아프간, 이라크 배치 방안 의혹에 대해 "캠프 데이비드에서 논의했던 주한미군 병력 수준을 유지하기로 재확인했다"는 답변만을 했을 뿐이다. 답변 내용 상 '병력 수준'을 유지하더라도 주한 미군의 해외 차출은 가능하다.
  
  미국의 '해외주둔기지재배치계획(GPR)'에 대한 우리 측의 대응은 여전히 '국내용'이다. '전략동맹'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에 대한 대응 또한 '국내용'이다. 한미방위비분담금 협상은 지도와 나침반 없이 떠나는 험지 여행이고, 사건과 사고의 뒷수습은 모두 국민이 도맡아야 하는 지경에 처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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