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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여성 각목 폭행' 전말은?

정신질환과 생계급여 탈락으로 '분노'…약자인 여성만 폭행

불특정 여성 행인을 상대로 흉기를 휘두르는 여성 불안 범죄가 계속되고 있다.

부산동래경찰서는 도심 대로변에서 여성 2명을 각목으로 마구 폭행한 김모(52) 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다.

김 씨는 지난 25일 오후 5시 11분쯤 부산 동래구 명륜동 모 증권사 앞 노상에서 갑자기 가로수 지지대인 각목을 뽑아 지나가던 행인 2명에게 휘둘러 다치게 한 혐의다.

▲ 지난 25일 오후 5시 11분쯤 부산 동래구 명륜동 모 증권사 앞 노상에서 김모(52)씨가 갑자기 가로수 지지대인 각목을 뽑아 지나가던 70대 할머니에게 휘둘러 부상을 입혔다.ⓒ부산경찰청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이날 화단보호대를 뽑아 길을 지나던 A(78․여) 씨의 머리를 내리치고 A 씨가 쓰러진 뒤에도 수차례 더 폭행을 한 후, 약 20미터 가량을 걸어가다 다른 행인 B(22,여)씨를 상대로 재차 둔기를 휘둘러 폭행을 했다.

김 씨는 범행 후 주변을 지나던 시민 4명에 의해 제압돼 출동한 경찰에 인계됐으며 피해자 2명은 각각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당시 김 씨를 제압했던 시민 대부분은 "김 씨가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등 정상인처럼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씨에게 각목으로 폭행당한 두 여성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다행히 생명에 지장은 없는 상태다.

A 씨는 눈밑뼈과 어깨뼈, 갈비뼈 등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고 B 씨 역시 머리가 찢어지고 타박상을 입었다.

김 씨는 인도와 건널목에서 만난 남성은 폭행하지 않고 유독 여성만 골라 각목을 휘두른 뒤 고함을 지르며 흥분했다.

경찰조사 결과 김 씨는 정신장애 3급으로 2003년부터 2011년까지 경남의 모 정신병원에서 4년(총 1489일)가량 입·퇴원을 반복하며 치료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씨의 병명은 정신분열증으로, 서울 강남역 인근 주점 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김모(34) 씨와 똑같았다.

체포된 이후 줄곧 입을 다물었던 김 씨는 "행인들이 모두 망상에 젖어 있어서 폭행했다"며 "지난해 4월부터 생계지원비가 한 푼도 지원되지 않아 돈이 없어서 그랬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김 씨가 평소 앓고 있던 정신병과 생활고에 대한 분노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씨는 2000년 6월 정신장애 3급 판정을 받고 기초생활수급자가 돼 구청으로부터 매월 생계급여 40여만원, 주거급여 11만원 등 50여만원을 지원을 받아왔다.

그러다가 2012년 9월쯤 김 씨는 병원 진단서 등 관련 서류를 내지 않아 정신장애 판정 갱신을 하지 못해 이렇다 할 치료도 받지 못했다.

당시 구청은 일을 하면 조건부 수급자로 기존 생계급여 등을 모두 받을 수 있다고 했지만 김 씨는 이마저도 거부했다.

결국 김씨는 지난해 7월부터 조건부 수급자를 거부하고 정신장애 판정도 받지 못해 7월부터 생계급여 전액(40여만원)이 깎여 주거급여 11만 원가량만 받아 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때부터 김 씨가 생활비가 없어 생필품을 훔치거나 생계급여 탈락에 대한 불만을 외부로 표출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김 씨는 상해사건 2건, 폭행 1건, 재물손괴 1건 등으로 경찰에 입건됐다.

이달 21일에는 주차된 차량 유리와 백미러를 부수고, 23일 동네 슈퍼에서 바나나, 빵, 사과 등 생필품을 훔쳐 경찰에 잇따라 붙잡혔다.

당시 김씨는 "기초생활수급에서 탈락해 배가 고파서 바나나를 훔쳤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2012년 정신장애 재판정을 받지 못한 김 씨는 구청의 주요 관심 대상이었지만 실질적인 상담과 문제 해결은 이뤄지지 못했다.

구청 복지담당 직원이 정신보건센터와 함께 수차례 찾아와도 김 씨가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고 한다.

보증금 200만 원에 월세 16만 원의 셋방에서 홀로 살아온 김 씨는 형과 여동생 등 가족이 있었지만 사실상 연락을 끊고 살아왔다.

이런 이유로 김 씨가 평소 앓고 있던 정신병과 생계급여 탈락으로 인한 생활고에 대한 분노를 자신보다 약한 여성에게 각목 폭행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분풀이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가족 없이 홀로 살아온 김 씨는 그동안 구청에 대해서는 별다른 불만을 나타내지 않았고 홀로 집에서 고함을 지르는 등 난동을 부려 경찰에 여러 번 신고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찰은 27일 특수상해 혐의로 김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검찰과 치료 감호를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각종 보호 및 지원방안을 검토하고, 각목을 휘두르는 김 씨를 제압한 시민 4명에게는 표창장과 포상금을 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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