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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법카'로 룸살롱에 쏟은 돈, 1조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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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그들이 '법카'로 룸살롱에 쏟은 돈, 1조 원

[민교협의 정치시평] 진짜 지배 세력 실체 드러내자

한국 민주주의가 후퇴를 거듭하는 가운데 절차적 민주주의의 한 축인 총선이 다가오고 있다. 그런데 말 그대로 가관이다. 도저히 눈을 뜨고 봐 줄 수가 없다.

지지율에 있어서 타 정당에 비해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는 새누리당 내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친박, 진박, 원조박, 종박, 가박, 비박이네 하는 천박한 용어를 스스로 자랑스러워하며 사용할 정도로 한국 정치의 수준을 크게 저하시켜 왔다. 그 후 선거가 임박해 오자 단순한 공천 갈등을 넘어 온갖 계파 간 권력 투쟁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창피한 수준의 칭얼거림이 연일 언론의 1면을 차지하는 등 정치 혐오증을 부추겨 왔다.

공천 못 받았다고 뛰쳐 나온 유승민계(?)가 민주 투사인 양 포장되는가 하면, 김무성의 앙탈 쇼는 '옥새' 투쟁으로 묘사되는 등 한국 정치의 수준은 끝없이 추락했다. 심지어 최근에는 대통령의 사진을 '존영'이라고 일컬으며 반납 요구와 거부의 쇼까지 이어지며 절차적 민주주의조차 난장판이 되는 모습으로 이어지고 있다. 언제나 그랬듯 탈당 인사들은 당선 시 복당하는 것이 수순인데, 우리네 언론은 필요 이상의 무소속 후보 선전 운운하며 호들갑을 떨며 마치 선거 민주주의의 묘미인 양하며 쇼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야당이라고 다를 것은 없다. 새정치를 한다며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탈당한 안철수는 새누리와 본격적인 대결을 피하고 야당끼리 전멸하는 전략을 들고 나오더니, 결국 특정 지역에서 토호화되어 진보성을 상실한 퇴물들을 모아 정당을 창당했지만, 아니나 다를까 공천 과정에서 심각한 불협화음을 내며 현재 당 지지율이 크게 추락해 있는 상태이다.

더불어민주당으로 이름을 바꾼 민주당 역시 본질적으로 큰 차이는 없다. 퇴물들의 탈당으로 오히려 야당으로서의 정체성이 살아나는가 싶은 상황에서 또 다른 종류의 퇴물 정치인인 김종인에게 막대한 권력을 쥐어 줌으로서 한층 더 야당으로서의 색깔을 잃게 되었다. 이 와중에서 일부 의원들은 국민의 당이 아니라 아예 새누리당으로 이적했으며, 소수이지만 거꾸로 새누리당에서 이적해 온 이도 있는 등 선거를 앞둔 이합집산은 가히 절정에 이르렀다. 그 이후 최종 공천자들을 확정하면서 여당과 야당의 동반 정치 쇼의 1막이 끝났다.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이제 곧 전형적인 정치 쇼 단계로 넘어가서 야권 통합 후보가 성립이 되었네 아니네 하는 뉴스나 당선이 거의 불가능한 지역들에서 의외의 선전이 이루어지고 있네 아니네 하는 뉴스들이 도배를 하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러저러한 폭로전과 선거법 위반으로 고소고발이 난무하는 등 한바탕 쇼는 극으로 치달을 것이다. 그 와중에서 많은 사람들이 최면에 걸린 듯 각자 흥분의 도를 높여가며 환호와 탄식을 반복하며 살아갈 것이다. 물론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은 힘든 일상 속에서 정치혐오증에 사로잡히거나 무관심으로 일관하겠지만.

물론 다당제에 기초한 선거 정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정치 과정이다. 그러나 우리는 주기적으로 돌아오는 절차적 민주주의의 환영 속에 주기적으로 갇히면서 많은 진실들을 잊고 만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세력들에 관한 진실이다. 정당 정치, 선거 정치, 대의 정치의 화려한 룰 속에서 갇혀서 우리는 이러한 제도들 뒤에서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다양한 기득권 세력들의 존재를 잊고 만다.

어떤 정당이 총선이나 대선에서 승리하든 그러한 정당 정치 뒤에서 실질적으로 우리를 지배하는 권력은 따로 있다. 그것은 넓은 의미의 지배 계급인 자본가 계급과도 연결되어 있지만, 그 자체는 아닐 수도 있는 관료 등 다양한 과두적 지배 동맹체 내 다양한 집단들을 의미한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실질적 지배 세력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없으면 우리는 영원히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절차적 민주주의의 틀 속에서 기득권의 영구적 지배 구조를 공고히 하는 데 우리의 노력을 바치게 되고 말 것이다.

▲ 강남 부동산 개발 과정에서 조직 폭력배와 정치권의 추악한 결탁을 다룬 영화 <강남 1970>의 한 장면. ⓒ모베라픽처스

정당 정치 이면에서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자, 누구인가?

공교롭게도 이와 관련하여 최근 한 책이 출간되었다. <대한민국 무력 정치사>(존슨 너새니얼 펄트 지음, 박광호 옮김, 현실문화 펴냄). 한국 사회의 정치권력과 자본은 물론, 검찰과 경찰 등 수사 기관 관료, 그리고 조폭 등 간의 관계에 대해 역사적으로 살펴 본 연구 결과물이다. 바로 정당 정치의 이면에서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자들에 대한 매우 희귀한 연구 성과물이다.

이 책의 미국인 저자 펄트는 한국의 정치 권력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경찰과 폭력배들을 동원해 부정을 저지르는 것은 기본이었지만, 점차 정치 영역으로의 직접적인 동원은 사라져 간 반면, 현재 국가는 여전히 민간 무력 집단들을 '용역'으로 고용해 범죄적 폭력을 대신하게 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다양하게 폭로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이러한 협력이 특정한 정치 조건에 대한 국가 행위자들의 계산된 대응이라고 해석한다. 특히 그는 조폭에 주목하는데, 이들의 주요 수입원 2위는 정치권력과 경찰 등의 묵인 하에 이루어지는 '용역 깡패'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용산 강제 철거 사건'이나 '쌍용자동차 파업 파괴', '유성 기업 파업 파괴' '인사동 노점상 철거'와 같은 사건들에서 합법적 기업으로 진화한 조폭들이 경찰들과 함께하며 활약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

국가는 이런 현장에서 직접 폭력을 수행하지 않고, 폭력의 관리자로서 행동한다. 특히 저자는 조폭들이 유독 강제 철거와 노동 탄압에 동원되는 현상에 집중하면서 그 이유는 국가 행위자들의 폭력은 민주화 이후 침묵하고 있는 중산층을 깨워 시민사회를 연합하게 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국가는 인기 없고 잡음이 생길 수밖에 없는 활동을 앞에 나서서 하지 않으면서 중산층이 계속 사회에서 방관자적 태도를 취하도록 해 온 데에 있음을 강조함으로써 그 동안 간과해 왔던 중산층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은 우리 사회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집단들 중 조직폭력배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였을 뿐 아니라, 이들은 국가 공권력에 의해 적극적으로 만들어지고 동원되어지는 존재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다양한 자료들을 통해 폭로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는 노동 탄압과 철거민 혹은 노점상 철거 문제를 중심으로 살펴 보다 보니 국가(관료)-자본-조폭 등의 연계에 있어서 조금 더 근본적인 부분들을 밝히지 못 하는 한계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즉, 그보다 더 근본적인 유착과 동맹 관계를 이루는 진정한 '내부자들'의 문제로 접근하지 못 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또한 이러한 동맹 관계를 맺게 된는 경제적 토대가 무엇인지를 밝히기 보다는 정치권력, 검경과 조직폭력 집단 간의 관계를 폭로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다소 한계가 있다.

그런데 마침 이러한 부분을 보충해 주는 중요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형사정책연구원에서 나온 이 연구 보고서는 2015년 8월 기준 전국 교도소와 구치소에 수용된 전, 현직 조직폭력 단체 조직원 307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및 심층 면접을 통해 매우 의미 있는 연구 결과를 보여 주고 있다. 한국의 이 보고서에 따르면, 조폭들은 여전히 직간접적으로 다양한 성매매업을 주 무대로 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물론 건설 토목 산업 분야 등 성매매 산업과 직접적인 연계가 없는 분야로 합법적인 가면을 쓰고 진출하는 경우도 많아졌지만, 여전히 120조 원대에 이르는 사채업이나 불법 추심업, 사행성 도박 등의 분야를 팽창시키는 주범이기도 하다. 물론 국가 공권력은 이 과정을 방조하고 있으며, 부유층은 물론 다양한 남성들을 때로는 성구매자로서, 때로는 조폭의 하청 관계로서 이 어마어마한 규모의 부패와 인간 착취, 그리고 10대 청소녀를 포함한 여성인권 파괴의 구조로 끌어들이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성매매 시장 규모는 연간 30조~37조 원, 불법 대부 시장 규모는 3조5000억~7조원, 유흥업 관련 불법 시장 규모는 6조7000억~10조2000억 원 정도로 추정되며, 이들 3개 시장의 규모를 합치면 대략 연간 40조2000억~54조2000억 원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불법 사행 산업의 연간 시장 규모인 101조~160조 원 규모까지 모두 합하면 불법 시장 규모는 연간 141조2000억~214조2000억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분석된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수익구조를 창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조폭들은 거의 세금을 내지 않고 있는데, 이는 단순히 법적인 하자를 이용한 조폭들의 머리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직시해야 할 것 같다. 또한 어찌된 일인지 범죄 수익 환수를 위한 입법적 보완은 지속적으로 지체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범죄 수익 환수 제도는 작동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실제 환수 실적이 아닌 환수 보전 조치 실적 역시 2012년 기준 연간 2800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조폭 범죄' 시장 규모 무려 114조 원진짜 지배 세력은 그들

우리나라 지하 경제 규모는 연구 기관마다 차이가 크지만 최대로는 대략 450조 원, GDP의 3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러한 지하 경제 중 노동 대중들의 삶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히는 분야인 성매매, 성매매가 전제된 각종 유흥업, 고리대금업, 사채업 등의 시장 규모는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연 약 141조 원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막대한 지하 경제를 바로 잡아야 할 국가는 오히려 이러한 세력과 손을 잡고 있거나 혜택을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심지어 형사정책연구원의 보고서에서조차 조직폭력배, 그리고 이들과 동업 관계에 있는 업소 사장들, 투자자, 그리고 검찰과 경찰 등 국가 공권력과의 연계 고리를 차단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을 정도로 이러한 기득권 카르텔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국가 공권력뿐만이 문제가 아니다. 누구나 잘 알고 있듯이, 이러한 국가 방조 조폭 경제에 가장 큰 젖줄이 되고 있는 영역이 바로 이러 저러한 기업들이다. 마찬가지로 위 자료에 따르면, 2014년 한 해 동안 국내 기업(법인세 납부 기업 55만 472개 업체)이 접대비로 사용하다고 신고한 금액은 총 9조3368억 원이었다. 이중 기업들이 유흥업소에 법인 카드로 사용한 금액은 1조1819억 원에 달하며, 주로 룸살롱(62%)과 단란주점(17.1%)에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고하지 않은 금액까지 고려한다면 아마도 훨씬 더 큰 금액이 유흥업소에서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법인 카드가 아닌 각종 편법적 비용 지출 방식이나 개인 카드 지출까지 합한다면 사기업들 중 일부로부터만으로도 어마어마한 돈이 지출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자영업자 등의 성매매 산업으로의 비용 지출까지 합한다면 가히 천문학적인 숫자가 될 것이다.

순수하게 경제적인 측면으로만 보아도 이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하지 않을 수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단순하게 그 돈들을 곧바로 사회복지 등에 돌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류일 수 있지만, 어찌 되었든 이러한 구조를 어떻게든 조금씩이나마 고치려는 노력들이 있었다면 언제나 국가와 자본이 내세우는 경제 위기론을 잠재우고 복지 사회로 나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 뿐인가? 이러한 구조로 말미암아 수없이 많은 우리의 청소년/녀들이 집을 나와 결국은 각각 조폭 하수인과 성매매 여성 등으로서 성매매 산업으로 빠져드는 심각한 사회 문제도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듯 온갖 사회적, 경제적 지표들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으며, 언제나 민생 경제를 외치는 권력자들이 정작 중요한 사실들을 모른 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진정으로 저들은 이 사실을 몰랐을까? 그리고 왜 이러한 부분에 대한 연구는 지금까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일까?

무엇보다 진보적 성향의 남성들조차 이러한 영역에 직간접적으로 얽혀 있다는 것이 이 문제의 기저에 흐르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이다. 물론 조폭 문제는 나와는 큰 상관없는 범죄 영역의 문제이고, 성매매 문제는 여성의 문제라고 생각해 온 데에도 한 원인이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근본적으로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드러내는 작업들을 수행해야 하는 진보적 지식인들과 활동가들이 국가와 자본, 계급과 노동, 젠더와 성소수자, 시민 사회와 사회운동, 진보 정치와 사회 혁명 등등에 있어서 서구(혹은 서구에서 시작된) 역사, 정치와 사회, 경제 이론에만 관심이 있을 뿐 우리 사회 고유의 문제에 대해서는 고민이 적었다는 데에 원인이 있다.

선거에 관심을 갖고 투표에 참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지만, 그 과정과 결과에 과도한 몰두는 금물이다. 이제 정당 정치, 선거의 뒤에 숨어서 노동대중의 돈으로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고, 우리를 지배하는 우리 사회의 진짜 지배 세력의 실체를 드러내는 것이 이제는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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