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에서 다루려는 지상 무기 체계의 도입은 종류나 수량 면에서 상당히 제한적인데 그 이유는 자명하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거의 모든 지상 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고, 무기 수량도 많을 뿐만 아니라 재고가 쌓여 있다. 뿐만 아니라 냉전 종식 이후에는 중국에 대한 지상 위협이 현저히 감소했다.
또 중국의 방산 업체는 개혁 개방 이후 "군수에서 민수로(軍轉民)"라는 구호 하에 군수품이 아닌 민수품의 개발 생산에 주력했고, 기업의 이윤 창출에 더 큰 비중을 두었다. 개략적으로 2000년을 기준으로 중국 방산 업체의 총 생산량 중 군수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이내, 민수품 비중은 80%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 국가의 대외 전략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나라 외교부의 공식 발표를 믿기보다는 특정 무기 체계가 어디에 배치되어 있는지를 살펴보라는 말이 있다. 적어도 후자가 더 신빙성 있는 근거가 된다는 표현일 것이다. 유사한 맥락에서 중국이 러시아로부터 도입한 일부 무기 체계는 이와 같은 사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중국은 1990년대 초 러시아제 T-72 주전차(MBT) 50대, 장갑 차량 70대, 그리고 구형 T-62 주전차를 다량으로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사실 수량은 많은 편이 아니다. 더욱이, 중국군의 예산 및 전략상의 소요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1980년대 중반 이후 국경 지대(즉, 국경 내외)에서의 소규모 단기전에 대비한 '유한국부전쟁(有限局部戰爭)' 전략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에 필요한 전력은 '권두부대(拳頭部隊)'라고 불리는 신속대응군(RRU)이다. 동 부대에 첨단 지상 무기가 배정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S-300/S-400 대공 방어 체계와 그 위력
여기서 논의하는 체계는 지대지(SSM)가 아닌 지대공(SAM) 미사일임을 미리 밝혀 둔다. 지대지 미사일은 1만 킬로미터 이상 날아가는 ICBM(대륙 간 탄도 미사일)도 있으나 대공/방공 미사일인 SAM은 사거리가 제한되어 있고, 공중의 항공기나 미사일을 요격할 목적을 갖고 있다.
중국의 러시아제 지상 무기 도입은 매우 제한적이나 대표적인 예외 사례는 대공 미사일이다. 중국은 1990년대 초 이후 현재까지 러시아의 S-300/S-400 체계를 도입하고 있는데 그 목적은 매우 다양하다. 동 체계는 베이징, 상하이와 같은 주요 도시 및 하이난(海南) 섬의 잠수함 기지를 방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만(타이완)을 포함한 중국의 주변/국경 지역에 배치될 경우 외국 항공기(즉, 정찰기)나 함정의 작전 제한을 야기할 수 있다. 또 다른 주요 목적은 기술 도입을 통한 국내 대공 미사일 체계의 성능 개선이다.
중국이 최초로 러시아 S-300/SA-10(PMU, Grumble)을 도입한 시점은 1993년인데, 당시 100발을 도입했다. 수량적으로 많지 않았기 때문에 실전 배치보다는 연구 개발 목적으로 봐야 하고, 당시 중국의 저고도 대공 미사일인 RF-61A를 보완하는 목적을 갖고 있었다.
또 중국은 1997년 Tor-M1 저/중고도 대공 미사일 발사대 13~15기(9M331 미사일 120발), 그리고 1999년 동 체계 발사대 20기(미사일 수량 미상)의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목적 중 하나는 S-300/SA-10 계열 미사일 전력의 보호인 것으로 판단된다.
이후에도 중국은 동 체계를 지속적으로 도입했는데, 2001년 S-300/SA-10 (PMU-1) 168기/발(발사대와 미사일 포함), 2002년 4개 대대분(330기/발), 그리고 S-300/SA-10 (PMU-2) 8개 대대분(749기/발)의 계약을 체결했다. 문제는 계약 시기와 이전/배치 시기 간의 차이로 인해 수량이 중복 산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를 종합하면, 2006년 당시 중국의 방공/대공 미사일 전력은 S-300/SA-10 994발, 중국 국내형인 HQ(紅旗)-9 24발, HQ-7 60발 이상, 그리고 구형인 HQ-2/SA-2를 500발 이상 보유하고 있었다. 이외에도 동 년 중국이 S-300/SA-10 (PMU-2) 미사일 8개 대대분(약 10억불 상당)을 추가로 계약했다는 보도가 있으나 중복 산정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의 대공/방공 미사일 체계 도입에서 가장 중요하고 주변에 위협이 되는 체계는 S-400/SA-21(Triumf)이다. 동 체계는 작년(2015년) 4월 러시아 측이 계약 체결이 임박했음을 발표했고, 작년 말에 계약이 체결됐다. 내년(2017년)에 인도되는 S-400/SA-21 체계는 러시아의 최초 대외 판매이며, 미사일에 따라 사거리가 무려 400킬로미터이다. 총 4~6개 대대분(약 20억~30억 달러)인데, 일반 포대와는 달리 방공/대공 미사일 대대는 1개 대대가 6기의 발사대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총 24기에서 36기가 도입된다.
동 체계의 미사일은 복잡한 편인데, 사거리가 100킬로미터인 91N6E, 120킬로미터인 9M96E2, 250킬로미터인 48N6이 있다. 가장 사거리가 긴 미사일은 40N6인데 대공 사거리가 400킬로미터이다. 사거리가 400킬로미터라는 것은 동아시아 4개 분쟁 지역(남중국해, 동중국해, 대만해협, 한반도 등) 중에 대만해협과 한반도를 작전 반경 안에 둘 수 있음을 의미한다.
금년도 미 국방부가 의회에 제출한 <중국 군사력 보고서> 2016년판은 중국의 S-400 대공 미사일은 중거리 탄도 미사일(MRBM)의 요격에 적합함을 지적하고 있고, 이외에도 중국의 국내 개발형인 CSA-9 장거리 대공 미사일 체계는 거점 방어용(point defense)으로서 미사일 요격을 목표로 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으나, 이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중국은 다층 대공 방어 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이미 획득한 S-300 계열을 포함한 러시아 방공 체계 도입을 통해 기술지원을 획득했음에 틀림이 없다.
S-400/SA-21의 도입과 한반도의 안보
지난 20여 년간 지속되어 온 중국의 러시아 방공 미사일 체계 도입은 조금씩이나마 그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우선적으로 중국 대륙에 근접한 해역에서의 정찰, 감시 활동은 과거보다 자유롭지 못하게 될 것이다. 특히, 중국이 2013년 11월 동중국해에 선포한 방공 식별 구역(ADIZ) 내에서는 더욱 조심을 할 필요가 있다. 당시 중국은 동 구역 내 모든 외국 항공기(민간 및 군용)와 선박은 중국 당국에 사전 신고해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대만해협의 경우는 반(反)접근 전략과 깊은 연관이 있는데 유사시 대만해협 혹은 인근 해역에 진입하는 모든 항공기나 함정은 중국의 대공 방어 체계의 사정권에 들게 된다. 이는 당연히 우려할 사항이고 이에 대해서는 대만 및 타국에서도 면밀히 연구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우리도 손 놓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다만 이를 공론화하는 연구나 기사는 본 적이 없다. 특히, 사드(THAAD)의 주한 미군 내 배치에 대한 국내 논쟁과 중국의 강한 반발을 고려할 때, 중국의 대공/방공 미사일 체계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율배반적 상황이라고 볼 수 있겠으나, 그것이 '강대국의 논리'이다. 자국의 대공 방어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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