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가정보원과 검찰·경찰이 이동통신회사들로부터 가입자의 '통신자료'를 제공받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그 신분도 일반시민, 국회의원, 언론인, 시민활동가 등 유형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통신자료를 제공받고 있다. 필자 주위에 많은 지인들은 위 통신자료를 각 기관에 제공한 것을 확인하고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누군가 내 통신내역을 조사하고 있다는 그 자체가 상당한 불안감을 유발할 수밖에 없고, 이는 헌법 17조(사생활의 비밀), 18조(통신의 비밀) 등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사안이 심각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통신자료를 왜, 어떤 목적으로 제공했는지 전혀 밝히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정보원과 검찰·경찰 등은 통신자료를 왜 요청했는지 당사자들에게 알릴 법적 의무가 없고, 국가안보에 관련된 사안이라 공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개인 정보 보호법은 개인정보 수집, 제공 등을 정보주체자(통신가입자)의 동의를 받는 경우에 한해 개인정보의 수집·이용 목적, 개인정보의 항목, 개인정보의 보유 및 이용 기간, 동의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 등의 내용을 고지해야 해야 한다. 하지만 정보 주체자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되는 경우에는 아무런 통지를 할 필요가 없게 되어 있다.
개인 정보 보호법 15조 1항 1호의 경우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거나 법령상 의무를 준수하기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 △공공기관이 법령 등에서 정하는 소관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 △정보주체 또는 그 법정대리인이 의사표시를 할 수 없는 상태에 있거나 주소불명 등으로 사전 동의를 받을 수 없는 경우 등 5가지 사례의 경우 정보 주체자의 동의를 얻지 않고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쉽게 말해 당사자에게 통신자료 제공을 알릴 때에는 상세한 설명을 해야 하지만, 법률에 해당하는 강제적일 경우 왜 개인정보를 가져갔는지 알리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전기통신사업법에도 사유를 밝히는 것에 대해 명시적 조항이 없다. 현재 국정원·검찰·경찰은 이런 법의 맹점을 이용해 당사자들에게 왜 개인정보를 가져갔는지 설명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정보공개법에서는 다른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들어 자신과 관련 된 수사 관련 기록까지 정보공개 판결이 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수사 관련 기록은 과거에는 비공개 자료였지만 최근에는 공개하라는 판결이 계속해서 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월 21일 광주지법 행정 1부는 A모씨가 광주지검 순천지청을 상대로 낸 수사 관련 기록 정보결정 소송에서 원고에게 정보를 공개하라는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4호는 수사에 관한 사항으로 공개될 경우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만들 수 있는 정보를 비공개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면서 '의견서, 보고문서, 메모, 법률 검토 문, 내사자료' 등은 비공개 대상정보이나 '사건 기록, 출석요구서, 수사보고서, 송치서 사본' 등 재판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정보는 공개대상이라고 판시했다.
아무리 수사 관련 정보라도, 명확한 비공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공개하라는 판결이다. 위 재판뿐만 아니라 최근 검찰·경찰 수사기록 공개, 피해자 진술조서 등의 정보공개 청구가 잇따르고 있는 등 최근 정보공개 판례는 비공개에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공개가 원칙이므로 수사관련 정보도 공개될 수 있다는 것을 계속 말하고 있다.
위 판결은 '통신자료 제공이유' 공개에 대해서도 적용할 수 있다. 통신자료 제공이유를 공개하라는 조항도 없지만, 비공개하라는 조항도 없다. 이는 곧 '통신자료 제공 이유'도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거나',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하거나 형사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가 아니면 공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즉 자신의 개인정보를 제공당한 시민이 '통신자료 제공 이유'에 대해서 정보공개 청구를 한다면 위 판례에 비추어 보아 공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보공개법은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국민의 국정참여와 국정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는 모든 국민에게 원칙적으로 공개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안희철 변호사(법무법인 양재)도 '국가정보원과 검찰·경찰 등이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은 이상 이동통신 회사들로부터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각 호를 근거 해 개인정보를 받아서 이용하였다고 볼 수 있는데, 정보 공개 청구로 접수될 경우 이 호 어느 규정에 의해 통산 자료 제공을 받았는지 밝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테러 방지법 통과 이후, 사생활 침해에 관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사실 이런 글을 쓴다고 해서, 관련 기관에서 내 통신자료를 요구하지 않을지 걱정이다.
이번 통신자료 제공은 실제 권력기관에서 자신의 사생활을 엿보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라면 법을 떠나, 시민들의 통신자료를 취합을 했으면 그 이유를 밝히고 설명하는 것이 도리이고, 그것이 헌법정신에 부합하는 것이다. 국정원·검찰·경찰의 존재 이유가 시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생활을 보호하는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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