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 2당의 충격적인 성적표를 거둔 새누리당이 "무소속 당선자의 복당은 없다"는 입장을 뒤집었다. 원내 1당이 되기 위해 한 입으로 두 말을 하는 '몰염치'를 보여줬다.
'신박'으로 완장을 차고 당을 들었다 놓았다 했던 원유철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장을 차지했다. 유승민 의원을 자리에서 쫒아내고 원내대표를 꿰찬 그가 총선 패배 후에 당대표의 자리에 오른 셈이다. 이것도 '관운'이라면 '관운'이다.
총선 전까지만 해도 "무소속으로 당선되신 분들이 복당해서 새누리당에 온다는 것은 안 된다"며 "당헌당규가 그렇게 돼있다"고 주장했던 원 위원장은 '해당 행위자'들의 복당을 사실상 '요청'하는 발표를 제 입으로 함으로써 스타일을 완전히 구기게 됐다.
복당 허용 선언은 친박계 주도의 공천 실패를 인정한 것이어서, 총선 패배 책임론이 이한구 전 공천관리위원장을 위시한 친박계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전 위원장은 15일 자신이 맡고 있는 새누리당 전국위원회 의장 자리를 내 놓고 물러났다. 공천 실패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유승민 당선자의 복당마저 인정된다면, 총선 패배 책임론은 박근혜 대통령에게까지 튈 수 있다.
탈당파, 복당 신청하며 '친박 책임론' 공세 '스타트'
4.13 총선에서 인천 중.동.강화.옹진에서 당선된 안상수 당선자는 이날 인천시당에 복당을 공식 신청했다. 안 당선자는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 "(총선 책임론과 관련해) 대부분의 이유가 부실 공천"이라며 "80~90%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잘못했다"고 친박계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안 당선자는 "사실 약이 올라가지고 당선이 확정되면 애 좀 먹이고 들어가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안 당선자처럼 복당 가능성이 있는 인사는 유승민, 주호영, 윤상현, 강길부, 장제원, 이철규 당선자 등 7명이다. 유승민 당선자의 경우 복당은 하겠지만, 당장은 아니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들 탈당파는 과거 굴욕적인 수모를 감내해야 했다. 이한구 전 위원장은 공천 전횡을 비판하는 김무성 대표의 주장에 대해 "바보같은 소리"라고 비난했고, 공천 배제 사유에 대한 답변으로 "얘기하면 그 사람 병신 된다"는 독설을 내놓았다. 무소속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잘린 사람 연대냐"고 조롱했다.
이같은 수모를 견뎌 낸 탈당파들에게 새누리당의 전격적인 '복당 허용' 방침은 강한 명분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주목되는 것은 유승민 당선자의 복당, 그리고 윤상현 당선자의 복당 여부다. 유승민 당선자가 복당할 경우, 총선 패배 책임론은 유 의원의 '공천 배제' 원인을 제공했던 박근혜 대통령을 향할 수 있다.
윤상현 당선자의 경우 과연 복당을 허용해야 하는지 논란이 일 수 있다. 그는 "김무성 죽여버려" 발언으로 당 대표를 조롱했고, 친박 핵심으로 전횡을 벌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윤 당선자 공천 배제가 결정될 때, 비박계 등 7명이 함께 날아갔다. 그런 그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새누리당이 민심을 여전히 우습게 여긴다는 방증으로 유권자들에게 비칠 수 있다.
원유철, 책임론 물타기? "네 탓 말고 내 탓 하자"
말바꾸기의 당사자 원유철 비대위원장은 진땀을 빼고 있다.
원 위원장은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친박계 책임론이 나온다'는 질문에 "선거 패배의 책임은 저를 포함해서 우리 새누리당 지도부가 1차적인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특정 계파의 책임이 크다고 보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지금 이 상황에서 우리 새누리당이 아주 참패를 당했고 국민의 따가운 질책과 철저한 외면을 당한 시점에서 우리가 누가 누구에게 서로 탓을 씌울 수는 없다. 우리 새누리당은 전부 '네 탓이오'가 아니라 '내 탓이오' 해야 맞다. 저부터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총선 패배 책임론을 비켜가기 위해 '공동 책임'으로 물타기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
원 위원장은 '과거 복당은 안된다고 말했는데 입장이 변화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최고위원회의 어제 결의된 걸 말씀드린다. 개인의 (입장 변화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비켜갔다.
원 위원장은 "그 전에 (복당 불가 입장을) 한 것은 원내대표로 (말 한 것)"이라며 "지금은 개인적으로 말할 입장이 아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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