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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전기를 생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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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전기를 생산하다

[함께 사는 길] 패시브하우스에서 플러스하우스로

거제 둔덕면 상둔리의 옥동마을. 지난 연말 산방산 아래 계류가 흐르는 경사지에 1년 걸려 지은 집, '수국산방'이 완공됐다. 수국산방은 환경운동가인 두 내외(김일환, 윤미숙)가 지은 패시브하우스(passive-house)다. 패시브하우스는 에너지를 일반주택보다 적게 소비하는 집을 말한다.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해 에너지를 자급자족하면 액티브하우스(active-house)로 불리고, 더 나아가 에너지 소비보다 생산량이 많으면 플러스하우스(plus-house)가 된다.

이 세 가지 에너지 효율적인 집들은 최대한의 단열이 기본이다. 최소의 에너지 투입으로 가정 에너지 사용량 가운데 가장 많은 에너지 소비가 일어나는 냉난방을 해결하려면 무엇보다 주택의 단열 성능이 높아야 한다. 그다음이 냉난방에 어떤 에너지원을 쓰는가의 문제다. 수국산방은 지열난방을 한다. 지하 154미터(m)를 두 군데 뚫어 5RT(지열난방 단위)의 주택용 설비를 했다. 지열난방은 섭씨 90도 이상으로 물을 끓여 덥히는 가스보일러 난방과는 달리 지열로 60도로 덥힌 물로 난방과 온수를 한다. 그 성능이 놀랍다. 오후 3시, 아침에 돌리고 꺼두었다는 집에 들어서자 실내온도는 25도를 가리켰다. 그리고 함께 집을 나섰다가 오후 9시에 들어와 주인 내외와 늦은 야식을 할 때는 사람의 체온까지 실내온도에 보태져 26도 가까이 실내온도가 올라갔다. 주인댁이 왜 반팔 차림이었는지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여름 냉방은 지열보일러를 끄고 지하수를 순환시켜 한다. 보통 여름철 일반 에어컨을 돌려 맞추는 실내온도가 20~22도인데, 지하수 온도는 16~17도이다. 냉매 없는 물 에어컨의 위력도 놀랍다. 지하수 온도보다 그다지 높지 않다. 게다가 일반 에어컨 바람은 건조해 여름 감기를 부르기 쉽지만 물 에어컨은 바람이 습기를 약간 머금고 있어 야외의 자연 바람처럼 시원하다. 다만 물 에어컨은 결로현상이 생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무발포보온재로 감싼 배관이 필요하다. 에어컨에서 생기는 결로를 모아 이 배관을 통해 배출하는 것이다.

▲ 김일환, 윤미숙 씨의 집 '수국산방'. 본관과 그 옆의 보일러실. ⓒ함께사는길(이성수)

수국산방의 단열은 건축하는 이들이 들으면 '과하다!' 싶을 정도로 대단하다. 동일 두께 스티로폼의 5배에 달하는 단열능을 가진 소재(아이소핑크)를 썼는데,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두껍고 단열력이 큰 규격(특호: 주택이 아니라 선박 단열용)을 사용해 바닥, 벽, 천장을 15센티미터(㎝) 두께로 40평 단층집 전체를 감쌌다. 그래서 내외장재와 콘크리트 골조까지 합해 이 집의 벽두께는 40㎝나 된다. 바닥에도 기초 콘크리트 위에 비닐을 깔고 석분을 붓고 거기에 아이소핑크를 15㎝ 두께로 다시 깔았다. 그 위에 난방호스를 배치했다. 그리고 호스 사이에 열전도를 좋게 하는 동판도 깔았다. 그런 뒤 몰탈을 쳤다. 난방열이 바닥으로 새는 것 없이 모두 방바닥으로 올라오게 만든 것이다. 이 집은 각 방에 깔린 난방호스의 길이가 다르다. 보일러에서 각 방의 거리를 측정해 물 보내는 양을 달리해주도록 분배기를 달았다. 그 덕에 각 방에 난방 ON/OFF 기능만 있지만, 이 집은 퍼센트 단위의 섬세한 난방조절이 가능하다.

슬래브 지붕이라 단열도 단열이지만 방수에 힘을 썼다. 흔히 3밀리미터(㎜) 이하로 우레탄 방수를 하는데, 수국산방은 3배 이상의 두께인 1㎝에 달하는 방수처리를 했다. 햇빛을 머금는 초록이 아니라 반사하는 1㎝의 회색 방수층은 밟으면 쿠션감이 느껴질 정도다. 또 일반 지붕은 방수할 때 바닥과 벽이 만나는 부위를 대충 칠한다. 그래서 그 부분이 들떠 습기가 침투하기 쉽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지붕의 벽체 하부에서 손가락 높이에 4면으로 이어지는 가로 홈을 그라인더로 파고 방수액을 그 홈까지 밀어 넣었다. 빗물이 위에서 흘러도 새지 않도록 철저히 방수한 것이다.

단열과 관련해 그냥 지나치기 쉬운 급소가 두 군데 있다. 하나는 창호를 다는 개구부가 창틀보다 2~3㎝ 크고 이를 철물로 고정한 뒤 빈틈을 메우게 되는 사축 공사를 하는데 보통 대충하기 마련이다. 수국산방은 이 틈을 우레탄으로 철저히 메워 열이 새나갈 틈을 없앴다. 또 다른 하나는 바로 콘센트와 스위치 등 전기 배관과 관련된 바람구멍이다. 16㎜ 전선관이 밖으로 통하는 구멍이 보통 집마다 수십 개가 된다. 수국산방의 경우 이런 구멍이 110개나 됐다. 수국산방은 고무캡을 씌우고 전선을 이 캡에 통과 시켜 바람 한 점 빠지지 않게 만들었다. 전선 구멍이 단열 구멍이 되는 걸 막은 것이다.

수국산방의 외벽 마감재도 특별하다. 일반적으로 경질의 드라이비트라는 마감재를 사용하는데 싸고 시공이 편하지만 잘 갈라진다. 수국산방은 고무성분이 들어가 탄성이 있는 스타코플렉스라는 마감재를 썼다. 커다란 고무막을 씌운 것과 같다. 3㎜의 스타코플렉스 마감재는 8㎝의 스티로폼과 같은 단열 성능을 자랑한다. 이 고무막 마감재가 외벽의 미세한 틈까지 마지막으로 차단한다.

▲ 현관·거실·부엌의 한 공간에 달린 23개의 부분 조명 중 7만 켠 상태. ⓒ함께사는길(이성수)

단열 성능이 너무 좋은 집이라 더워 못 견디면 일껏 데운 공기를 다시 창을 열어 빼야 하는가 싶었다. 그러나 실내온도는 따뜻할 뿐 후덥지근하거나 거북하지는 않았다. "열교환기를 달았는가?"라고 물으니, "남쪽 지방이고 해서 열교환기까지는 필요 없었다. 대신 창호가 조금 특별하다"고 답한다. 수국산방의 창호에는 모두 창호형 자연환기구가 달려 있다. 창호마다 상단에 공기교환을 하도록 여닫을 수 있는 환기구가 붙어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 집 창호들은 한눈에 봐도 중량감이 느껴지는 이중창이다. 보통 한 장짜리 유리창이 두 개 달린 것과 달리 한 장인 듯 보이는 창은 사실 두 겹 사이에 아르곤 가스가 충진돼 있는 겹창이다. 그러니까 사실 네 장의 창인 셈이다. 이 창들은 또 로이코팅이라는 열반사 코팅 처리가 돼 있다. 실내열이 외부로 빠져나가려다가 창에 튕겨 실내로 다시 유입되는 것이다. 이 창호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가장 단열능력이 뛰어난 고가의 창호인데, 정상가격의 20%에 구입했다. 부산의 한 고급아파트 모델하우스에 사용한 것을 뜯어다 재사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수국산방의 조명은 모두 LED 등을 사용한다. 보통 거실 스위치 두세 개, 방마다 한두 개 정도 스위치를 다는 데 비해 수국산방은 부분 조명을 원칙으로 삼아 최대한 회로를 분리해서 절전을 구조화했다. 하나의 공간인 현관에서부터 거실과 부엌의 조명은 모두 23개의 등이 달려 있었는데 이 등들은 12개의 각기 분리된 스위치로 켜고 끄도록 돼 있다. 그래서 거실의 벽 한 면에 스위치 박스가 마치 벽장식처럼 나란히 모여 있다.

지열보일러를 보러 나가는 데 대충 현관문을 닫으니 잘 닫히지 않는다. 약간 힘을 주어 밀자 아주 가볍게 공기가 빠지는 소리가 들리며 단단히 닫힌다. PVC강화바디인 문틀은 여닫는 접촉부마다 패킹이 달려 있어 밀폐력이 뛰어나다. 이런 철저함이 수국산방의 빈틈없는 단열을 완성한다.

▲ 3㎾ 태양관 패널(왼쪽)과 5RT 지열보일러(오른쪽). '수국산방'은 최대한의 분리 조명에 따라 스위치가 여럿이다. ⓒ함께사는길(이성수)

지열보일러로 난방한 40평 수국산방의 전기료는 1월 달에 6만 원이 나왔다. 현재 수국산방에는 3킬로와트(㎾) 태양광패널이 달려 있다. 주택 일반전기를 태양광이 차감하고 지열보일러의 전기는 따로 나온다. 건축사무소의 설계도를 받아와 책장 놓을 위치와 콘센트 위치까지 고려해 직접 시공설계도를 그리고 건축 전 과정에서 공사를 감독하는 것은 물론 각 부분 업자들과 공사까지 함께 한 수국산방의 주인댁(김일환)은 '착한 난로'라는 완전 연소가 가능한 '화목 난로'의 제작자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은 500만~800만 원을 호가하며 제작을 부탁하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 작년에는 집을 짓느라, 난로 제작을 할 수 없었다. 그래도 쉬엄쉬엄 공구를 손에 든 날이 있는 걸 감안하면 전기료는 거의 공짜다 싶게 안 나온 셈이다. 게다가 "올해에는 집 앞 계류에 작은 소수력발전기를 달겠다"고 한다. 이를 위해 태양광과 수력발전기에서 나오는 전기를 이용하기 위한 축전설비 시설계획도 세워뒀다. 축전기와 더불어 수력과 태양광을 쓰고 모자라면 한전 전기를 사용하도록 에너지원을 변환하는 장치(STS)는 이미 사두었다. 그런데 소수력발전까지 하면 수국산방이 한전 전기를 쓸 일이 있을까 싶다. 그 때가 되면 수국산방은 확실히 지금의 패시브를 넘어 액티브 그 이상으로 '전력 생산이 소비를 넘는 집, 플러스하우스'가 될 테니 말이다.

"건축비가 얼마나 든 거죠?"라고 물으니, 건축설계사무소가 예상한 평당 건축비(평당 700만 원)의 3분의 2 수준에 맞출 수 있었다고 답한다. 모델하우스 창호 재사용 등 발품을 팔고 정보를 모아 아낀 것까지 애초 계획한 수준의 패시브하우스로 건축하는 데 다 쓰고도 크게 건축비를 아낀 것이다. 직접, 지은 수국산방이 더 멋있는 한 이유다.

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바로 가기 :
<함께 사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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