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1일부터 공식적인 선거 운동이 시작되었다.
거대 정당들에서의 각종 공천 관련 사건들이 연일 언론에 도배되면서 유권자들은 지역 후보도 제대로 모른 상태에서 20대 총선을 치르게 되었다. 사실 지난 총선들에서 정당의 공약이나 지역 후보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이 이루어졌는지를 묻는다면 이번 총선만을 '깜깜이 선거'라 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만큼 정당 공약들이 이슈화되지 못한 경우도 없었던 것 같다. 시대를 퇴행하고 있는 여당의 공천 행위와 야권의 분열, 이들 분열상만을 부각하는 언론에 의해 자칫 선거에서의 한 표 행사를 포기하는 이들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도 앞선다.
총선은 시민 사회가 미래 정치를 직접 제어할 수 있는 공식적인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정당의 정책 비전, 소속 후보의 정책 공약을 선택함으로써 나의 정치 비전을 국회에 투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총선은 야권에서 주장하듯이 지난 시기 경제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고 경제 민주화 실행을 촉구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어떤 후보를 국회에 입성시키느냐에 따라 현재 우리 사회의 첨예한 문제인 양극화 문제, 청년 실업 문제 등이 완화되거나 악화될 수 있다. 유권자들의 올바른 표 행사를 가로막는 선거 제도의 개선 역시 여기에 유리한 국회를 구성해냄으로써 이루어질 수 있다. 총선에서의 한 표 행사가 허투루 되어서는 안 될 이유이다.
우리 사회에서 에너지 정치 역시 중요해지고 있다. 신성장 산업으로 확대일로에 있는 재생 가능 에너지 산업에 국가적 역량을 투입할 것인지, 현재의 산업 동맹에 굴복하여 사양 산업인 석탄, 핵 발전 산업에 매달릴 것인지에 대한 정책 판단을 앞두고 있다. 이번 총선을 통해 새롭게 구성될 국회에서는 현안인 에너지 이슈들이 에너지 전환의 관점에서 비중 있게 다루어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들 에너지 이슈들을 적확하게 제기할 수 있는 국회의원들을 나의 한 표로 국회에 보내는 것이 중요해진 것이다.
그간 직간접으로 시민 사회가 주도한 에너지 전환 실천에 참여해온 시민들의 한 표 행사는 특히나 중요하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국내에서도 절전소 운동, 에너지 자립 마을 만들기, 에너지 협동조합 결성 등 다양한 에너지 시민운동들이 전개되면서 에너지 전환 실천들이 이어져왔다.
시민들이 참여하는 지역 에너지 계획도 마련되면서 정책에의 시민 참여도 증가하고 있다. 이런 실천들이 국가 정책으로 제도화되고 전국적인 차원에서 에너지 전환이 실행되자면 이들 전환 이슈들이 국회에서 주요하게 다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탈핵, 에너지 전환을 주도해나갈 국회의원을 시민의 한 표로 늘려나가는 일이다.
에너지 전환이 시민 사회의 운동과 정당 정치의 결합으로 가능하다는 점은 현재 탈핵 에너지 전환을 실행하고 있는 독일의 지난 역사가 잘 보여준다. 1970년대 중반 전국적인 반핵 운동에 참여했던 독일 시민들은 풍력, 바이오매스 활용 기술 등 대안 기술 개발, 대안 에너지 시나리오 작성에 나서는 한편, 자신들의 대안 에너지 정책을 대변할 정당 결성에 나섰다.
1977년에 소수 정당 선거 연합으로 출발한 녹색당은 1978년에 처음 니더작센 주에서 3.9% 득표로 주의회에 진출하여 탈핵 에너지 정책을 이슈화하는데 성공했다. 그러고는 계속된 시민 사회의 반핵 운동을 배경으로 1980년 공식 정당으로 출범한 전국 녹색당은 1983년에 연방 의회 진출에도 성공했고 1986년 거대 정당인 사회민주당에 영향을 주어 탈핵의 길로 들어서게 만들었다.
1998년 사민당과 적녹 연정을 통해 현재의 탈핵 에너지 전환 토대가 된 핵 발전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에너지 전환의 정치가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이 선거를 통해 자신들의 에너지 미래 비전을 표출해왔기 때문이다. 2010년 기독민주연합이 1998년의 핵 발전 합의를 깨트렸을 때 시민들은 즉각 이듬해 치러진 주의회 선거에서 기민련에 패배를 안겨주었다.
이번 총선에서는 우리도 지난 시기 위험한 핵 발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의 실정에 대한 책임을 물어 우리 에너지 정책의 미래를 새롭게 구성하도록 하자.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