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을 찬성한다. 소비자의 경제적 기반이 탄탄해야 경제가 성장한다는 점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며, 실제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소비가 늘어 그 혜택을 소상공인이 보기 때문이다."
미국 워싱턴 디시에 있는 경제정책연구소의 데이빗 쿠퍼(33) 선임 경제 애널리스트는 18일 이렇게 말했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자영업자가 가장 큰 피해를 본다는 최저임금 인상 반대론자들의 주장과 배치되는 얘기다.
민주노총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미국과 독일의 경제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인상의 부정적 효과만을 강조하는 목소리를 조목 조목 반박했다. 18일 언론 간담회와 국제 심포지엄을 통해 이들이 밝힌 미국과 독일의 경험을 보면,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거나 오히려 긍정적이며, 소비 진작 효과는 자영업자에게 긍정적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저임금 일자리의 질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같은 날 한국경제원이 주최한 세미나에서는 여전히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의 심대한 감소를 초래하며,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이 높을수록 경제성장률이 낮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 세미나에서 "내년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인상하면 24만1000명에서 50만6000명의 고용이 줄어들고 경제성장률은 1.48포인트 하락한다"고 주장했다.
노동계에서는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1만 원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는 가운데, 해외 주요 국가들의 경험이 어떤 울림을 가져올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최저임금 최초 도입한 독일, 일자리 줄기는 커녕 실업률 감소"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가장 큰 목소리는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독일 뒤스부르크-에센대학교 '직업과 자격' 연구소에서 선임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토르스텐 칼리나(45) 박사는 "2011년 8개 산업 최저임금 평가 결과,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전혀 없음이 확인됐고 경제이론으로 보더라도 최저임금이 반드시 고용을 감소시키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독일은 지난해 최저임금이 최초로 도입됐는데 그 효과로 "400만 명의 임금이 오르고 소매업이나 호텔, 식당 등 특정 산업에서는 최저임금제 도입 이후 임금 수준이 10% 정도 올라갔으며 그러면서도 일자리가 오히려 늘어나는 결과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칼리나 박사의 주장이다. 칼리나 박사는 "최저임금 도입 이후 청년을 포함해 실업률도 감소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경제의 변화가 저임금과 중위임금 노동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하고 있는 애널리스트 쿠퍼 씨도 "현재 미국 경제학자들은 안정적으로 최저임금이 인상될 때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쿠퍼 씨는 "최저임금이 높아지면 고용이 감소한다는 것은 1970년대에서 1980년대 초기 연구결과"라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은 연방 정부가 통제하는 전국 단위 최저임금이 있는데, 이는 하한선을 설정한 것이고 각 주와 시가 자체적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할 수 있다. 연방 정부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7.25달러(약 8500원)로 2009년 이후 동결된 상태지만 50개 주 가운데 29개 주에서는 이보다 높은 수준의 자체 최저임금을 책정하고 있다. 뉴욕 주 등 일부 주에서 시간당 최저임금을 15달러(약 1만7600원)까지 올리는 결정을 내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쿠퍼 씨는 "미국 국민의 60%는 전국 최저임금보다 높은 주 차원의 최저임금이 있는 지역에서 살고 있고, 나머지 40%는 전국 최저임금만 준수하는 주에서 산다"며 "경제학자 카드 앤 크루거가 서로 다른 최저임금이 적용되고 있는 인접한 두 주의 고용 상태를 비교 분석한 결과, 최저임금과 고용 사이에 특별한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월급 오르면 소비도 늘어나는 저소득층…동네 가게서 돈 쓰니 자영업자도 좋아"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특별히 도드라지지 않는 데 반해, 오히려 소비 증대로 인한 자영업자의 소득 증가 등 긍정적 효과는 눈으로 확인된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칼리나 박사는 "최저임금이 올라가면 내수 진작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쿠퍼 씨도 "고소득 가구는 애초에 소득의 일부를 저축으로 사용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많이 받는 저소득 가구는 인상분의 대부분을 사용하게 된다"며 "최저임금 인상은 추가 소득을 덜 지출할 가구에서 이를 즉각 소비할 가구로 이전되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쿠퍼 씨는 "대부분 이들은 자영업자들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지출을 한다"며 "미국 내 연구 결과를 보면,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이직율이 줄어들고 생산성과 효율성이 높아져 그만큼 (사용자의) 비용이 감소하는 효과도 있다"고 강조했다. "자영업자들이 특별히 부정적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얘기다.
칼리나 박사는 "최저임금 도입 이후 저임금 부문은 물론 비숙련 노동자, '미니잡'(minijob, 단기 비정규직의 저임금 일자리) 노동자의 시간당 임금이 높아졌으며 이들 일자리에서 사회보험 적용율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는 최저임금제 도입이 단순히 임금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일자리의 질적인 향상도 가져온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에 비하면 미국과 독일 모두 법정 최저임금이 높은 수준이지만, 여전히 최저임금이 더 인상될 필요가 있다고 이들은 보고 있었다. 쿠퍼 씨는 "현재 미국의 전국 단위 최저임금은 2009년 이후 동결된 상태로 50년 전과 비교해 보면,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할 때 오히려 23% 줄어든 것으로 볼 수 있다"며 "1868년 이후 최저임금이 생산성에 비례해 올라갔다면, 현재 최저임금은 시간당 18달러(약 2만 원) 이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쿠퍼 씨는 "최저임금이 너무 낮으면 불평등이 야기되고, 양극화가 더 심화될 뿐 아니라 사회 초년생들의 중산층 진입이 너무 어려워진다"며 인상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시간당 8.5유로(약 1만1000원)의 최저임금을 두고 있는 독일의 칼리나 박사도 "경제발전 단계가 비슷한 다른 국가의 최저임금을 보면 독일의 8.5유로는 프랑스나 네덜란드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며 "전일제 노동자 1인의 생활임금을 받으려면 8.5 유로로는 충분하지 않은 지역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칼리나 박사는 "시간당 8.5유로는 월급으로는 1200유로(약 160만 원) 수준인데, 이는 빈곤선보다 200유로 정도 높은 수준으로 여전히 한 가구를 유지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며 "또 평생 전일제 노동을 할 경우 퇴직 후 빈곤선 이상의 노령임금을 받기 위해서는 최저임금이 11.5유로(약 1만5000원)는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일, 최저임금 위반하면 6억 과태료 물어야"
특히 독일은 최저임금을 위반하는 기업에게 무려 50만 유로, 우리 돈으로 6억7000만 원 수준의 막대한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사실도 눈길을 끈다. 우리 나라는 최저임금을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게 돼 있다.
칼리나 박사는 "행정적 처분을 받아 벌금을 낸 후에도, 공공사업에서 해당 업체가 제외되는 등 그 밖의 다양한 제재를 받게 된다"고 말했다.
칼리나 박사는 "한국은 노동자의 12%가 최저임금 미만의 돈을 받고 있다고 들었는데, 이들이 왜 법을 지키지 않고 있는지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칼리나 박사는 "최저임금 미만율이 이렇게 높은 것은 심각한 문제로 한국 사회가 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독일은 하도급 관계에 있는 하청 업체에서 최저임금을 위반할 경우, 그 책임을 원청이 지게 돼 있다. 칼리나 박사는 "원청은 협력업체와 계약할 때, 최저임금을 제대로 지키는지 확인하고 검토해야 할 의무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6년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시급 6030원, 월 126만270원(주 40시간)이다. 노동계는 현재 최저임금이 미혼 단신 노동자 실태 생계비 대비 81% 수준에도 못 미친다 시급 1만 원으로 인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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