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국방 백서 <국방 보고서>는 수년 전부터 2020년경에는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침공할 능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에 대한 대만 내외의 분석은 전면전을 가정하거나 대부분 중국군의 전력 증강 내역에 초점을 두고 있다.
다시 말해서, 분석이 너무 공격력에 초점을 두고 있고 방어력은 간과하고 있다. 또 전쟁(warfare)의 다양성과 불확실성을 감안하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전쟁 연구의 결론은 "붙어 봐야 안다"는 것이다.
중국군과 다양한 대만 유사(contingency)
이 연재를 읽어 온 독자들은 이미 대만의 전략적 중요성이나 중국이 대만을 성공적으로 침공하기 위해서는 미사일 전력, 제공권, 제해권, 그리고 상륙 작전 능력이 필요함을 알고 있을 것이다.
특히 강조할 점은 대만은 중국에 관건적 이슈로서 중국군 현대화의 추동 요인(driver)이라는 사실이다. 또 반(反)접근(A2/AD) 전략의 핵심 지역이다. 미 국방부의 <중국 군사력 보고서> 2016년판은 "미국의 개입을 가정한 대만 유사에 대한 준비는 중국의 군현대화 계획에 지속적으로 우선적(prominent) 순위를 점하고 있다"고 적고 있다.
최근 논의의 초점은 중국군의 증강, 특히 보다 세련된 첨단 무기 및 장비의 획득으로 인해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적 옵션이 확대되었다는 것이다. 그 중 한 가지 옵션은 대만해협 및 인근 해역에 대한 공중 및 해양 봉쇄(blockade), 그리고 기뢰 부설을 실시하는 것이다.
1995~96년 대만해협 위기 시에는 중국이 일정 해역에 대한 사전 지정을 통해 선박의 통항을 금지하고 10발의 미사일 시험을 강행했는데, 이제는 동중국해에 대한 방공 식별 구역(ADIZ) 설정, 대만 항구에 대한 선별적 기뢰 부설, 항행 상선의 비자발적 항로 변경 유도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 동 방식의 최대 단점은 대만 외에도 국제적 반향이 클 수 있다는 것이나, 수위 조절에 성공할 경우 미국의 군사적 개입 명분을 축소시킬 수 있다.
다른 방안은 대만의 군사 및 국가 안보 체계에 대한 사이버 및 인적 정보(HUMINT) 공격이다. 대만의 방어 체계 혹은 대만 국민의 교전 의지를 타깃으로 한 이 방식은 평시에도 동원되나 전시에 가까울수록 활동이 크게 증가한다. 그 중 61398부대와 같은 사이버 조직을 사용하는 방법이 있는데, 동 부대의 IP는 주말에는 활동을 쉬는 것으로 인해 '공무원들'로 추정하는 견해가 있다.
이외에 물리적 타격도 가능하다. 이는 대만의 국가 안보 시설에 대한 제한적 공격을 의미하나 테러로 간주될 수 있어 매우 신중할 수밖에 없다. 또 중국의 군 정보와 관련하여 "중국에는 007이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는데, 이는 화려한 액션과 첨단 장비를 동원한 스파이가 아니라 다수의 정보 혹은 비(非)정보 요원의 광범위한 정보 수집 방식을 채택하기 때문이다. 수년 전 대만의 국가 안전 부서의 관계자는 가장 어려운 임무가 대만을 방문하는 대륙 관광객 중에 정보 요원을 색출하는 일이라고 술회한 바 있다.
또 다른 방안은 제한적 상륙 작전이다. 이는 중국의 대만 침공 시나리오 연구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이다. 즉, 전면전의 경우 요구되는 수송 병력은 30만 명 이상인데, 현재 중국군의 수송, 상륙 능력은 5개 사단(6~7만 명) 이내 이기 때문이다. 또 대규모 상륙 작전은 군수 지원, 군종 간 협조('합동작전'), 네트워크 설치 등 고난도의 임무가 수반된다.
대만 본섬의 경우 남쪽의 가오슝(高雄)과 북쪽의 지룽(基隆) 지역에 특수 부대(SOF)를 침투시켜 교란 작전을 펼칠 수 있다. 최근 중국이 획득한 다양한 공기 부양정(LCUA, LCMA)은 이 같은 목적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중국 본토와 근거리에 위치한 섬인 진먼(金門島)이나 마주(馬祖島)는 오랫동안 중국군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데, 군사적 측면만을 고려하면 언제든 중국군의 점령이 가능하다.
대만 신정부의 국방 정책과 우리에 대한 함의
차이잉원 정부의 국방 군사 정책은 자체 방위력 증강, 주요 무기 체계 및 플랫폼의 국내 개발, 국방 연구 개발(R&D) 강화, 국방 예산의 증액 등 다양하다. 현재 대만군은 2019년을 목표로 상비 병력을 30만 명에서 약 17만5000명의 지원군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절감된 비용으로 지원군의 급여가 충당될지도 의문이지만 첨단 무기 체계의 획득을 위해서는 국방 예산의 증액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015년 기준 대만의 국방 예산은 미화 약 100억 달러로서 대만 국내총생산(GDP)의 2%를 상회한다. 이는 대만의 잠수함, 첨단 전투기 등 전력 소요를 감안할 때 상당히 부족한 금액이고, 미국 측도 비공식적으로 3%선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는 대만의 경제 상황이 지속적으로 불황을 겪고 있고, 작년도 경제 성장률은 0.86%, 금년 추정 중에는 0%까지 나오고 있다. 전형적인 '총과 빵' 간의 딜레마이다.
상기한 대만의 신 국방 정책 방안은 우리에게도 필요한 사항이다. 단, 대만과 한국의 안보 상황은 매우 다르다. 가장 근본적으로 대만군은 중국군을 섬멸하는데 목표를 두지 않고, 침공 시 그 비용을 수용할 수 없는 수준으로 올리는 데에 있다. 우리의 경우는 적의 침공을 최대한 억제하고, 억제 실패 시 가장 효율적인 방법, 즉 피해를 최소화하는 수준에서 조기에 전쟁을 종결해야 한다.
특히 한국의 안보는 북한의 상시 위협과 도발에 대비해야 할 뿐만 아니라 중장기적(2025~30년)으로 한반도의 안보 환경 변화를 지속적으로 평가·준비해야 한다. 통일이 되면 우리의 주변국은 모두 강대국들이고 군사 대국이다. 이에 대한 국가 군사 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하겠으나 이를 준비하는 것은 현재 우리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특히, 해군 및 공군의 전력 발전 계획은 최소 10년 앞을 내다보고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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