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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사는 여자, 월경 주기도 닮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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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사는 여자, 월경 주기도 닮는 이유는?

[월요일의 '과학 고전 50'] <동시성의 과학, 싱크>

<프레시안>이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APCTP), 사이언스북스와 함께 특별한 연중 기획을 시작합니다. 매주 월요일 아침 한 권의 '과학' 고전을 뽑아서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서평 대상으로 선정된 고전 50권은 "우리에게 맞춤한 우리 시대"의 과학 고전을 과학자, 과학 담당 기자, 과학 저술가, 도서평론가 등 여럿이 머리를 맞대고 2015년에 새롭게 선정한 것입니다.

<세상물정의 물리학>(동아시아 펴냄)을 내놓아 과학 강연은 물론 인문학 강의에까지 단골 초청 연사가 된 김범준 성균관대학교 교수는 과학자 특유의 엄밀하고 깔끔한 강의 진행은 물론이고 청중의 흥미를 이끌어내는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 특기 가운데 하나는 '모두 함께 참여하여 강연을 만들어 가기'인데, 강연의 시작을 장식하는 것은 '함께 박수치기'이다.

상황은 대략 이렇다. 사회자의 소개로 앞으로 나온 그는 좋은 강연의 시작을 기대하는 청중들의 박수를 받는다. 그 박수는 "흐드러지게" 핀 벚꽃같이 하나하나 작은 박수 소리가 제각각이다. 물론 그 더해진 음량은 풍부하고 듣기 좋다. 이내 박수가 잦아들면, 그는 이번엔 다시 다른 사람의 박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소리를 맞춰보려 노력하며 박수를 쳐보라 주문한다.

처음의 시작은 바로 전의 흐드러진 작은 꽃 같으나, 어느덧 결이 맞기 시작해 '짝 짝 짝 짝' 일정한 리듬을 탄다. 그럼, 그는 이렇게 말하며 강의를 시작한다.

"신기하게 박자가 맞았네요?"

함께 맞춰 치라 해서 박자 맞춰 박수를 쳤는데, 신기하단다. 이쯤 되면 청중들은 무슨 소리인가 한다. 그는 다시 묻는다.

"그런데 그 박자는 누가 맞춰 주었지요?"

분명 그들은 함께 1초에 2번 정도의 '짝 짝 짝 짝' 박수를 누구의 지휘도 따르지 않고 치고 있었다. 누가 1초에 단 2번만 치라고 시킨 것도 아닌데 말이다. 처음의 흐드러진 벚꽃 같은 박수를 다시 생각해 보자. 알려져 있기로 사람들은 보통 1초에 4회 정도의 빠르기로 박수를 친다고 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좀 천천히 3회 정도의 빠르기로 치고, 열정적인 기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5회 이상으로 친다. 사람들의 박수 치는 빠르기는 제각각이고 그 시작하는 순간도 서로 다르다. 그래서 흐드러진 게 듣기 좋다. 그런데 다른 사람과 맞추려 노력하는 순간 1초에 2회라는 동시에 함께 치는 박수가 만들어졌다. '그 박자는 정말 누가 맞췄지?'

이런 생각이 일기 시작할 때, 그의 강연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동기화(synchronization)'라는 물리 현상으로 청중의 관심을 이끄는데 성공한 것이다.

▲ <동시성의 과학, 싱크>(스티븐 스트로가츠 지음, 조현욱 옮김, 김영사 펴냄). ⓒ김영사
스티븐 스트로가츠의 <동시성의 과학, 싱크 SYNC>(조현욱 옮김, 김영사 펴냄)도 바로 이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런 자발적 박자 맞춤은 무슨 쓸모가 있을까?'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훌륭한 공연의 끝에 앙코르를 요청할 때! '이렇게 해도 너희가 안 나올래?' 하듯이 관객은 결맞은 박수를 친다. 이때 관객은 분명 목적을 가지고 협력했다. 곤충도 이렇게 한다면 믿겠는가?

1900년대 초반에 동남아시아를 다녀온 구미 여행자는 강둑을 따라 길게 이어진 어마어마한 반딧불이 무리가 한꺼번에 빛을 냈다 껐다 하는 낭만적 광경에 대한 이야기를 가지고 돌아왔다. (모든 종의 반딧불이가 그렇지는 않다.) 과학자들은 수천 마리의 작은 곤충이 정확하게 발광 시기를 맞췄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았다. 사실 (아름다움을 미처 느끼기도 전에) 당혹스러웠다. 1917년에 무려 <사이언스>에 실린 글은 대략 이렇다.

"20년쯤 전에 나는 반딧불이가 동시에, 혹은 동조해서 빛을 내는 것을 보았다. 아니 보았다고 생각했다. 나는 내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곤충들이 그런 일을 한다는 것은 분명 자연의 모든 법칙에 어긋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곧 수수께끼를 풀었다. 그 같은 현상은 눈꺼풀이 경련을 일으켰거나, 아니면 눈꺼풀을 위아래로 갑자기 움직인 탓에 생긴 착시에 불과하다. 반딧불이와는 어떤 관련도 있을 수 없다."

1577년 탐험대의 항해 일지에서부터 300년 동안 동일한 관측이 보고되어 왔던 현상에 대한 반론치고는 그리 "과학"적이지 않다. 1960년대가 돼서야 통제된 실험으로 실제로 특정 종의 수컷 반딧불이가 다른 반딧불이의 반짝임에 리듬을 맞춰 시간을 고쳐 맞출 수 있는 내부 진동자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반짝이는 반딧불이 무리는 함께 일정한 신호를 보내서 다른 반딧불이의 리듬을 조절하고, 자신도 다른 반딧불이의 신호를 받아 주기를 조절한다. 이러한 자기 조직화의 과정에는 전체에게 명령하는 우두머리나 리듬을 정교하게 맞추기 위한 특별한 지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단지 몸 어딘가에 다른 반딧불이의 불빛에 맞춰 자동으로 조절되는 하나의 작은 메트로놈 같은 진동자만이 필요할 뿐이다.

신호가 전달될 적당한 조건이 갖춰지면 언제나 멋진 동기화가 이루어진다. 이런 결맞는 발화는 실제로 암컷 반딧불이를 '신방'으로 끌어들이는데 유리하다. 이를 위해 수컷들은 협력적으로 그리고 경쟁적으로 불빛을 낸다. '이렇게 해도 너희가 안 나올래?'

이러한 동조 현상은 우리 주변에 실로 다양하다. 현대 산업에서 꼭 필요한 레이저는 수조 개의 원자들이 동일한 주파수와 위상의 광자를 함께 동시에 방출하여 강력한 빛으로 만들어진다. 초전도체 내에서는 수많은 전자들이 일렬로 동시에 함께 행진하여 저항 없이 전기가 흐를 수 있도록 한다. 이런 초전도체는 뇌 자기와 같은 극도로 미세한 자기장을 측정하는 조셉슨 접합에 사용되고, 자기 부상 열차를 움직이게 한다.

생물에서의 동조는 더 놀랍다. 심장의 모든 세포는 일사불란하게 심장의 동방결절이라는 1만개의 세포덩어리로 이루어진 조직의 신호를 받아 일정한 주기로 박동한다. 하나의 세포가 아닌 다수의 세포가 함께 안정적이고 규칙적인 주기를 만들어 낸다. 마치 함께 결맞게 치는 박수는 누가 정해준 주기가 없지만, 일정하고 좀처럼 깨지지 않는 안정된 주기를 갖는 것과 같다.

뇌에서 뉴런들의 동기화는 뇌파로 나타난다. 바로 우리가 어떤 인식을 하거나 기억을 할 때, 우리의 뇌 특정 영역은 동기화된 발화가 일어나고 이로 인해 뇌파가 변한다. 또, 체온의 주기적 변화와 수면의 주기성 등 신체 리듬을 만들어 내는 시상하부 앞 시신경 교차상핵이 빛에 동조되어 우리는 지구와 같은 일주기를 만들어낸다.

이렇듯 세포끼리 동기화되고, 조직끼리 기관끼리 동기화된다. 좀 더 큰 개인 단위에서는 기숙사와 같은 곳에서 공동생활을 함께 오래한 여성들은 월경 주기가 수컷 반딧불이의 발화처럼, 또 호이겐스가 발견한 흔들리는 배 안의 두 시계추처럼 동기화된다.

스티븐 스트로가츠는 그의 책 <싱크>에서 반딧불이의 동조 원리와 박수의 결맞음, 인간 수면의 주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동기화에 대한 연구 이야기를 연구자들의 생생한 묘사와 함께 일화들을 통해 재미있게 풀어나간다.

사실, 20년 동안 그의 연구 주제였던 '동기화' 문제는 구라모토 모델로 대표되는 '연립 비선형 미분 방정식'을 푸는 지난한 문제이다. 보통 손으로 풀다 지쳐, 컴퓨터로 풀다 안 되면, 다양한 패턴의 방법으로 이해하는 복잡계 연구의 한 학문 분야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책에는 수식이 한 줄도 등장하지 않는다!

1980년에 프린스턴 대학교 수학과를 최우등으로 졸업하고, 마셜 장학금을 받아 케임브리지 대학교로 진학했지만, 무료하기만 했던 영국 생활 중에 '중대한 발견'을 하고 나서 하버드 대학교 응용수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는다. 박사 후 연구원 이후, MIT와 코넬 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는 동안의 그의 수학 인생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가 이 책 한 장 한 장에 모두 녹아 있다.

그 한 장면을 소개하면 이렇다. 바로 무료한 대학원 생활 중 케임브리지 트리니트 가의 헤퍼(Heffers) 서점에서 아서 윈프리(Arthur Winfree)의 저서 <생물학적 시간의 기하학>을 발견하고 평생의 연구의 방향을 잡는 중대한 발견의 순간이다.

"책을 읽는 나날이 새로운 기쁨의 날이었다. (…) 나는 생전 처음으로 앞으로 나아가야 할 학문적인 길이 펼쳐지는 것을 보았다. 흥분해서 윈프리에게 편지를 썼다. 어디로 가야 수리 생물학 대학원 과정을 밟을 수 있는지 알려달라는 내용이었다. 2주일 후 퍼듀 대학교 주소가 찍힌 편지를 받았을 때 내 심장은 빠르게 고동치기 시작했다. 봉투를 뜯자 푸른 줄이 쳐진 학교 용지에 붉은 매직펜으로 휘갈겨 쓴 글씨가 드러났다. 윈프리의 친필 답장이었다.

스티븐 스트로가츠,

물론, 당연히 내게 와야만 하네.

아서 윈프리.

(…) 그때쯤 윈프리는 나의 영웅이 되어 있었다."

이 순간에 어찌 흥분하지 않을 수 있으랴. 그 이후 윈프리는 스트로가츠의 연구 생활에 많은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이 책 <싱크>의 집필에도 모든 단계에서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슬프게도 아서 윈프리는 뇌종양을 극복하지 못하고 2002년 11월 5일 60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난다. 영국과 미국에서 이 책의 첫 판이 출판된 2003년 이전의 일이다. 이 책의 모든 장에 그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이 결과물을 직접 보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하여 스트로가츠는 다음과 같은 헌정사로 이 책을 아서 윈프리에게 바친다.

"To Art Winfree

Mentor, inspiration, friend."

사실, 이번에 APCTP의 과학 고전 50선에 뽑힌 이 책의 원작 는 그만한 가치가 있다. 하지만, 현재의 한국어 번역본은 몇 가지 아쉬운 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이 책은 2005년 초판 발행 이후 절판되었다. 일부 중고 서점에서 높은 가격으로 팔고 있고 도서관에서 빌려 볼 수는 있지만, 아쉽지 않을 수 없다.

둘째 사회과학을 전공한 번역자께서도 옮긴이의 말을 통해 인정하는 바와 같이, 자연과학의 전문 내용을 옮기는데 어려움이 많았던 듯하다. 전체적으로 내용의 흐름이 자연스럽고, 특히 스트로가츠가 즐겨 쓰는 서사가 잘 번역되었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번역서가 빨리 나와 줬다.

셋째, 이 책의 영미판은 분명 헌정사가 책의 처음에 있다. 그런데 슬프게도 한국어판에는 헌정사가 없다. 편집자가 이 책의 의미를 제대로 알았다면 꼭 있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아서 인프리는 돌아가셨고, 한국어를 읽지 못 하시겠지만 말이다.

APCTP의 과학 고전 50선으로 선정된 이번 기회에 이런 점들이 보안되어 새로운 한국어판이 재출간되어 독자를 만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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