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이 추진 중인 감만8부두내 생화학무기 실험실 설치를 놓고 지역 시민사회가 대책위를 구성하는 등 본격적인 공동 대응에 나섰다.
미군은 북한 등과의 생화학전에 대비한 주한미군의 방어체계 구축 연구과제로 부산 남구에 있는 미군 전용 부두인 감만8부두 내에 생화학 실험 계획 '주피터(JUPITR) 프로젝트'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주한미군 합동정보포털 및 위협인식 통합(Joint USFK Portal and Integrated Threat Recognition)'의 머리글자를 딴 미국의 생화학전 방어체계 구축 프로그램이다. 미 국방부와 공동으로 미 육군 소속 '에지우드 생화학센터'가 이 프로젝트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주한미군은 8부두 안에서 주피터 프로젝트를 2018년까지 시범 운용할 예정이다.
문제의 핵심은 이 실험에 사용할 탄저균 샘플 등 세균이나 바이러스 시료의 반입 여부다. 탄저균은 생화학 테러에서 흔히 쓰이는 대표적인 병원균으로 피부 접촉은 물론 호흡기를 통해서도 감염돼 탄저병을 유발할 수 있다. 일단 노출되면 치사율이 95%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동량이 많은 부산항 감만부두 인근에서 생화학 실험이 벌어질 경우 항구도시 부산의 특성상 전염성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국내 전 지역은 물론 해외까지 급속히 번질 우려가 높다.
부산에 이러한 주피터 프로젝트 도입 계획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산시민사회는 지난달 19일 긴급 연석회의를 열고 공식 대응을 논의해왔다.
그 결과 이날 ‘주한미군 생화학무기 실험실 부산 설치를 반대하는 시민대책위원회(준)' 발족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행동에 돌입했다.
6·15부산본부, 부산여성단체연합, 부산경실련,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민주노총 부산본부, 녹색당 부산시당, 부산학부모연대, 부산경남인의협, 교육희망네트워크, 부산풀뿌리네트워크 등 이날까지 대책위에 결합한 단체만 7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이날 이훈전 부산경실련 사무처장이 낭독한 항의서한 전문이다.
주한미군에 엄중히 경고한다.
“부산 8부두에 '주피터 프로젝트' 도입은 결코 안 된다”
부산시민은 분노하고 있다.
지난 5월 16일 주한미군이 '주피터 프로젝트'를 부산 8부두에 도입하려는 계획이 사실임을 시인했다. 심지어 2015년 11월에 결정하고 인력 모집 공고까지 내고도 대한민국 정부와 부산 시민에게 동의는커녕 알리지도 않았다는 것이 드러났다. '주피터 프로젝트'가 어떤 프로그램인가? 작년 탄저균 사태로 그동안 한국에서 주한미군이 생화학실험을 해왔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대한민국 국민에게 충격과 공포를 주었던 사건의 배경이 바로 '주피터 프로젝트'이다.
그 실체가 제대로 밝혀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부산 8부두에 '군사항구로서의 전략적 중요성과 인구 밀집 지역의 근접성'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주피터 프로젝트'를 도입하고 생화학무기 실험실을 설치하겠다고 하는데 어느 부산 시민이 찬성을 하겠는가? 미국 본토에서조차 사막 한 가운데에 설치해 놓고 진행하는 생화학무기 실험을 350만 시민이 살고 있는 이 곳 부산에서 하겠다는 결정이 부산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고려한 것이라고 우리는 결코 생각할 수 없다.
‘주한미군 생화학무기실험실 부산 설치를 반대하는 부산시민대책위(준)’는 부산 시민을 대표해 요구한다. 부산 8부두에 '주피터 프로젝트'를 도입하려는 계획을 당장 철회하라. 만약 계획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부산 시민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히게 되리라는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 부산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부산시민대책위(준)’는 부산 시민과 함께 생화학무기 실험실 설치 계획이 철회될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다.
2016년 6월 2일
주한미군 생화학무기실험실 부산 설치를 반대하는 부산시민대책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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