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초심을 지키지 못했다"며 "고인과 유가족, 시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구의역 사고 관련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러면서 다시금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시민의 생명, 안전과 직결된 업무, 위험한 업무의 외주화에 대해서는 직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7일 서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140만 원 월급 중 100만 원을 저축하며 기관사의 꿈을 꾸던 청년의 꿈을 지켜주지 못했다"며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박 시장은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지 못한 사고였기에 더 황망했다"며 "지난해 강남역 사고 후 2인 1조 매뉴얼을 만들고, 자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그러나 2인 1조 근무 매뉴얼은 시간 제한과 그에 따른 패널티 부과, 노동 인력의 부족함이라는 현장의 문제를 도외시한 '탁상공론'이었다"며 "결국, 책상머리 대책은 열아홉 청년이 홀로 위험을 감내하게 했다"고 자책했다.
박 시장은 "이번 사고로 드러난 현실은 위험이 누구에게나 같은 무게가 아니었다"며 "위험조차도 사회적 조건에 따라 불평등하고, 불공정했다"고 지적했다.
박 시장은 "매번 발생하는 인명 사고 앞에서 시장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 느끼는 무력감으로 부끄러웠다"며 "이번 구의역 사고는 막을 수 있었다는 자책감으로 더 힘들었다"고 이번 사고 이후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박 시장은 "이번 사고는 서울시가 맞서 싸워야 할 '특권'과 '관행'이 어디이고, 누구인지를 분명히 해주었다"며 "비단 메트로만이 아니라 서울시의 여러 산하 기관들 그리고 서울시의 문제이기도 하다. 시민 안전을 중심에 두고 중요성, 시급성을 따져서 비상한 각오로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책임 드러나는 사람, 책임 묻겠다"
박 시장은 이번 사태 관련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게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구의역 사고 수습을 위해 긴급 대책회의를 가진 서울메트로는 회의 직후 팀장급 이상 180여 명의 사표를 받았다. 이후 구의역 사고의 책임을 물어 서울메트로가 임원 2명의 사표를 수리하고, 책임자 5명을 직위 해제했다.
박 시장은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앞으로도 책임이 드러나는 사람에 대해서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감사위원회에서 감사가 현재 진행 중이다.
박 시장은 이와 더불어 시민과 전문가가 폭넓게 참여하는 민관 합동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 시민적 관점에서 사고 경위 및 원인을 철저히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위원회는 시민 대표 5명, 노동‧청년‧지하철, 안전 등 각계 전문가 5명, 독립 합의제 기관인 서울시 감사위원회 감사위원, 서울시의회 의원 등을 포함, 총 15명 내외로 구성, 이번 주 부터 활동을 시작, 7월까지 진상 규명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위험한 업무의 외주화, 직영 추진하겠다"
구의역 사고의 근본 문제로 지목되는 원‧하청 구조 관련해서도 "시민의 생명, 안전과 직결된 업무, 위험한 업무의 외주화에 대해서는 직영하는 방안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외주화 속 원청‧하청 간의 갑을 관계로 인한 무리한 작업 지시, 열악한 하청 업체의 노동 조건에서 오는 무리한 노동 강도, 장시간 노동에 내몰리면서도 부족한 임금, 다단계 관리 감독으로 인한 관리자의 책임 의식 부재, 이 모든 것 안에는 일하는 사람의 안전과 생명이 고려되지 않았다"면서 "더구나 이러한 '위험의 외주화'로 인한 피해는 하청 업체의 노동자들만이 아니라 공공재를 이용하는 모든 시민들에게도 돌아간다"고 위험 업무의 직영화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서울시는 우선 (주)은성 PSD에 대해서 애초 자회사로 전환하려던 계획을 중단하고 직영 전환을 포함, 원점에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또 메트로 24개역 스크린 도어를 민간 투자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는 유진메트로컴에 대해서도 단기적으로는 협약 변경 및 업무 체계 개선을 통해 안전 관리를 강화하고, 장기적으로는 재구조화를 통한 직영 방안도 적극 협의한다는 계획이다.
박 시장은 "이외에도 경정비 등 외주화 형태로 운영되는 모든 안전 분야에 대해 전수 조사를 실시하겠다"며 "양 지하철 공사의 전면적인 외주 현황과 실태를 조사하고 직영, 자회사 등 해당 업무별 특성에 가장 적합한 운영 방식을 최단시일 내 마련하고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메피아, 확실히 뿌리뽑겠다"
박 시장은 전관 채용, 이른바 '메피아(서울메트로+마피아)' 논란과 관련해서는 서울메트로 퇴직자 채용 의무화 등 특혜성 계약 조건을 모두 삭제키로 했다. 서울시는 공사 퇴직자와 신규 채용자 간의 불합리한 차등 보수 체계를 전면 수정하고, 기술력과 경력 등에 근거한 객관적·합리적 기준으로 보수 체계를 재설계해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에 문제가 된 스크린 도어에 대해서는 전수 조사를 통해 전 역사의 스크린 도어 현황을 분석하고, 사고가 우려되는 모든 지하철역의 스크린 도어를 전면 보수 또는 교체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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