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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作心) 이후가 중요하다

[김형찬의 동네 한의학] 새로운 나를 만들기

"마음먹은 대로 잘 되지 않지요? 당연히 그렇습니다. 지금 생각하는 대로 몸이 변화하려면 시간이 좀 걸립니다. 일정한 궤도에 올라설 때까지만 제 도움을 받고, 이후에는 스스로 힘으로 변해야 합니다."

진료하다 보면 자기 문제가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고치려고 노력도 하는데 왜 건강은 그대로인가를 묻는 분이 종종 있습니다. 대체로 이런 분은 건강에 관한 관심이나 노력 수준이 평균 이상인데, 입력에 비해 출력이 기대만큼 안 나와 답답해하시죠.

그런데 이런 분을 가만 살펴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먼저 '한번 해보는 분'이 많습니다. 언론이나 의사, 혹은 지인이 좋다고 하니까 반신반의하면서 무작정 시도하고, 알려진 효과가 나는지 살펴봅니다. 시쳇말로 간을 보시지요. 물론 그 방법이 딱 맞거나, 가벼운 증상을 앓았을 경우 실제 이 정도 노력으로 낫기도 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나를 만들어야 한다면 이 정도로는 어렵습니다. 변신해야 하는데 변장하는 수준이니까요. '내 깜냥에는 한다고 한다'거나 '노력해 볼게요'라고 답하는 환자 대부분이 이렇습니다. 남들 수영하는 모습을 보고 발만 물에 담그는 정도로는 수영을 배울 수 없습니다. 요다의 말처럼 '하거나 말거나 둘 중 하나'이지, '해보는 것'은 없습니다. 스스로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물론 이 단계에서 충분한 의심과 검증을 해야 합니다) 일정기간 몰입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원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동력이 부족한 경우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의욕도 있고 열심히도 하는데, 일정한 궤도에 안착하는데 필요한 힘(체력, 기력, 심력)이 부족한 분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병세의 호전 속도가 남보다 더디고, 그 과정에서 환자가 지치기 쉽습니다. '이 방법이 나에게 좋을까?' 싶은 의구심도 들지요. 이럴 때는 주치의와 상의해 생활 방식이나 치료 방법을 재조정하는 게 좋습니다. 우주선이 지구 궤도를 벗어나기 위한 속도를 얻기 위해서는 충분한 출력이 필요한 것처럼, 나를 바꿔 건강을 회복하는 데도 필요한 힘도 있습니다.

끝으로 그냥 하다 마는 경우입니다. 실제 이런 분을 가장 많이 봅니다. 잘 하다가 어느 순간이 되면 그냥 멈추지요. 물어보면 "이만하면 되었다"고 하십니다. 그런데 의사 입장에서는 조금 더 올라와야 한다는 생각이 들죠. 마치 섭씨 90도 정도에서 충분히 뜨겁다고 불을 끄거나, 살얼음이 얼었을 뿐인데 강을 건너는 것과 같습니다.

이런 경우, 본인의 마음이 이미 정해졌다면 지금 수준에서 만족해야 합니다. 이런 분은 시간이 지나면 천천히 예전의 자리로 돌아옵니다. 조금 떨어지는 기미가 보일 때 스스로를 다시 담금질 하는 분도 있으므로, 절반의 성공은 거두었다 할 수 있겠지요.

증상만 잘 콘트롤하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병이 있는가 하면, 과거의 나를 벗고 새로운 모습으로 변해야 치유되는 병도 많습니다. 후자의 경우, 마음을 다잡고 노력을 시작하는 것은 황무지에 농사 짓기와 같습니다. 잡초와 같은 과거의 나쁜 습관을 지워야 하고, 척박한 몸과 마음에 필요한 영양을 공급해야 합니다. 그런 후, 몸과 마음에 좋은 결을 내고 좋은 습관이라는 씨앗을 뿌리고, 그것을 잘 가꾸어 나가야 합니다.

이 모든 과정이 잘 되어도 첫해는 수확이 얼마 안 될 수 있지요. 그렇다고 여기서 멈춘다면 예전의 황무지로 다시 돌아갈 것입니다. 한 해 농사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 나은 방식으로 농사를 지으면, 어느새 황무지는 옥토로 변할 것입니다.

새로운 나를 만드는 건 생각만큼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습니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고 하죠? 많은 자기 계발서는 마음만 바꿔 먹으면 모든 게 잘 될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생각의 변화는 단순히 씨앗일 뿐이지요. 이 씨앗이 뿌리내리고, 줄기를 올리고, 꽃과 잎을 내고,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시간과 현실에 맞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병을 치유하고 건강을 회복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마음을 먹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것뿐이라면 변화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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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찬

생각과 삶이 바뀌면 건강도 변화한다는 신념으로 진료실을 찾아온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텃밭 속에 숨은 약초>, <내 몸과 친해지는 생활 한의학>, <50 60 70 한의학> 등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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