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유승민發 '비박 연대' 현실화?…MB 정부 실세들 줄탈당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유승민發 '비박 연대' 현실화?…MB 정부 실세들 줄탈당

이재오·임태희·주호영 등…任 "유승민 탈당, 이한구의 '교묘한 꼼수'"

새누리당 구 친이계 중진들인 이재오 의원(5선, 서울 은평을)과 주호영 의원(3선, 대구 수성을), 이명박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임태희 전 의원이 24일 잇달아 새누리당 탈당을 선언했다. 전날 밤 유승민 의원의 탈당에 이어, 이명박 정권의 중핵을 이뤘던 인사들이 줄탈당에 나서면서 이른바 '비박(非朴) 무소속 연대'의 성립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유승민 의원은 이날 '비박 연대'와 관련해서는 일단 거리를 뒀지만, 친이계 인사들의 탈당이 유 의원의 탈당 직후 나온 점이나 탈당한 인사들이 모두 유 의원을 자신들의 상징처럼 내세우고 있는 점, 대구 지역의 여론 동향이 유 의원에게 동정적인 점, 유 의원 자신이 탈당 회견에서 밝힌 입장 등을 볼 때 그가 '태풍의 눈'의 위치에 있음은 명약관화하다.

이재오 "정의롭지 못한 권력, 불의한 권력"…임태희 "교묘한 꼼수"

이재오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기자회견에서 "정의롭지 못한 권력은 물러나지만 정의로운 국민은 물러나지 않는다"며 "잠시나마 당을 떠나고자 한다"고 탈당의 변을 밝혔다. 그는 "18, 19대 총선 공천의 아픈 기억에서 벗어나기 위해 상향식 공천 제도를 당헌 당규에 명시했지만 이번 공천으로 이 피나는 노력은 무참히 사라지고 당은 허수아비가 됐다"고 자신에 대한 당의 공천 배제 결정을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누가 봐도 당선 안 될 사람에게 전략 공천을 주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라며 "공천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정상적인 사고가 아니다"라고도 했다.

이 의원은 "정의롭지 못한 권력은 비판을 두려워하고, 비판을 봉쇄하고, 부정한 권력에 줄세우기에 여념이 없다"며 "저는 그것에 저항했으며 분명한 제 목소리로 비판했다. 당과 나라가 발전하려면 건전한 비판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거꾸로 비판한다고 당에서 억지로 쫓아낼 수 있나?"라고 날을 세웠다. 이 의원은 "이런 보복에 저는 언제나 굴종하지 않고, 비굴하게 무릎꿇지 않고 저항해 왔다"며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이 의원은 "새누리당은 우리나라의 정체성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 경제를 수호하는 보수 정당의 뿌리"라며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 나라가 흔들리기 시작했고, 그 근본에는 부패와 비리와 정의롭지 못한 권력이 똬리를 틀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사극을 보면 왕조 시대에도 왕이 잘못하면 신하들이 '아니되옵니다', '통촉해 달라'고 하는데, 그런 얘기는 없고 '전하, 지당하옵니다' 하는 대신들만 모이면 왕조도 유지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향후 유승민 의원 등과의 '무소속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내일까지가 (후보) 등록 아니냐"며 "무소속 등록된 사람들을 보고 어떤 사람이 어떤 지역에 등록했는지, 각 지역마다 사정이 다른데 '무소속'으로 하나로 묶는 게 도움이 되는지 아니면 각 지역 사정에 맞게 선거 운동을 하는 게 도움이 되는지 잘 살펴보겠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임태희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명박 정부) 역시 앞서 이날 오전 탈당을 선언했다. 임 전 실장은 "결국 새누리당은 '불의의 문'으로 마지막 남은 희망의 빛조차 차단시켜 버렸다"며 "새누리당 공관위는 '짐이 곧 국가'라는 식이다. 당과 나라의 장래는 어떻게 되든 오직 미운 사람 내보내고 충성만하면 그만이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임 전 실장은 "새누리당은 유승민 의원마저 탈당하게 만들었다. 그것도 교묘한 꼼수까지 동원해서"라고 이한구 공관위를 정조준하며 "이한구 위원장과 공관위원들은 사람을 벼랑 끝까지 몰아놓고 '스스로 뛰어내렸다. 우리는 책임 없다'고 생각하는 듯 보인다"고 꼬집었다.

임 전 실장은 "어쩌다 집권 공당의 후안무치함, 뻔뻔함이 여기까지 이르렀느냐"고 통탄하며 "국민 여러분, 유승민을 지켜 주셔서 희망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임 전 실장은 "유 의원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권력의 손에 내쳐진 사람을 국민 여러분께서 지켜주시지 않는다면, 이 나라에는 더 이상 쓴 소리도 반대도 못하는 사람들과, 권력을 위해 검은 것을 희다고 하는 사람들만 남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특임장관을 지낸 주호영 의원도 전날 예고한 대로 이날 국회 기자회견을 열어 "오랜 고뇌 끝에 지난 13년간 몸담아온 새누리당을 떠나게 됐다"며 "당의 결정을 수용하는 것도 고려해 보았지만, 공당에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불공정하기 짝이 없는 사천(私薦), 밀실 공천에 굴복하는 것은 정당 민주주의, 국민 주권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고 탈당 배경을 밝혔다.

주 의원은 자신의 공천 배제 결정에 대해 "이웃 지역구의 소위 '진박' 후보를 살려내기 위한 꼼수이고, 위원장과 친분 있는 여성을 내리꽂기 위한 지극히 사심과 사감에 가득찬 결정"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투명하고 공정한 공천을 위해 노력하고 만들어 온 수많은 노력이 모두 수포로 돌아가고 당내 민주주의는 수십 년 후퇴하는 최악의 공천이 되었다"고 했다. 주 의원도 "불의를 보고 묵인하는 것은 그 불의를 돕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이번 사태가 '불의에 대한 저항'이라는 공통된 인식을 비쳤다.

▲ 24일 새누리당 탈당을 선언한 이재오 의원, 임태희 전 청와대 비서실장, 주호영 의원. ⓒ프레시안

'유승민계' 동반탈당? 파장 커질까

이들 구 친이계 중진들의 회견에서 눈에 띄는 것은, 이들이 자신의 선택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원래는 친박계에 속했던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유승민을 지켜 달라"는 임태희 전 실장의 기자회견문이 대표적 사례다. 이들 친이계 중진들은 선수(選數)나 국정 경험은 충분히 갖췄지만, 대중적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게 다수의 평이다.

반면 유 의원은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미래'가 있는 정치인이다. 물론 비박계 차기 주자로는 현직 당 대표인 김무성 대표도 있지만, 김 대표는 그간 비박계의 공세에 밀려 왔다는 평을 들어 왔다. 김 대표가 이날 유승민·이재오 의원 등의 지역구에 무공천을 강행하겠다며 친박계에 칼을 빼들었지만, 이미 유 의원이 탈당한 후여서 '시기를 놓쳤다'는 평이 나온다. (☞관련 기사 : 김무성, 유승민 지역구 등 5곳 "무공천하겠다") 유 의원 본인의 뜻이 어떻든, 유 의원은 새누리당 내 '반박(反朴)' 세력의 구심점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유승민계'로 불리는 현역 의원들의 동반 탈당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이들 가운데 대구 초선인 류성걸 의원은 전날 밤 기자회견을 열어 탈당 및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며 당 지도부를 맹비난했다. 류 의원은 "몇몇 사람들의 어리석은 독선과 오만이 우리 정치와 새누리당의 시대를 거꾸로 돌려세운 것"이라며 "그 분들의 결정은 언젠가는 국민과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과거 '이명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며 친이 직계로 분류됐지만, 유승민 원내대표 시절 원내수석부대표로 유 의원과 호흡을 맞춰 최근에는 유승민계로도 불리는 조해진 의원 역시 이미 지난 18일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조 의원은 "불의를 용납하는 것은 그것과 한편이 되는 것"이라고 당 지도부를 '불의'로 규정하는 한편 "유승민 의원이 전화로 '용기 있게, 힘 있게, 당당하게 하라'고 말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른바 유승민계 중 김희국 의원(대구 중.남)과 이종훈 의원(경기 성남분당갑)은 탈당계를 내지 않고 당 잔류 및 불출마를 선택했으나. 이들 역시 당의 공천 배제 결정에 승복한 것은 아니어서 차후 총선 국면에서 일정한 정치적 역할을 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유 의원의 '오른팔'로 불렸던 이종훈 의원은 이날 입장 자료를 내어 "힘든 시간 깊은 고민 끝에 불출마의 길을 선택했다"면서도 "'부당한 힘'에 의해 밀려나지만, 깨지지만 변질되지 않겠다"고 당 지도부를 향한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 의원은 "제가 정치를 시작하면서 가졌던 소중한 꿈만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며 "새누리당 혁신과 대한민국 정치의 진정한 변화, 서민과 함께하는 따뜻한 정치를 향해 제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겠다"고 하기도 했다. 단지 불출마 선언이 아니라, 권토중래의 의지를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의원의 공천 배제가 발표되던 날, 이 의원의 아들이 페이스북에 쓴 글은 SNS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관련 기사 : 이종훈 아들 "아버지, 유승민과 함께 싸우세요")

유승민 "비박 연대, 그게 옳은지 모르겠다"지만…


'비박 연대'가 현실화된다면 그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이는 유승민 의원은 그러나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저는 연대란 표현을 써본 적 없고, 지금 아직 서로 그런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하지 못했다"며 "당장 어떻게 연대를 하고 이런 계획은 없고, 그게 옳은지도 저는 잘 모르겠다"고 한 발 떨어져 서는 태도를 보였다. 유 의원은 다만 "너무 급박하게 모든 게 이루어지고 그래서, 그 부분은 지금부터 서로 연락하면서 고민을 해볼 문제"라고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유 의원은 이날 탈당을 선언한 임태희 전 실장과 전화 통화를 했다고 밝히며 "며칠 전 임 전 의원이 (유승민 지지 성격의) 기자회견을 했던 것에 대해서 내가 '잘 봤다'고 인사를 드렸다"고 했다. 그는 "임 전 실장은 제 대학 동기이고 오랜 친구이고, 당에 같이 오래 있어서 인연이 있다"며 "서로 그런 인사만 하고, 연대나 그런 부분에 대해서 임 전 실장과 뭔가 약속을 하거나 한 것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유 의원이 전날 탈당 회견에서 "저와 뜻을 같이했다는 이유로 억울하게 경선의 기회조차 박탈당한 동지들을 생각하면 제 가슴이 미어진다"며 "제가 이 동지들과 함께 당으로 돌아와서 '보수 개혁'의 꿈을 꼭 이룰 수 있도록 지지를 부탁드린다"고 한 점이나, 대구-경북(TK) 지역의 여론 동향 등을 볼 때 그가 이번 총선 국면에서 단지 무소속 후보자 1명에 한정된 역할을 하지만은 않으리라는 관측이 많다.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 TK 지역 여론은 심상찮은 동향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은 폭락 수준으로 떨어진 반면, 유 의원 등이 중심이 된 '비박 무소속 연대'가 현실화된다면 총선에서 이를 지지하겠다는 여론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이 이 지역이었다. (☞관련 기사 : 유승민 '축출'…대구 朴대통령 지지율 폭락)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