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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창업? 공무원·기득권 등쌀에…

[전진한의 알권리] 한국은 혁신을 거부하는 나라?

개인적으로 작년에 가장 보람 있는 일을 꼽으라면 매일 영어공부를 지속한 것이다. 여전히 형편없는 실력이지만, '미드'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표현을 접하다 보면 무한한 보람을 느낀다. 그런데 이렇게 영어공부를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고액영어학원이나 과외가 아니라 팟캐스트에서 등록된 '일빵빵 영어회화' 시리즈를 통해서 지속할 수 있었다. 출퇴근 중 시간에 제약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강의를 주도하고 있는 서장혁 대표는 지난 4년 동안 40~50분짜리 강의를 수백 개 등록했고, 이를 무료로 공개했다. 강의의 성과는 놀라웠다. 매년 누적 5000만 명 이상이 강의를 접하고 있고, 유료로 판매하고 있는 교재는 대형서점에서 매년 베스트셀러를 기록하고 있다. 일빵빵 영어회화 시리즈는 사실상 대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는 영어 교육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포스텍(포항공대)도 강의실 오프노베이션(Openovation·개방을 통한 혁신)의 일환으로 온라인 공개수업 MOOC 운영기관인 코세라와 협약해 올해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2012년 미국 스탠퍼드대 컴퓨터사이언스학과 교수들이 만든 코세라는 114개 기관 839개 강좌를 개설하고 있다.

이렇듯 자신의 재능 및 지식이나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공유해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을 공유경제라고 한다. 공유경제는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대안 경제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에서 책으로도 출간되어 화제가 되었던 잭 안드라카(미국)는 15살 때 장당 3센트의 비용으로 췌장암을 5분 안에 조기 발견할 수 있는 종이센서를 발명했다. 그는 가깝게 지내던 삼촌이 갑자기 췌장암으로 사망한 것에 충격을 받고 췌장암 진단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그는 구글 및 여러 논문을 읽으면서 췌장암 조기 진단 방법을 스스로 고안해 냈다. 존스홉킨스대 연구실에서 여러 박사와 함께 7개월 동안 수많은 실험을 거쳐 진단 센서를 만들게 된 것이다. 잭은 이 작업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일은 '유료학술 논문에 접근 하는 일'이라고 밝혀 학술논문을 무료로 공개하는 운동에 불을 지폈다.

ⓒ연합뉴스

이런 흐름에 발맞춰 논문의 자유로운 공유를 바라는 학자들의 '오픈 액세스' 운동도 활발하다. 한국연구재단도 지난 2012년부터 재단 연구비 지원을 받은 인문사회과학 분야 논문을 중심으로 원문을 공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공유경제는 한국에서는 제도적, 운영적인 측면에서 많은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특히 청년들이 공유경제로 창업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에 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이화여대에 재학 중 이던 변윤지(25) 씨는 여행가방의 남는 공간을 활용하여 해외여행자가 직접 구매하고 배송하는 소셜 직구배송 서비스 회사인 팩맨즈(바로가기 ☞ : 팩맨즈)라는 회사를 창업했다.

변윤지 대표가 팩맨즈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은 아프리카에서 사회적 기업 및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느꼈던 불편함에서 시작되었다. 현지에서 구입할 수 있는 자원이 제한적이어서 해외에서 물건을 구매하고, 배송해야 했다. 하지만 간단한 서류를 보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매우 비싸 해외 출장을 가는 다른 팀원과 여행자들에게 배송을 부탁했다고 한다. 그 결과 24시간 이내에 전 세계에 물건을 배송할 수 있고, 가방의 남는 공간을 활용하다 보니 가격도 저렴하고 맞춤 배송으로 안전하게 배송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서 사업 아이템을 얻은 것이다. 이 아이템은 2014년 '대한민국 창업리그 전국예선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창업은 만만치 않았다. 프랑스에서 위 서비스를 발표했을 때는 프랑스 언론에서 소개되는 등 현지 반응도 매우 좋았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다들 '마약 운반'에 쓰일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을 먼저 한다고 한다.

대부분의 공유경제가 그렇듯 이 서비스도 합법도 아닌 불법도 아닌 '비법'의 영역에 있다. 변 대표는 관세청, 관세법무법인, 유명 로펌 변호사까지, 다양한 곳에 문을 두드리며 사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 공무원들까지도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어 사업을 진행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직 기자였던 박병종 씨가 창업한 콜버스랩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콜버스랩은 오후 10시부터 이튿날 오전 4시까지 스마트폰 앱에 출발지와 도착지를 입력한 승객을 운휴 중인 전세버스와 연결해 귀가를 돕는 서비스다. 지난해 연말부터 강남권에서 무료로 시범운영을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 개인택시조합 등은 노선을 정하지 않는 버스는 위법이라며 강력반발하고 있다.

이렇듯 공유경제시장은 날로 커지고 있지만 제도적 미비, 기존사업자들의 반발 등으로 우리 사회에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박병종 씨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공유경제, 스타트업에 대한 정부와 국회, 사회의 반응을 보면 한국은 혁신을 거부하는 나라"라고 평가했다.

2016년 수많은 전문가가 최고의 불황이 온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그 불황을 극복해줄 공유경제는 시작도 못 해 본 채, 우리 사회 기득권의 반발과 제도적 미비에 좌절하고 있다. 정부 당국의 적극적인 제도개선 및 인식전환이 절실하게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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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한

2002년부터 알권리운동을 해왔습니다. 주로 정보공개법 및 기록물관리법을 제도화 하고 확산하는데 에너지를 쏟았습니다. 힘이 있는 사람이나 단체들은 정보를 감추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햇볕을 비추고 싶은 것이 작은 소망입니다. 최근에는 사회적으로 어려운 컨텐츠를 쉽고 재밌게 바꾸는 일을 하는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상임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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