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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중앙>의 '자가당착적 밀월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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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중앙>의 '자가당착적 밀월관계'

[기자의 눈] 우스꽝스런 권언유착의 미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공개 편지를 통해 반환 의사를 밝힘으로 인해 기록물과 관련한 전현(前現) 권력의 볼썽 사나운 다툼은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노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봉하마을에 자료를 복사해 간 것이 법적, 정치적으로 문제가 없다"면서도 "보수언론의 집중포화기 있긴 했지만 어쨌든 자료를 복사해서 보관한 것에 대해 일반적 관점에서 볼 땐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발언대로 기밀 자료가 포함되어있을 수도 있는 수백 만 건의 자료가 전직 대통령의 사저에 쌓여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비판거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번 사안이 점화되면서 마무리 되는 동안 현 청와대와 보수 언론이 절묘하게 호흡을 맞춰가며 연출한 '작태'는 짚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

<중앙일보>의 자가당착

<중앙일보>는 17일자 지면에서 논설위원 칼럼을 통해 "경제는 위기 상황이고, 외교는 곳곳에서 구멍을 드러내고 있다. 외교는 굽신, 경제는 불신, 남북 관계는 망신이어서 삼신할미도 포기한 '삼신 정부'란 말까지 나왔다.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이다"고 현 정부를 맹비난하며 그 근거로 '봉하마을 괴담'을 들었다.

이 신문은 "제대로 된 참모라면 애초에 국가기록원을 내세워 문제를 해결토록 하고 청와대는 뒤로 빠지는 모양새를 취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청와대 관계자라는 익명에 숨어 계속해서 언론 플레이를 하며 펌프질을 해댔으니 전임 대통령을 흠집 내려는 비열한 정치 공작 아니냐는 의심을 산 것이다"고 지적했다.
▲ ⓒ중앙일보

이 신문의 지적에 100% 동의한다. 하지만 과연 '청와대 관계자'라는 익명의 인사 발언을 인용해 '펌프질'에 앞선 던 것이 누구인가? 이 신문은 지난 7일부터 '청와대 관계자'의 입을 빌어 단독 보도를 이어갔다.

7일 이 신문은 청와대 핵심관계자의 입을 빌어 "청와대가 '봉하마을로 옮겨진 것은 데이터 복사본이 아닌 메인 서버의 하드디스크와 데이터 원본'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노무현 정부 청와대 관계자들이 퇴임 전 청와대 비서동에 있던 청와대 컴퓨터 메인 서버의 하드디스크 전체를 봉하마을로 옮겼고, 대신 새로 들여온 하드디스크엔 극소수 자료들만 옮겨놓고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같은 날 봉하마을에서 추진 중인 '민주주의 2.0'사이트를 언급하며 "친노 주도 '인터넷 권력' 등장 땐 정책 발목 잡는 자료로 쓰일 수도"라는 해설 기사도 보도했다. "봉하마을에 200만건의 국가자료가 복사되었고, 해킹으로 인한 국가기밀 유출이 우려된다"던 6월 12일자 <조선일보> 보도보다 한 발 더 나아간 것.

관련 기사를 줄줄이 써온 이 신문은 16일에도 '청와대 핵심관계자'의 입을 빌어 단독 보도를 이어갔다. "'노무현 청와대'에서 만든 언론인 성향분석 문건을 현 정부가 입수한 것으로 15일 확인됐다"는 것.

'노무현 청와대'에서 언론인 성향분석을 했다면 적잖은 문제다. 하지만 현 청와대 관계자가 컴퓨터를 뒤져 이 같은 문건을 입수했다고 보도한 <중앙일보> 역시 정부 관계자의 입을 빌어 "언론사찰 피하려 서버 들고갔나"라는 해설 기사를 내보냈다.

"청와대 관계자라는 익명에 숨어 계속해서 언론 플레이를 하며 펌프질을 해댔으니 전임 대통령을 흠집 내려는 비열한 정치 공작 아니냐는 의심을 산 것"이라는 17일자 이 신문의 준열한 비판은 누구를 대상으로 한 것일까?

칼럼은 "지금 국면에서 봉하마을 문제가 그토록 화급한 현안이었을까. 그러니 국면 전환용이니, 봉하마을이 준비 중인 시민참여형 토론 사이트인 '민주주의 2.0'이 '제2의 아고라'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한 공작이라느니, 친노(親盧) 세력의 재결집을 막기 위한 포석이라느니, 노무현의 정치 재개를 차단하기 위한 음모라느니…, 별의별 소리가 다 나온 것이다"라는 대목도 있다.

자기네 지면을 통해 '카더라' 식의 의혹을 부풀리고 그걸 준열하게 꾸짖고, 이 정도면 정신분열적 행태라고 비판할 만지 않나?

우스꽝스러운 '이중주'언제가지 갈까?

<중앙일보> <조선일보> <동아일보>에만 줄기차게 등장한 '핵심관계자'가 맞는지 안 맞는지 모르겠지만,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16일 "(노 전 대통령에게) 가능한 범위 내에서 불편함이 없도록 국가기록원 측에서 필요한 편의를 제공하라.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에 어긋남이 없도록 처리하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을 전달했다.

이동관 대변인과 이 사건과 관련해 수차례 등장한 '청와대 핵심관계자'에게는 <중앙일보> 칼럼의 한 구절을 전해주고 싶다.

칼럼은 "제대로 된 참모라면 애초에 국가기록원을 내세워 문제를 해결토록 하고 청와대는 뒤로 빠지는 모양새를 취했을 것이다'면서 "국정은 위기 상황인데 전임자 때리기에 열중하는 청와대를 보면서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했을지 고민해 봤는지도 의문이다"고 질타했다.

나아가 "봉하마을을 압박해 결국 항복을 받아낸 참모는 한 건 했다고 지금 쾌재를 부르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정말 그렇다면 그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숙맥이 틀림없다. 국론을 통합하고, 힘을 모아도 모자랄 판에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짓을 한 셈이니 그게 과연 대통령에게 득이 되었겠느냐 이 말이다. 간계(奸計)만 있지 지혜가 없는 탓이다. 무능함보다 무서운 것이 비겁함이다"라는 대목도 빼놓고 싶지 않다.

물론 청와대 입장에선 '어제까지만 해도 호흡이 잘 맞았는데 갑자기 왜 이러냐'며 섭섭해할런지 모르겠다. 하지만 언론답지 못한 언론, 권력답지 못한 권력이 펼치는 우스꽝스러운 이중주는 그리 오래갈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건 이번 자료유출 논란 뿐 아니라 검찰과 이들 신문의 밀월관계에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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