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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창업, 대기업 배만 불리는 이유는?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창업, 청년 일자리 정책 만병통치약 아니다

청년 세대를 둘러싼 흙수저, 금수저 논쟁이 한창이다. 사회 구조의 변화로 더는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살 수 없다는 사실에 사람들이 공감하며 수저 논쟁이 일어났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사람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하면 된다', '아직 살 만한 세상이다'라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접근은 사회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치환해버리면서 문제의 해결을 어렵게 한다.

'부장 인턴'을 아시나요?

통계청이 발표한 청년 실업률은 지난 4월 10.9%였다. 이는 실업자 기준을 변경해 통계를 작성한 199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며, 외환 위기 때보다 높다. 올해는 3개월 연속 10%대를 유지해 청년들이 최악의 고용대란을 겪고 있다.

청년 일자리 해결을 위해 정부는 처음에 대기업에 의존했다. 실업률을 낮출 수 있다면 인턴 형식으로라도 채용을 장려했다. 그 결과 기존에는 정규직 취업자에게 회사 현장 교육(OJT) 과정으로 충분했던 일들이 이젠 인턴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처럼 여겨지고 있다. 이는 사회적으로 청년이 갈 수 있는 좋은 일자리가 점차 줄어들고 대신 3개월 내외 단기 알바가 늘어가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견습생(인턴) 경험이 취업에 도움이 될 것 이라는 것도 기대에 불과했다. '부장 인턴(정규직 채용에 거듭 실패하고 인턴만 전전하는 취업 준비생)'이란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일자리의 질만 떨어지는 폐해가 생겨났다. 인턴 채용은 결국 3개월이 지나면 쉽게 해고될 수 있는 잠재적 실업자만 양산했다. 결국, 정규직을 채용해야 할 자리에 인턴을 활용하고 이어 잠재적인 대량 해고를 묵인해 주는 특혜만 기업들에 베푼 꼴이다.

정부는 그제야 기업에 의존하는 것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는 대학으로 눈을 돌린다. '산업 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 대학' 사업이라 불리는 프라임 사업을 추진했다. 사회와 산업의 수요에 맞게 정원을 조정하겠다며 대학에 2016년부터 3년간 총 6000억 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의 지원을 받는 대학들은 인문·예체능계를 줄이고 이공계를 늘려야 한다. 이 과정에서 무리한 학과 개편으로 대학 교육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상아탑으로서의 대학의 기능은 마비되고 직업 훈련소가 된다는 비난을 받는 실정이다. 대입을 준비하는 수험생들마저 지망학과의 갑작스런 인원 축소 혹은 폐과로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이외에도 정부는 '산학 협력 선도 대학 육성 사업'이라 불리는 LINC 사업(Leaders in Industry-university Cooperation)을 선보였다. 창업 및 구직 관련 교육을 강화하고 창업과 고용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사업을 대학 교육 과정에 포함하는 대학에 지원금을 주는 제도이다. 하지만 이 사업도 열정페이의 온상으로 좋은 일자리 창출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관련 기사 : "연 2천억 쏟아부은 LINC…열정페이 온상 전락")

▲ 2014년 12월 18일 청와대에서 제6차 청년위원회 회의를 연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창업 지원 프로그램의 수혜자는 누구?

일자리 어려움을 창업으로 극복하려는 창업 지원 프로그램 예산도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이다. 정부 기관도 고용노동부, 중소기업청, 문화체육관광부 등으로 확대되어 이제는 웬만한 정부의 부처들이 창업 관련 기금을 하나 이상씩 운영한다.

이러한 창업 지원 프로그램들을 면밀히 살펴보면, 산업화 시대의 기업 성장을 장려하던 정책과 목적이 다르다. 대부분의 창업 교육들에서 출구전략으로 기업 상장보다는 대기업과 인수합병(M&A)을 추천한다. 많은 창업 지원 사업들을 보면 그 영역에서 사업을 벌이는 대기업과 공동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식의 운영을 통해 대기업은 좋은 아이디어를 쉽게 발굴할 수 있다. 약간의 돈을 지원하고 사업이 기틀을 잡아 성공 가능성을 어느 정도 확신할 수 있을 때, 기업을 사들인다. 지분 투자의 형식으로 경영권에 간섭하거나 M&A의 형식으로 아예 통째로 인수한 후 잠시 높은 직책을 주었다가 퇴사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하여 아이템만 취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사업의 리스크를 창업자에게 전가하면서 어느 정도 성장의 가능성이 확인된 아이템만 취하면 되기 때문에, 대기업의 입장에서는 기존에 진행하던 신규 사업을 시작하는 방식보다 더 업그레이드 된 투자와 리스크 상쇄 방식이다. 이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견해가는 과정에서 수반되는 리스크를 개인에게 전가하는 방식인데도, 국가와 사회는 개인의 창업 지원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다.

또한 대부분의 경우, 지원금은 '최대'란 수식어를 붙여 공고되지만 실제는 대부분 공고 금액의 절반 정도만 지원된다. 결국 예상했던 금액의 절반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해야하고, 이마저도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대표자 (때로는 팀원까지) 급여로는 쓸 수 없다. 이는 사업 참여자의 생활비는 어딘가에서 현금을 끌어와 따로 조달해야 함을 의미한다. 창업 아이템과 생계 유지를 위한 알바 사이의 불안한 동거는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라는 예쁜 포장지에 쌓여 현실의 부조리함을 외면하게 하는 희망 고문이 된다. 적게는 6개월에서 많게는 10년 이상을 사업에 전념해 성공할 경우 대부분은 다른 기업에 팔아넘기고, 실패할 경우 개인이 리스크를 떠안게 된다.

흙수저 논쟁이든, 청년 창업의 문제이든 이는 사회 구조 변화로 생겨나는 문제들을 교묘히 개인의 문제로 둔갑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미 철 지난 산업화 시대의 '노력하면 누구에게나 기회가 오던 세상'의 이데올로기도 한 몫 한다. 청년 창업 역시 "네가 해보고 싶은 일을 남의 돈 써가며 할 수 있는 게 어디냐.", "성공만 하면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는 것에 남의 돈 써가면서 하니 좋은 거 아니냐."라는 말로 포장하며 성공의 문턱에 오른 몇몇의 사례로 그들이 만들어 놓은 논리에 정당성을 부여 한다.

청년 일자리를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물론 개인이 일자리를 구하는 데 국가와 사회가 관심을 가지고 지원하는 것은 권장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지금 소상공인의 90%가 3년 안에 문을 닫는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창업 장려가 결코 순수한 의도로만 읽히지 않는다. 우리는 언론을 통해 접하는 몇 개 사례의 성공을 부러워하거나 실패한 사례를 개인의 무능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지양해야 한다.

제조업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넘어가는 사회 구조의 변화로 일자리 현실은 더욱 어려워질 듯하다. 그렇다면 창업의 장밋빛 미래만을 홍보하며 너도 나도 불나방처럼 창업에 뛰어들게 하기 보다는, 실패를 경험하게 될 90%의 사람들이 사회적 낙오자가 되지 않도록 사회 안전망을 함께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현실적으로 대다수의 사람들이 혁신적 사고와 기업가 정신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창업이 청년 일자리 정책의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창업 교육을 활성화시키고, 우선 사업자 등록을 내고 보는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 창업 의지와 역량에 대하여 꼼꼼한 점검을 거쳐 실제 창업에 적합한 사람들에게 지원이 제대로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가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장을 열 수 있고, 또한 청년 일자리의 미래 전략을 함께 개척하는 역할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이세희 내만복 운영위원은 주식회사 '문화공감공존' 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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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는 시민들이 복지국가 만들기에 직접 나서는, '아래로부터의 복지 주체 형성'을 목표로 2012년에 발족한 시민단체입니다. 건강보험 하나로, 사회복지세 도입, 기초연금 강화, 부양의무제 폐지, 지역 복지공동체 형성, 복지국가 촛불 등 여러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칼럼은 열린 시각에서 다양하고 생산적인 복지 논의를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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