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가습기 살균제, 한국인이 실험쥐였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가습기 살균제, 한국인이 실험쥐였다"

영국 본사 승인 없이 판매 불가능…국제적 사건 비화 조짐

'가습기 살인 살균제 참사'의 핵심업체인 영국계 기업 옥시레킷벤키저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충격적인 사실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우선 검찰은 지난해 11월 옥시가 제조한 살균제에 유해한 성분이 있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독성실험을 하지 않았다는 진술을 이 제품 개발에 깊이 관여한 옥시 직원으로부터 확보했다. 이 성분은 SK케미컬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이다. SK케미컬은 문제가 된 성분 PHMG를 시장에 공급하고 옥시는 이 성분을 주원료로 하는 제품을 2001년부터 출시했다.

옥시는 이 성분이 유해성이 있을 가능성을 적시한 SK케미컬의 공식 자료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옥시는 검찰의 소환 조사 직전 이 자료를 포함해 10여년에 걸친 관련 자료와 이메일 등을 전부 폐기.삭제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옥시 측이 처음부터 이 제품의 유해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이 성분이 포함된 살균제 시판은 영국 본사의 승인을 거쳤다는 정황도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업계에서도 다국적 기업의 체제 상 본사 승인 없이 한국지사가 독자적으로 제품 판매를 결정했을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또한 검찰 수사 결과 옥시 측은 문제의 살균제가 치명적인 폐질환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보건당국의 조사가 나온 2011년 이를 반박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자신들에게 불리한 결과가 나오자 이를 은폐하고 사실상 조작된 연구결과만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옥시가 서울대 수의과대학에 의뢰한 흡입독성 평가에서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임신한 실험 쥐 15마리 가운데 13마리의 새끼가 뱃속에서 죽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지금까지 알려진 정황으로 보면, 옥시의 '살인 살균제'는 영국 본사의 승인 하에 한국 소비자들을 실험쥐 삼아 이 제품의 독성실험 대상으로 삼았다는 얘기가 된다.

검찰, 영국 본사 조사 검토...피해자 측도 영국 법원에 소송 추진


게다가 검찰은 옥시의 영국 본사 임원 및 연구원들이 현재 RB코리아로 이름을 바꾼 한국법인 옥시레킷벤키저에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과 관련한 각종 증거들을 없애도록 지시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서울중앙지검 가습기 살균제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영국 본사 관계자들까지 수사 대상에 포함시킬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국민일보>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2월 옥시의 압수수색을 통해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과 관련해 직원들이 영국 본사와 주고받은 이메일, 각종 내부 대책회의 자료를 확보했다.

검찰은 확보한 자료 분석을 통해 영국 본사 임원·연구원들이 옥시에 증거 은폐 및 사안별 대응전략 등을 지시한 정황을 확인했다. 특히 옥시 측에서 살균제의 유해성과 관련한 각종 민원을 본사에 보고했지만 본사가 이를 묵살했는지도 확인할 계획이다.

검찰은 영국 본사 책임자를 직접 불러 조사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한편, 본사 책임자들이 조사를 거부할 경우 범죄인 인도 청구에 따른 송환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9일 옥시의 임원 한 명을 소환 조사했던 검찰은 22일 옥시 측 관계자 3명을 추가로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또한 검찰은 이르면 다음 주 신현우(68) 전 대표이사 등 옥시의 전·현직 이사진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신 전 대표는 2001년 전후 옥시의 최고경영자로 있으면서 1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낸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 제품 개발과 판매를 주도한 인물이다.

옥시는 검찰이 소비자 민원 담당 전 직원을 참고인으로 불러 제품 부작용을 호소하는 홈페이지 게시글이 삭제된 경위 등을 조사한 21일 처음으로 공식 입장문을 내고 "사회적 책임을 깊이 통감하고 2014년 기탁한 50억 원 기금에 추가로 50억 원을 더 출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정부 차원의 조사가 시작된 2011년 이후 5년 동안 침묵했던 옥시가 검찰 수사가 목을 조여오자 입장문을 통해 사과한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오는 24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 총회를 열어 집단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논의하고 소송인단을 꾸릴 계획이라고 이날 밝혔다. 또한 영국 본사를 상대로 영국 법원에도 소송을 내기로 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 사건 총 피해자는 1528명이고, 정부 조사로 최종확인된 146명(그중 103명이 옥시 제품에 의한 사망)에 현재 가습제 살균제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확인 중인 피해자들까지 포함하면 무려 239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