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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친환경 집수리, 더 나은 녹색 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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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친환경 집수리, 더 나은 녹색 일자리

[작은것이 아름답다] 노동과 환경, 기후변화 앞에 손잡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녹색 일자리'는 환경의 질을 보전하거나 회복하는 데 이바지하는 일자리이다. 특히 생태계와 종다양성 보호, 고효율 전략을 통한 에너지, 물질, 물의 소비 저감, 경제의 탈탄소화, 그리고 모든 형태의 폐기물과 오염의 발생을 최소화하거나 발생시키지 않는데 도움을 주는 일자리들이다. 기존 건축물을 개보수하여 에너지 효율과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녹색 건축' 역시 건물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감축 대책 측면과 날씨의 잦은 변화에 대한 적응 대책 측면 모두를 갖춘 중요한 녹색 일자리 영역이다.

한국에서 넓게 말해 '친환경 집수리', 좁게 말해서 에너지 이용 개선에 중점을 두는 주택 에너지 효율화 사업은 개별 가구뿐 아니라 지방정부와 중앙정부도 장기 효과를 기대하며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에너지 복지와도 연관된다. 기존 에너지 지원 프로그램들은 정해진 기간에 일회성인 경우가 많아 들인 비용에 비해 효과가 떨어지고 저소득층 체감 효과도 높지 않다고 비판받아 왔다. 에너지 복지사업은 크게 공급형, 효율형, 전환형으로 나눌 수 있다. 전기 난방기기를 제공하거나 유류비를 지원하는 것이 공급형이라면, 주택과 마을 자체를 개선하는 것이 효율형과 전환형이라 할 수 있다. 친환경 집수리는 이런 점에서 지속 효과를 보장할 수 있으며, 전기기사·냉난방기 기술자·목수·건설장비 운전사·지붕 관리사·단열기사·건물 점검인 같은 다양한 직종의 지역밀착형 녹색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다.

▲ 서울 은평구 내 공동체모델 '산새마을'. ⓒ두꺼비하우징

기후변화 앞에 노동과 환경이 손을 잡다

다른 나라들에서도 주택에너지 효율화 사업은 오랜 역사와 성과를 자랑한다. 미국은 1970년대 두 차례 석유 파동을 겪으면서 저소득층의 에너지 비용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건축물 개선사업인 주택단열 지원프로그램(WAP, Waetherization Assistance Program)을 진행해 왔다. 미국 에너지부가 담당하는 이 사업은 다양한 모델과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은 대표 에너지 복지 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30여 년 동안 약 560만 가구 넘게 에너지 비용을 낮췄고, 5만 개가 넘는 일자리를 만들었다. 연 2만 개 넘는 고용 유지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에너지 비용 절약이 지역사회의 소비력을 높이고, 지역공동체를 활성화하는 쪽으로 간접 도움을 주고 있기도 하다.

독일은 건축농림환경부문 노조(IG BAU)가 1999년부터 그린피스와 함께 노후 건축물을 환경에 이롭게 개보수하는 프로젝트를 실행했고, 이것이 발전하여 2001년에는 독일노총(DGB), 독일 정부, 환경단체, 사용주 단체들이 참여하는 '노동과 환경을 위한 동맹(Alliance for Work and Environment)'이 결성됐다. 이 동맹은 건축물 지붕, 창문과 벽의 단열 강화, 고효율 난방기기로 교체,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설비 프로그램을 연이어 시행했다. 2005년까지 1차로 진행된 프로그램에서 건물 26만 5000여 개를 개선했고, 그 결과 이산화탄소 200만 톤 감축과 19만 개 일자리 창출 효과를 나타냈다고 한다.

국내는 환경정의가 2007년 강원도 원주와 서울 등지에서 진행한 '따뜻한 마을 만들기' 사업, 한국에너지재단이 주택에너지 효율 개선사업을 시작했고 2009년부터는 지역밀착형 주거복지서비스 지원사업인 '해피하우스'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기업 사회공헌사업 가운데 하나로 진행되는 경우도 많아졌고, 민관 지역 거버넌스 형태 사업도 등장했다. 서울 은평구 '두꺼비하우징'은 2008년부터 대안적 지역 개발 연구모임으로 시작하여 2010년 7월 은평구, 나눔과미래, 녹색연합, 환경정의가 투자와 업무협약을 체결하여 저소득층 무상집수리사업 같은 주택에너지 효율화 사업을 본격화했다.

더 많은 친환경 집수리, 더 나은 녹색 일자리를 위해

하지만 집수리 일자리가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다른 나라에서도 녹색 일자리가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 이른바 처우와 노동 조건이 좋은 일자리가 아닌 경우가 많다는 점이 지적되곤 하는데 녹색 건축도 예외는 아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한 조사에 따르면 녹색 건축업의 시간당 임금은 노조가 있는 경우 평균 20.5달러, 노조가 없는 경우 12.3달러에 그쳐서 최저인금인 10.19달러를 겨우 웃도는 수준이었다. 또한 녹색 건축업에는 고층 작업이나 낙상, 건물 유지 보수와 해체 작업에 포함되는 분쇄·세척·광택·연마·페인트 작업을 할 때 새로운 화학물질에 접촉되어 건강에 해로운 요인도 존재한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가 2015년 진행한 한국 녹색 일자리 실태 심층조사에서도 녹색 건축 분야는 일자리 질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직무 특성상 노동시간이 길고 노동조합 구성이 어려우며 수입과 복지혜택도 열악한 편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는 친환경 집수리를 담당하는 업체들이 대체로 영세하다는 점, 판로가 안정되지 못하고 지방정부 같은 여러 주체들의 작은 지원 사업과 예산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비롯한다.

이와 관련한 정부 정책에도 아쉬운 점이 많다. 무엇보다 주택에너지 효율화 사업의 전개와 녹색 일자리 창출 효과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연계 방안이 부족한 상태이며, 주택에너지 효율화 사업과 에너지 복지와 연계도 미비하다. 따라서 이 사업에 필요한 인력의 공급과 숙련 향상 계획도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으며, 일자리의 질에 대한 본격 조사도 이뤄진 바가 없다.

주택에너지 효율화 사업이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려면 저소득과 미숙련 노동자들의 참여를 보장하고 확대하도록 일정한 '보호 시장'을 제공하고, 여기에 자활공동체나 사회적 기업의 영역을 보장해줄 필요가 있다. 이들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기술과 숙련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노동권과 일자리의 질도 향상하도록 지원 방안을 마련한다면 더 많은 친환경 집수리와 더 많은 일자리, 더 활력 있는 지역 사회를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월간 <작은것이 아름답다>는 1996년 창간된 우리나라 최초 생태 환경 문화 월간지입니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위한 이야기와 정보를 전합니다. 생태 감성을 깨우는 녹색 생활 문화 운동과 지구의 원시림을 지키는 재생 종이 운동을 일굽니다. 달마다 '작아의 날'을 정해 즐거운 변화를 만드는 환경 운동을 펼칩니다. 자연의 흐름을 담은 우리말 달이름과 우리말을 살려 쓰려 노력합니다. (☞바로 가기 : <작은것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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