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새누리당은 너무 극우적 이념을 갖고 있다"면서 "그런 이념을 가지고는 앞으로 도저히 안 된다"고 현재 당내 주류인 친박계를 정조준한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지난 19일 부친인 고(故) 김용주 전남방직 회장의 묘소에서 제사를 올린 후, 가족 및 풍수지리 연구자 20여 명과 만난 자리에서 "극우에 가 있는 새누리당 정체성을 중도로 옮겨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중앙일보>가 보도했다.
김 대표는 "지난 두 달 동안 많은 고민을 했다"며 "뜻이 많이 모이면 혁명을 한다는 비상한 각오로 나라의 미래를 위해 경쟁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새누리당은 선거 때마다 '집토끼' 생각만 하고 과거에 함몰되는 등 너무 극우적 이념을 가지고 있다"는 말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또 외교·안보 분야에 대해 "북한 문제도 좀 더 개방적으로 가야 한다"고 하거나, 개헌 논의에 대해 "합리적 국정 운영과 민주주의를 하려면 권력을 나눠야 한다"고 하는 등 현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특히 "때마침 정세균 국회의장을 시작으로 개헌 여론이 확산되고 있으니 나도 그런 방향으로 노력할 생각"이라며 "선진국들의 모임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대통령중심제 국가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멕시코·칠레 등 4개국에 불과하다. 대통령 권력을 축소하고 연정을 할 수 있는 이원집정부제로 가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승자 독식을 가능케 하는 막강한 대통령 권력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고도 했다.
김 전 대표가 이날 했다는 말을 전반적으로 보면, 현재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가 나아가는 방향에 대해 '이대로는 안 된다'며 변화에의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새누리당 내 주류는 친박계이고, 126명의 당 소속 의원 중 70명 이상이 친박으로 분류된다. 4.13 총선 패배 이후 "두 달 동안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 김 대표가 향후 적극적으로 정치 일정에 나설지 주목된다.
다만 김 대표가 "(현재의) 새누리당은 너무 '극우적'"이라고 했다는 말은 '회고적', '불변적'이라는 취지로 말한 것이 잘못 전해진 게 아니냐는 의문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과거 10.4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을 부산 대선 유세 현장에서 낭독하거나, "동성애를 찬성하는 후보가 국회의원 당선이 되면 우리나라 꼴이 어떻게 되겠는가"라고 동성애 혐오 발언을 해 본인 스스로 '극우적'이라는 비난을 들었던 바 있다. 지난해 9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는 "전체 노동자의 10%에 불과한 노조가 기득권을 고수하면서 나머지 90%의 아픔과 슬픔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반(反) 노동조합 선동을 했고, 당시 첨예한 이슈였던 국정 교과서 문제와 관련 "긍정의 역사관이 중요하다. 역사를 통해 미래를 만들어 간다는 의미에서 자학의 역사관, 부정의 역사관은 절대 피해야 한다"는 발언을 해 "일본 극우파의 주장과 하나도 다를 바 없다"(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라는 비판을 듣기도 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