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50일 만에 가까스로 지도부 공백 사태를 벗어난 가운데, 친박계와 비박계의 좌장 격인 김무성·최경환 의원이 각자 정치 행보를 재개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이 쏠린다.
특히 이 두 명은 지난달 24일 정진석 원내대표와 3자 회동을 갖고 당 정상화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이 3자 회동에 대해, 당시 당 일각에서는 '당권-대권에 대해 주고받기식 밀약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3자 회동'에서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진 방안이 당 전국위원회를 통과한 날, 두 사람이 정말로 당권·대권 도전을 시사하는 행보를 한 것. 우연이라기에는 너무 공교롭다는 말이 나올 만하다.
김무성 "청정한 마음으로 다시 시작"…대권 행보?
김무성 전 대표는 2일 충북 단양 구인사에서 열린 불교 행사에 참석해 "마음을 비우고 총선을 치렀는데도 패배했다"며 "맑고 깨끗한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지난달 31일 서울 지역 의원들과 만찬 회동을 가지기도 했었다.
이날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 전 대표는 "모든 일에 임할 때 무심으로 대하라는 가르침을 잘 실천했는데도 총선에서 패하고 말았다"며 "비록 선거에는 졌지만 '일심상청정 처처연화개'(一心常淸淨 處處蓮華開. 마음을 항상 청정히 하면 곳곳마다 연꽃이 핀다)'라는 가르침은 진리인 만큼 계속 따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이어 "대한민국이 여러 가지로 어렵다"며 "저부터 마음에 쌓인 먼지를 조금이나마 털어내고 맑고 깨끗한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 전 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총선 이후 잠행해온 그가 정치 재개의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됐다.
특히 그는 행사 후 <연합> 인터뷰에서 "4.13 총선에서 (나는) 단 한 명의 공천에도 일절 관여한 바 없다"며 "총선 후보 공천 문제에 이래라 저래라 한 마디 얘기한 적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총선 패배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지 않음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대표 측은 부인하고 있지만, 그가 대선을 염두에 두고 예비 캠프 성격의 모임을 꾸렸다거나 여의도에 사무실을 알아보고 있다는 등의 소문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날 <조선일보>는 인터넷판 기사에서 "이르면 다음달 원로, 전문가 등을 규합한 대선 캠프를 발족할 것"이라고까지 보도했다.
최경환, TK지역 의원들과 연달아 식사 회동…전당대회 준비?
비박계의 좌장인 김 전 대표가 정치 재개를 시사한 날, 친박계의 구심점인 최경환 의원(전 경제부총리)은 전날에 이어 대구·경북(TK) 지역 의원들을 잇달아 만났다.
최 의원은 이날 대구 지역 의원 8명 중 개인 일정으로 불참한 김상훈 의원을 뺀 7명과 점심 식사를 같이 했다. 최 의원은 오찬 전 "내가 총선에서 대구 지역 선대위원장을 맡았고, (20대 국회) 임기 개시를 했기 때문에 축하 겸 밥 한 끼 먹자고 만든 자리"라며 "오래 전에 약속한 자리다. 정치적 의미로 해석하지 말아 달라"고 강조했다. 오찬 후에도 그는 "정말 식사만 했다"며 전당대회 얘기 등은 나누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날에는 경북 지역 초선의원 6명과 오찬을 함께 했다. 오찬 참석자들은 "덕담이 오가는 자리였을 뿐, 최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고 전했다고 <뉴시스>가 보도했다.
하지만 4선 의원에, 박근혜 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지낸 최 의원이다. 이같은 식사 자리가 정치적으로 해석되지 않을 리 없다. 게다가 최 의원은 꾸준히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돼 왔다. 친박계 내에서 맏형 역할을 해온 것은 서청원 의원이지만, 서 의원은 국회 최다선인 8선 의원이라는 무게감에, 나이도 고령(73세)이라는 점에서 친박계 당권 주자로는 일찌감치 최 의원이 낙점된 것이라는 관측이 다수였다.
이에 따라 최 의원이 '식사 정치'를 통해 당권 도전 행보를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 의원이 전당대회 출마를 위해 의견을 들어보는 것 같다"는 한 친박계 의원의 말이 이날 신문 지면에 실리기도 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