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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열심히 살지 말자!

[김형찬의 동네 한의학] 여력(餘力)이 있는 삶

"그날따라 유난히 몸도 가볍고 운동도 잘되더라고요. 그만할까 하다가 한 10분쯤 더했나? 다음 날부터 무릎이 시큰거리더니 영 낫질 않네요."

"기분 좋고 술맛도 좋아서 평소 주량보다 반병쯤 더 마셨는데, 나이가 들어서인지 숙취가 빨리 가시질 않네요."

상담하다 보면 '조금만 더' 때문에 탈 난 분이 꽤 있습니다. 한 잔만 더! 한 숟가락만 더! 하다가 속에 탈이 나고, 한 게임만 더! 하다가 관절에 무리가 오지요. 그런데 이런 증상이 있는 환자 대부분은 평소에 운동도 잘하고, 밥도 잘 먹고, 술도 잘 마시는 분입니다. 마음은 호기롭지만, 몸은 이미 물이 가득 찬 컵과 같아서 한 방울의 물에도 견디지 못하고 넘쳐버린 것이지요.

"조금 부족하다 싶을 때 멈추셔야 해요. 내가 가진 역량의 100%를 다 쓰거나, 그 이상을 끌어다 쓰면 피로가 쌓이고 몸의 원기를 상하게 돼요. 잠깐 살다 가면 괜찮은데, 전보다 수명이 길어졌잖아요. 그러니 건강하게 오래 즐기고 싶으시면 80% 정도, 조금 더 하면 좋겠다 싶을 때 멈추시는 게 좋아요."

이렇게 말씀드리면 "무슨 말인 줄은 알겠는데 그럼 재미가 없지" 하십니다. 그럼 저는 "물론 선택이긴 해요. 하지만 자꾸 선을 넘으시면 더 자주 병원 신세를 지셔야 할 거예요"라고 답하지요. 그럼 또 다른 이야기를 하시고, 거기에 또 답하고…. 인생을 맘껏 즐기고 싶은데 건강 때문에 발목을 잡히곤 하는 환자와의 대화는 핑퐁 같아서 좀처럼 쉽게 끝나지 않습니다.

진료실을 찾아오신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과유불급'이란 말이 자주 떠오릅니다. 최선을 다해서 사는 것이 바르고 좋다는 교육을 받은 영향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드는데, 매사에 너무 열심히 해서 탈이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도한 운동 때문에 생기는 문제가 가장 흔하지만 이 외에도 뭐랄까, '자신이 가진 에너지를 남김없이 쓰면서 살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드는 분을 자주 보게 됩니다. 이런 분은 대체로 자기 삶에 관한 자부심이 강하고, 말을 전해도 잘 받아들이지 않으십니다. 조언을 흡수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리고, 변화하기까지는 더 오랜 기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삶의 패턴을 지속하면, 조금씩이지만 몸과 마음이 처리하지 못한 잔여분이 쌓이게 됩니다. 처음에는 느껴지지도 않고 문제도 되지 않지만, 일정 정도 쌓이면 서서히 수면 위로 올라와 뭐라 말하기 힘들 정도로 사소한 문제를 일으킵니다. 더 쌓이면 우리가 병이라고 부르는 현상이 발생하지요. 물론 살아가면서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 부어 총력전을 펼쳐야 하는 때가 올 수 있지요. 하지만 삶이 늘 전쟁 같고 100미터 달리기 같다면, 버틸 수 없는 순간이 오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간혹 "고생고생해서 이제 좀 살 만해졌는데 덜컥 중병에 걸렸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를 듣곤 하는데, 저는 아마 그런 분들의 삶에는 자신의 한계치를 벗어난 순간이 자주 있었을 거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환자들에게 "매사 조금 부족한 듯, 조금 느슨하게 하시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더 자주 하는 편입니다(젊은 친구들은 잘 버티기도 하고 회복도 빠르니까요). 먹고 마시고 운동하는 것뿐만 아니라, 생활 전반을 너무 꽉 짜인 상태로 열심히 살지 마시고 공간을 남겨 자신을 추스르시라고 말씀드리지요. 그 정도가 되어야 몸과 마음에 무리가 가지 않고, 남아 있는 힘이 있어야 변화에 대처하거나 다음을 준비할 수 있다고요. 그리고 완전히 방전한 시기가 있었다면, 그에 상응하는 완전한 이완과 휴식의 시간을 가지시라고 권합니다. 때때로 몸의 사인들이 중증을 예고하는 분에게는 지금 멈추지 않으면 조만간 대가를 치르게 될 거라는 약간의 협박도 합니다. 치열하게 사는 분일수록 이 정도 해야 잠시 경각심을 가지니까요.

진료하다 보면 '생명에는 특정한 포인트가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그 지점을 지나기 전에는 치료하고 노력하면 몸이 반응을 잘하지만, 일단 지나치면 몇 배의 노력을 해도 본래 상태를 복원하기 어렵습니다. 마지막까지 다 꺼내 쓰지 않고 여력을 남기는 건 몸과 마음의 복원력을 보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이런 태도가 선순환해, 좋은 건강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 일단 시작하면 끝장을 보고 싶고, 만화 <허리케인 죠(원제 내일의 죠>의 주인공처럼 ‘모든 것을 다 태우고 장렬하게 산화하리라’는 삶의 목표를 가진 사람도 있을 겁니다. 이 또한 삶을 대하는 하나의 방식이지요. 하지만 가능한 중병에 걸리지 않고 주어진 인생을 잘 즐기고 싶다면, 매사 약간 부족한 듯 생활하며 서푼의 힘을 남기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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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찬

생각과 삶이 바뀌면 건강도 변화한다는 신념으로 진료실을 찾아온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텃밭 속에 숨은 약초>, <내 몸과 친해지는 생활 한의학>, <50 60 70 한의학> 등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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