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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만 끝나면, 모든 것이 비공개?

[전진한의 알권리] 20대 국회, 정치 관련 악법 조항 개정해야

야당의 압승으로 끝난 이번 4.13 총선은 많은 시사점을 주었다. 우선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지역주의가 청산되고 있다는 점과 그동안 정치적 결정에 주요 근거가 되었던 여론조사가 용도 폐기되었다는 점이다. 특히 후보자 공천에 주요 근거를 제공했던 여론조사는 그 정확성과 신뢰성을 잃었다는 점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개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당의 압승을 예상했던 여론조사가 실제 여당에 독으로 다가왔다는 점에서 매우 아이러니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총선을 마친 이 시점에서 지적할 문제는 하나 더 있다. 바로 정치적 알 권리 문제다. 다른 분야에 비해 정치 관련 문제 등은 국민의 알 권리가 온전히 적용되지 않거나 비공개 특혜를 누리고 있었다. 이는 국회의원 선거뿐만 아니라, 정당, 정치자금 등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 그 심각성이 더 했다.

우선 가장 문제가 되는 법 조항 몇 가지만 살펴보자. 공직자 선거법 제49조 12항에는 선거 기간 동안 담당 선거관리위원회는 △ 등록 대상 재산에 관한 신고서 △ 병역 사항에 관한 신고서 △ 소득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의 납부 및 체납에 관한 신고서 △ 벌금 100만 원 이상형의 범죄 경력에 관한 증명 서류 등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이 정보는 유권자들의 투표권 행사에 큰 도움을 주며, 각 언론사에서도 이 정보를 통해 탐사 보도를 활발히 하고 있었다.

그런데 공직자 선거법 49조 12항 단서 조항에는 ‘선거일 후에는 이를 공개하여서는 아니 된다’라는 규정이 있다. 이 조항으로 인해 선관위는 선거가 끝난 뒤, 위 정보를 삭제해 시민들의 정보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 이는 낙선자뿐만 아니라 당선자들에도 적용되고 있어 국민의 알 권리에 큰 제한을 가하고 있다.

이 조항은 논리상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우선 선거 기간 동안 대국민 공표 및 국민에게 전달하고, 선거가 끝난 후 비공개된다는 것은 법 체계상 매우 어색하다. 만약 언론 기관이나 시민 단체들이 선거 기간 동안 관련 정보를 내려 받고, 선거 종료 후 그 정보를 계속 공개해 두었을 때 선관위에서 어떻게 처리할 지도 의문이다. 법에서는 이와 관련 처벌 조항이 존재하지 않아 선관위에서 마땅히 처리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또 공공 기관이 일시적으로 정보를 공개했다가, 다시 비공개로 전환하는 것도 다른 법률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형태이다.

위 조항은 현 디지털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 선거 전후를 막론하고 후보자 관련 정보는 계속해서 공개하거나, 적어도 당선자 정보라도 그대로 남겨두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선거에 출마하려면 자신의 민감한 정보가 계속 공개되는 정도의 불이익은 감수해야 한다.

또 정치 자금법 제42조(회계 보고서 등의 열람 및 사본 교부)도 계속 문제가 되고 있는 조항이다. 이 조항은 정치 자금의 수입, 지출 내역 및 첨부 서류의 열람 기간을 3개월로 제한하고 그 이후에는 공개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특히 3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열람하지 않으면 국고 보조금을 포함한 정치 자금 상세 정보(영수증)는 정보 공개 청구권도 행사할 수 없다.

이로 인해 정당의 운영 현황을 참고하려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정보 공개 청구를 해야 하는데, 영수증 등은 받을 수 없으며 공개 내용도 매우 부실하다. 실제 정당의 경우 연간 300~400억이 넘는 국고 보조금을 받고 있지만, 감사원 감사 등 외부 검증 자체를 받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제한적으로나마 공개된 내용을 보면 1회 식사 비용으로 200~300만 원을 쓰는 것들이 비일비재하게 발견되며, 식당명은 공개하고 있지만 참가자 등은 비공개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50만 원 이상 업무 추진비를 지출할 시, 상대편 이름과 직책을 명기하도록 하고 있으나 정당은 전혀 이를 명기하지 않고 사용하고 있어 형평성에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위 조항은 대표적으로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받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녹색당 후보로 출마한 하승수 변호사는 지난 2009년 위 조항이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고 해서 2009년 헌법재판소에 제기하기도 했다.

국회의원들에게 후원금을 제공하는 기부자 이름을 연 300만 원 이상만 공개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반면, 1회 10만 원 이하, 연간 120만 원 이하 기부자는 이름을 비공개로 할 수 있다. 위 조항은 정당한 기부금 300만 원 이상을 내는 후원자들이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또한, 연간 120만 원 이하로 쪼개서 후원하는 방식을 통해 불법 후원을 하는 문제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20대 국회는 국민의 알 권리를 방해하고 있는 각종 정치 관련 악법 조항을 명확히 개정해야 한다. 정보 공개가 명확하지 않은 곳은 항상 부패가 자랄 수밖에 없고, 이는 국회의 감사 기능을 약화한다. 실제 공무원들은 국회나 정당에 비해 정부가 훨씬 더 엄격하게 예산을 사용하고 있다는 얘기를 자주 한다. 사실 국회의원들이 이런 조항들을 두고 국정 감사를 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있는 것이다. 국정 감사에서 핏대를 올리는 국회의원들이 실제 자신들의 정치 자금 사용 내역이 불확실하다면 어떤 권위가 생길 수 있을지 의문이다. 20대 국회에서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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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한

2002년부터 알권리운동을 해왔습니다. 주로 정보공개법 및 기록물관리법을 제도화 하고 확산하는데 에너지를 쏟았습니다. 힘이 있는 사람이나 단체들은 정보를 감추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햇볕을 비추고 싶은 것이 작은 소망입니다. 최근에는 사회적으로 어려운 컨텐츠를 쉽고 재밌게 바꾸는 일을 하는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상임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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