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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민주주의 파괴 위한 '폭탄'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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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민주주의 파괴 위한 '폭탄' 설치"

[인터뷰] 케말 오즈칸 인더스트리올 부총장

터키 태생으로 타이어 생산노동자였던 그는 한국 상황에 관심이 많았다. 1980년 터키에서 발생한 군사쿠데타 여파로 5년간 감옥에 갇혀 있었던 아버지는 그에게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몸으로 가르쳤다.

타이어 생산노동자로 일하다 노동운동에 뛰어들어, 현재 국제제조산별노조(인더스트리올)의 부총장으로 있는 케말 오즈칸(47) 부총장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구속, 정부의 '2대 지침'을 비롯한 노동법 개정 움직임, 심지어 테러방지법 제정까지 한국의 민주주의가 심각한 위기에 놓여 있다고 주장했다.

양대 노총 제조 공투본의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오즈칸 부총장은 "노동권 뿐 아니라 전반적 인권의 측면에서 한국 민주주의의 질이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다"며 "이는 정권과 권력자들이 한국 민주주의 제도의 기반을 파괴하기 위해 '다이나마이트'를 설치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즈칸 부총장은 "한국 정부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구속한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위기에 놓인 경제를 일으킬 수 있는 길은 누가 뭐래도 신뢰 위에 쌓은 건전한 노사관계에 있음을 강조한 케말 부총장은 "한국은 이런 국제적 경험과 반대로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기업에게 규제를 풀어주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방식의 해법은 '비과학적'이며 '국제적으로도 증명된 바 없는' 대안임을 여러 차례 역설한 오즈칸 부총장은 오히려 대안으로 임금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세계는 지금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지난 24일 진행된 케말 오즈칸 부총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케말 오즈칸 부총장. ⓒ프레시안(최형락)


OECD "현재의 경제 불평등 수준, 200년 전과 비슷"

프레시안 : 양대노총 제조공투본 초청으로 한국을 찾았다. 인더스트리올(IndustriALL)에 대해 소개 부탁한다.
오즈칸 : 전 세계 147개국에 회원조합을 둔 국제제조산별노조다. 금속, 화학, 에너지, 광산, 섬유산업에 걸쳐 5000만 명의 조합원이 가입해 있다. 한국에서도 민주노총 소속의 금속노조, 화학섬유연맹과 한국노총 소속의 금속노련, 화학노련, 전력노조가 회원조합으로 들어와 있다. 전 세계 제조업 노동자를 대표하는 곳이라고 말할 수 있다. 본부는 국제노동기구(ILO)가 있는 스위스 제네바에 있다
프레시안 : 이번 방한 기간에 있었던 여러 심포지엄에서 임금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세계적인 경제 위기 속에 임금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배경을 설명해 달라.
오즈칸 : 지금까지 부채 의존 수출 주도형 경제 모델이 작동해 왔는데, 그 결과는 불평등의 심화와 경제 불안이라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불평등이 커진 사회는 지속 가능성에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노동조합에서만 하는 얘기가 아니다. 국제금융기구들도 이런 문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최근 들어 불평등의 심화 문제를 지적하는 연구와 보고서를 내고 있는 국제금융기구들은 얼마 전까지도 전 세계 나라들에게 경제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정책을 강요했던 바로 그 기구들이다. 국제금융기구, 세계은행, 유엔 산하 개발기구 등이 그들이다. 그런데 그들도 이제는 자신들의 정책 노선을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세계경제포럼에 모인 수천 명의 각국 수반과 경제학자, 기업인들도 세계 경제의 가장 큰 위협 요인은 급증하고 있는 불평등이라는 합의에 이르렀다. OECD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현재 21세기 경제 불평등의 수준이 1820년대, 즉 200년 전 상황과 비슷하다고 평가내리고 있다.
프레시안 : 그런 인식은 어느 정도 공유됐어도, 해법은 각국마다 다르게 나오는 상황 아닌가?
오즈칸 : 새로운 경제 모델이 필요하다. 사람이 중심이 되는 경제 모델을 개발해야 문제가 해결된다. 지난 10~20년 간의 통계를 보면 임금이 GDP(국민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급격하게 줄어 들어 왔다. 생산성은 올라가는데, 임금 인상률은 생산성이 올라가는 수준을 못 따라가고 있다. 소득분배의 불평등을 확대시키는 중요한 원인이다.

"전 세계는 지금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
▲오즈칸 부총장은 임금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생활임금을 강조하는 맥락도 거기에 있나?
오즈칸 :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 적정한 임금이 보장되는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야 하는 공통의 과제를 가지고 있다. 개발도상국은 특히 심각하다. 방글라데시의 월평균 임금은 65달러다. 미얀마가 85달러, 베트남이 120달러, 캄보디아가 128달러 수준이다. 이런 임금으로는 정상적인 생계가 불가능하고, 내수 침체를 야기해 결국 세계 경제의 동력을 저하시킨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는 지금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 GDP에서 차지하는 임금의 몫이 늘어야 한다. 그래야만 지금의 경제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과 사회 발전의 해결책은 누가 뭐래도 임금 인상이다.
G20 정상회의에 국제 노동계가 제출한 보고서가 있다. 그 보고서의 결론은 임금을 높여 노동자 소득을 늘리면 경제 성장에 순효과를 낸다는 것이었다. 임금이 올라가면 구매력이 늘고, 구매력이 늘면 내수가 확대되고, 결국 국민 경제 발전에 동력이 생기고, 세계 경제에도 활력을 준다. 그 출발점이 바로 임금 인상이다.
이런 의미에서 임금 인상은 경제 성장 지표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되어야 한다.

"해고를 쉽게 하면 청년 실업 해소? 비과학적인 환상이며 거짓말"
프레시안 : 경제 위기는 한국도 심각하다고들 한다. 정부는 그 해법으로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와 노동시장 개혁을 내세우고 있다.
오즈칸 : 한국 정부의 정책에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경제 위기와 제조업 위기의 진짜 원인에 대한 역사적인 이해와 과학적인 분석이 결여돼 있는 정책이다. 경제 위기 해결을 바란다면, 이른바 한국 정부의 노동 개혁으로는 불가능하다. 국제 경험이 이를 증명한다.
남한은 제조업이 강한 나라다. GDP의 30% 이상을 제조업에서 받쳐주고 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적절한 산업 정책을 놓치고 있다. 산업 정책은 다양한 영역에 대한 정책의 총합이다. 노동시장 및 무역과도 관련이 있고, 경제 발전의 전략이나 비전도 중요하다. 그런데 이는 정부의 일방적인 추진으로는 불가능하다. 각 이해 당사자와의 충분한 대화와 합의가 매우 중요하다. 한국은 그 지점이 빠져 있다.
전체 산업의 디지털화와 자동화는 제조업 일자리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산업과 경제 전반의 전환기에 놓인 한국 정부가 과연 다양한 당사자와의 폭넓은 대화, 과학적 분석과 심도 있는 대안 마련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가? 의문이다.
또한 산업정책은 기후변화 등 환경 변동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지난해 12월 파리에서 체결된 기후변화 협약과 관련해 정부가 정보를 독점하지 않고 다양한 주체와 공동 대응할 의지가 있나? 기후 변화의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영역이 바로 철강, 조선 같은 중공업이다. 타격을 받으면 구조조정이 필요하고 산업 재편도 필요하다. 이것이 일자리와 직결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노동시장 정책이나 노동시장 제도도 산업 정책과 연관돼 있다. 종합적인 시각과 대안이 필요하다.
프레시안 : 현재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시장 구조 개혁이 한국 경제 및 산업 발전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인가?
오즈칸 : 그렇다. 한국 정부의 현재 정책은 노동시장 여러 영역 가운데 특정한 곳에서만 촛점을 맞춰 자본 일방의 편에서 개편을 주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는 노동시장 뿐 아니라 국민 경제 전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 자명하다. 불행한 일이지만,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법 개정은 매우 우려할만한 미래를 만들어낼 것이 틀림없다. 특히 사용자의 힘을 일방적으로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 쉬운 해고와 노동자 동의 없는 취업 규칙 변경 등 2대 지침은 지금까지 한국 노사정이 만들어 온 노사관계 제도와 노동시장 제도의 근간을 허물 것이다.
프레시안 : 2대 지침을 내세우는 근거로 한국 정부는 청년 실업 해소를 얘기하고 있다.
오즈칸 : 해고를 쉽게 하면 청년 고용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은 환상이고, 거짓말이다. 비과학적인 얘기다. 전세계적으로 볼 때 해고를 쉽게 하는 등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면 일자리가 늘어났다는 과학적 증거나 경험적 데이터는 없다. 전 세계 어디에도 보고된 바가 없는 주장이다.
청년과 중장년 세대를 이간질하는 것은 혼란을 가중시킬 뿐 건설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 청년층이 노동시장에 들어올 수 있게 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긴 하지만, 장년층을 노동시장에서 축출하거나 차별하는 방식이어선 안 된다. 재벌이 경제성장의 과실을 독점하는 등 경제 체제가 불평등하게 작동하는 한국에서 장년층에게서 뺏은 이익을 청년층에게 준다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다른 방식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모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모든 이들에게 불안정한 비정규직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은 국민 경제 전반을 위기에 빠트리는 그릇된 정책이다.
프레시안 :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 정책은 어떤가? 현재의 박근혜 정부는 취임 초기부터 규제 완화에 열심이다.
오즈칸 : 지난 2월 한국 국회를 통과한 '원샷법(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도 말은 그럴싸하나, 실제로는 일자리의 기반 뿐 아니라 기업의 기반까지 망가트리는 부정적 결과로 이어질 것이 틀림 없다.
재벌이 가지고 있는 여러 혜택은 소수 재벌가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전체 국민에게 골고루 나눠져야 한다. 소득 이전은 물론 국가의 산업 발전과 기업의 기술 개발 등으로 재투자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재벌 개혁 문제는 한국에서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한국 재벌은 이미 다국적 기업으로 세계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고, 전지구적 공급망의 최정상에 있는 기업도 있다.
한 가지 더 얘기하고 싶은 것이 있다. 지금까지 유럽이나 서구에서 많은 경제 위기가 있었지만,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또 재발을 방지하는 최상의 방책은 건설적이고 민주적인 노사관계의 건설이었다. 여러 나라에서의 국제적 경험이 사회적 대화 체제의 구축이야말로 최상의 위기 해법임을 증명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와 반대로 가고 있다. 노동기본권이나 노사관계, 단체교섭의 의제를 좁히고 축소시키는 노력을 하는데 국제 노동계는 이런 한국 정부의 행태에 분노하고 있다.

"한상균 구속은 한국의 수치…테러방지법 제정, 심각하게 보고 있다"
▲오크칸 부총장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구속은 한국의 수치라고 했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건설적인 노사관계의 필요성을 말하지만, 한국 정부는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을 구속 수감시키는 등 노동조합에 적대적이다.
오즈칸 : 한국 정부가 한상균 위원장을 구속 수감한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국제 노동계는 이런 대한민국 정부의 행태를 심각하게 지켜보고 있다. 지금껏 한국이 이뤄 놓은 민주적 제도와 업적이 훼손되고 있는 데 대한 분노도 느낀다.
경제가 제대로 수준 높게 작동하고 사회 경제 영역에서의 신뢰가 제고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의 토대인 기본권 보장이 필수적이다. 이는 노사정 사이에 평화적 대화 체제 없이는 불가능하다. 국제 노동계가 보기에 한국 민주주의의 질은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다. 노동권 뿐 아니라 전반적 인권의 측면에서도 그렇다.
역사적으로 한국 노동자들은 한국 경제 발전의 주요 동력으로 일해 왔다.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오랜 시간 노동할 뿐 아니라, 숙련도나 일에 대한 헌신, 작업 규율, 개별 경쟁력을 보더라도 최고다. 개개인의 노동자 뿐 아니라 노동조합도 한국의 민주화와 민주주의 강화에 엄청난 기여를 해 온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임금인상과 단체협약 체결 등 사업장 안팎에서 민주주의의 사회경제적 토대를 강화시키는 데 노조가 많은 기여를 했다.
그런데 지금 한국에서는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 결사의 자유가 심각한 침해를 받고 있다. 한국 정부는 노동조합의 기본권을 억압하는 걸 넘어 사회 전체적인 민주주의의 토대를 허물려고 한다. 이는 정권과 권력자들이 한국 민주주의 제도의 기반을 파괴하기 위해 '다이나마이트'를 설치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특히 국제 노동계가 최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지난 3월 초 통과된 테러방지법이다.
프레시안 : 테러방지법이 노동조합에게 위협이 된다고 보는 것인가?
오즈칸 : 노동조합을 잠재적인 테러집단으로 간주하고 취급하려는 정권의 의도가 도사리고 있다. 테러방지법은 권력자와 부유층에 비판적인 개인과 단체를 타깃으로 한 불평등한 법이다. 법의 내용 뿐 아니라 통과 절차와 형식도 민주주의의 기본을 무너트렸다.
정부의 주요한 책임은 사회 갈등을 줄이는 것인데, 한국에서 사회적 갈등과 긴장, 불안을 조성하는 집단이 바로 정부다. 한상균 위원장의 수감도 이런 맥락에 있는 만큼, 현 상황을 개선하는 첫 걸음은 한상균 위원장을 비롯한 노조 간부들을 즉각 조건 없이 석방하는 데서 시작되어야 한다. 그들에게 씌워진 모든 범죄 혐의는 부당하다.
지난 2월 런던에서 11개 국제 노동조합들로 이뤄진 국제노동조합협의회(Global Union Council)가 열렸다. 여기서 한국 상황에 대한 긴급 논의가 있었고, 매달 한국에 국제노조 파견단을 보내기로 결의했다. 또 오는 6월에 제네바에서 열리는 국제노동기구 세계총회에 한국의 노동권 문제를 본격적인 의제로 상정하기로 했다.

국제제조산업노조도 작년 12월 프놈펜에서 열린 집행위원회에서 한국의 노동권 상황에 대해 결의문을 채택한 바 있다. 오는 10월 브라질에서 열리는 세계총회에서 보다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결정할 것이다. 또한 OECD를 비롯한 각종 국제기구의 회의에서 한국 정부의 이중적이고 위선적 행태에 대한 지적과 비판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한국은 대단한 나라다. 사람들은 친절하고 세련됐다. 한국민은 더 나은, 더 세련된 민주주의를 누릴 자격이 있다. 정부가 거기에 응답해야 한다.
프레시안 : 긴 시간 얘기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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