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시어(市魚)이자 국민생선 고등어가 요즘 수난을 겪고 있다. 이유는 고등어구이를 할 때 미세먼지가 많이 나온다는 난데없는 환경부의 ‘고등어 미세먼지론’ 발표 때문.
지난달 23일 환경부는 실내 미세먼지를 조사한 결과 집에서 문과 창문을 닫고 주방에서 고등어를 구우면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2290㎍/㎥까지 치솟아 초미세먼지 주의보 기준(매우 나쁨)인 90㎍/㎥의 25배를 훌쩍 뛰어넘는 미세먼지가 나온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측정 자료는 미세먼지 농도가 주방의 면적, 조리시간, 조리의 정도, 조리량, 사용연료 등 많은 변수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고등어구이에 의한 초미세먼지 농도 2400㎍/㎥은 환기가 안 되는 밀폐된 실험주택 2곳의 주방에서 조사한 결과다. 또 ‘주의보’ 기준을 초과해 나온 미세먼지 등 오염물질은 가스레인지 등 요리기구와 상관없이 기름 같은 요리 재료의 연소과정에서 대부분 발생한다.
그런데 이런 부분이 간과되면서 갑자기 고등어가 그 대표로 찍혀 억울하게 애물단지로 굴러 떨어진 것.
우리 사회에는 ‘사바사바’라는 부끄러운 말이 있다. 조선시대에 한 일본인이 나무통에 고등어 두 마리를 담아 관청에 일을 부탁하러 가던 중 어떤 사람이 그게 뭐냐고 묻자 "사바를 갖고 관청에 간다"고 대답했다. 고등어는 일본어로 '사바'라고 불린다. 일본에서 귀한 생선 고등어를 뇌물로 제공하면 청탁을 잘 들어줬던 것일까. 이후 ‘사바사바 한다’는 뜻은 떳떳하지 못하게 뒷거래로 일을 처리하는 걸 가리키는 말이 됐다.
고등어는 ‘바다의 보리’로 불린다. 고등어에는 DHA나 셀레늄은 물론 단백질과 비타민, 철분 등이 풍부해 뇌 기능을 높이고 스트레스를 이겨내는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불포화지방산이 어류 중 가장 많이 들어 있어 고혈압이나 심장질환, 콜레스테롤 저하에도 효과가 높다. 최근에는 혈소판 응고를 억제하고 치매 예방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것도 밝혀졌다. 물론, '국민생선'답게 가격도 저렴하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환경부의 고등어구이 지목도 공교롭게 지난달 25일 고등어 잡이 배인 대형선망 어선들이 휴어기를 끝내고 출항하던 때에 딱 맞춰 나왔다.
섣부른 정부의 '미세먼지 주범' 발표 이후 도매가·발주량 하락 등 느닷없이 지역 수산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당장 고등어 값이 폭락하고 생선구이 전문 식당에도 찬바람이 일고 있다. 지역 수산 업계에서는 현실과 동떨어진 실험 결과를 발표한 환경부에 수차례 항의 방문하는 등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어민들의 생존권에 대한 일체의 고려도 없이 자기 면피용 발표를 한 것”이라는 지역 수산업계의 볼멘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가뜩이나 가정 내 수산물 소비가 줄고 있는 판국에 하고많은 구이, 하고많은 생선 중에서 부산 대표 어종인 '고등어구이'가 타깃이 되면서 어민들의 성토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 인터넷에는 마치 '고등어' 자체가 문제인 양, 고등어에 거부감을 갖는 내용의 글도 많아 어민들의 시름은 점차 깊어가고 있다.
물론, 환경부의 이런 친절한 발표는 고등어를 타깃으로 삼으려고 했던 것이 아니었고, 국민들에게 환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려던 것이었다고 믿고 싶다.
길 가던 한 꼬마가 무심코 도랑에다 돌을 찼는데 곧바로 고랑으로 돌진한 그 돌에 개구리나 올챙이가 맞으면 중상 아니면 사망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 안의 다양한 미세먼지 유발자를 제쳐 놓고 왜 느닷없이 고등어구이인가. 국민들은 "숨 좀 제대로 쉬고 살자"고 하소연을 하는데 환경부의 섣부른 이번 발표는 아무 데나 대놓고 돌을 던져 대고 있는 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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