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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주만 국회의원 기록을 남겼다고?

[전진한의 알권리] 기록되지 못한 국회 활동

각 당의 20대 총선 공천이 마무리 되면서, 당별 현역 의원 30~40%가 물갈이되고 있다. 본격적인 총선 레이스가 시작되었고, 각 당은 양보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이 총선에 올인 할 때, 20대 국회에 진입하지 못할 국회의원들에 대해 생각할 문제가 있다. 바로 '국회의원 기록'을 기증하는 문제이다. 최소 4년에서 20년 넘게 의원직을 유지하다가 국회를 떠나게 되는 국회의원들이 생산하고 남겨둔 기록에 대해서 우리 사회는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국회의원들은 입법, 감사, 예·결산 심사, 청문회 등 중요한 업무를 맡으면서, 직, 간접적으로 수많은 기록을 생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생산된 각종 기록(심지어 보좌진이 의원한테 전달한 메모)들은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 물론 국회는 각종 회의에 대해서 속기록을 작성하고 있고, 국회사무처에서도 각종 기록을 관리하고 있으나 각 의원들의 활동을 파악하기에는 부족하다. 실제 국회의원들은 공식적인 활동 이외에도 각종 내밀한 기록을 생산하고 있고, 이 기록들을 통해 활동을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기록들은 그동안 단 한 번도 공식적으로 관리되지 않고, 사라져 버렸다. 국회의원들은 총선에 실패하면 자신들이 생산한 기록들을 대부분 파기하거나 개인적으로 외부로 가져가기 때문이다.

국회기록보존소에 따르면 현재 관리되고 있는 국회의원 기록들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고, 국회의장직을 역임한 인사들이 기증한 기록만 관리되고 있는 형편이다. 그 기록들도 정책 관련 기록들이 아닌 사진, 영상 등 시청각 기록물이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2015년 12월에 별세한 이만섭 전 국회의장의 경우, 국회의장 중 가장 많은 기록을 국회기록보존에 기증했지만(기록 263권, 행정박물 1845점) 정책 기록은 거의 없고 피상적인 기록들만 관리되고 있어 아쉬움이 크다. 그가 국회의장직을 수행하면서 생각한 각종 고민과 철학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활용되었더라면 좀 더 발전 된 정치문화를 위해 큰 기여를 했을 것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정봉주 의원(17대 국회의원)의 경우 임기를 마치고 체계적으로 기록을 정리해 국회기록보존소에 기증한 사례를 가지고 있다. 정봉주 의원은 대학 입학 제도 관련 기록 △ 법학전문대학원 설치 관련 기록 △ 일본 역사 교과서 왜곡 대책 기록 △ 국사 교과서 관련 토론 기록 등 2068권의 대한 기록을 국회의원직을 마치고 기증했다. 이 기록들은 사료적 가치가 높아 향후에도 각 분야에 의미 있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상 국회기록보존소에 관리하고 있는 국회의원 기록은 정봉주 의원 기증한 것이 유일한 셈이다.

이렇듯 국회의원 기록 관리가 되지 않는 원인은 여러 가지 있다. 우선 현재 각 의원 실별로 전자 문서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지만, 대부분 생산한 기록들은 등록을 하지 않은 채 개인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국회의원실과 행정부 간 자료 유통 시스템인 '의정자료전자유통시스템'도 존재하나 활용도가 낮고, 이관도 강제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국회의원직을 잃는 경우, 체계적으로 기록을 정리 및 이관하는 문화도 없고 제도도 없다. 그 결과 헌법 기관인 국회의원의 소중한 활동은 활용되지 못한 채 사라져 가고 있다. 참으로 딱한 현실이다.

현재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은 정부 및 국회사무처의 기록에 대한 생산 및 관리, 보존을 강제하고 있지만, 국회의원의 기록은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이런 현실을 안타까워하면서 수많은 전문가들이 법 제·개정을 요구했지만, 19대 국회에서는 입법을 위한 논의조차 진행되지 못했다.

법 제, 개정은 차후 과제로 미루더라도 국회의원들의 기록 관리는 지금부터 사례를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이번을 끝으로 국회를 떠나게 된 의원들의 자발적 협조가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역대 최초로 19대 청년 비례대표가 된 장하나, 김광진 의원의 경우 재선은 좌절되었으나 남은 기간 기록을 정리해, 국회기록보존소에 기증하는 모범 사례를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이 기록들은 청년 비례 국회의원들의 19대 국회의 활약을 후세대에 잘 증거 해 줄 것이다.

기록되지 못한 국회 활동은 자극적인 정치 투쟁으로만 묘사되어 후세대에 전달되고, 그것은 곧 정치 문화 퇴보로 이어진다. 기록을 통한 평가만이 후진적 정치 문화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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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한

2002년부터 알권리운동을 해왔습니다. 주로 정보공개법 및 기록물관리법을 제도화 하고 확산하는데 에너지를 쏟았습니다. 힘이 있는 사람이나 단체들은 정보를 감추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햇볕을 비추고 싶은 것이 작은 소망입니다. 최근에는 사회적으로 어려운 컨텐츠를 쉽고 재밌게 바꾸는 일을 하는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상임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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