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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 좋아 최저임금 못 올려? 호황 때는?

[주간 프레시안 뷰] 최저임금의 쟁점들

최저임금을 둘러싼 공방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습니다. 해서 이번 주에는 최저임금 관련 논쟁을 다룹니다. 미묘한 논점들 때문에 불가피하게 최소한의 경제이론과 실증 근거가 등장해서 머리를 조금 아프게 할지도 모릅니다.

'헌법' 제32조 제1항 제2문은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고 선언했습니다. 또 최저임금법은 "저임금근로자의 생활안정을 도모하여 (…)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려는 것"이라고 법 제정의 목적을 밝히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의 목표는 헌법과 법의 정신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최저임금은 고용을 감소시키는가?

학계에서 "최저임금의 고용효과"라고 부르는 이 질문은 대답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오랫동안 학자들이 갖가지 계량분석방법을 동원해서 여러 지역의 자료로, 여러 시기를 연구했기 때문입니다. 2000년 이전에는 최저임금 인상이 청년층의 고용에 대체로 –0.1%에서 –0.3%의 영향을 미쳤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요즘은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은 별로 없다는 논문이 많이 나오는 편입니다.

아래 그림은 2008년까지 나온 논문 1492개의 결과를 도표로 그려 놓은 겁니다.


<그림1> 최저임금 효과 추정 그래프(1492개 연구)
<출처> Schmitt, 2013에서 재인용

압도적 다수의 연구 결과가 0 부근에 몰려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최저임금의 고용효과는 거의 제로라는 얘기죠.

한국의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효과에 관해서는 그리 많은 논문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대체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이에 관해서는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박사의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이 글은 가히 최저임금의 모든 것이라고 할 만하니 관심 있는 독자라면 꼭 읽으십시오). (☞바로 가기)

언론들은 한국의 최저임금이 고용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로 종종 서울대학교 김대식 교수의 논문을 인용합니다. (☞바로 가기)

이 논문은 5인 미만의 영세업체의 경우 최저임금 1% 인상이 저임금 근로자의 신규채용을 6%까지 감소시킬 수 있다는 주장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 교수 스스로도 이 결과가, 고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한 다른 연구들과 모순되지 않는다고 썼습니다. 즉 최저임금이 인상되었을 때 기존의 노동자를 해고하지 않고, 더 이상의 신규채용을 꺼리는 현상을 보여 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커피전문점 등에서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손님이 늘어나도 기존 인력으로 때우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죠.

최저임금의 조정경로

글머리에서 보았듯이 최저임금제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저임금노동자의 생활안정이고, 나아가서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입니다. 국내외의 계량 결과들은 최저임금제가 첫 번째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 것을 실증하고 있습니다. 즉 임금효과는 확실한 반면 고용효과는 별로 없다는 겁니다.

주류경제학의 완전경쟁모델에서는 균형임금 위에 최저임금이 설정되면 고용주는 노동자를 줄이는 것으로 대응합니다. 개론 수준의 경제학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이죠. 하지만 위에서 본 대로 대부분의 계량 결과에 따르면 고용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제 나름대로 그 이유를 교과서적으로 설명한 것은 지난 3월의 '주간 프레시안 뷰'에서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바로 가기))

그렇다면 최저임금 인상은 현실적으로 어떤 조정경로를 통해 경제에 영향을 미칠까요? 이 경로를 설명하는 이론으로는 제도주의와 동태적 수요독점모델이 있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의 뉴딜을 주도했던 갤브레이스 등 제도주의학파들은 최저임금이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경로를 두 가지 제시했습니다. 첫째는 생산성 경로, 둘째는 수요경로입니다.

첫째는 고용주들의 주도로 경영효율을 높일 수 있고(작업의 재조직, 높은 성과표준의 요구, 노동강도의 강화), 반대로 노동자들이 더 열심히 일을 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이른바 '효율임금효과' 또는 애컬로프의 '선물교환'). 생산성을 높이는 이 두 방식은 서로 대립되는 측면도 가지고 있지만(예컨대 성과표준을 높이면 노동자들의 선물교환은 일어나지 않겠죠) 고용주들은 이 둘을 적당히 섞어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둘째는 최저임금의 인상이 저임금 노동자의 수요를 늘려서 기업의 생산을 촉진하고 결국 고용도 늘릴 수 있다는 겁니다. '소득주도성장론'이 최저임금 인상을 중요한 정책수단으로 제시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제도주의의 이런 주장은 실제로 포스트케인즈주의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한편 최근의 "동태적 수요독점이론"(딱 하나의 기업이 노동자를 고용하는 상황이 아니더라도 노동시장의 '마찰' 때문에 독점적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이론)은 현재 고용주들이 노동자의 한계생산성보다 낮은 임금으로, 균형보다 적은 고용을 하고 있는 상황을 상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최저임금을 적절하게 인상하면 원래의 균형임금에 가까워지면서 더 많은 고용이 이뤄질 수 있겠죠. 쉽게 말해서 마음에 드는 노동자를 구하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현재 빈 자리를 채우지 않고 있던 할인점 주인이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오히려 그 자리를 채우게 된다는 겁니다. 임금이 충분히 오르면 생산성 높은 노동자들도 할인점에 취직하려고 할 테니까요.

슈미트는 이들 이론을 바탕으로 해서 논리적으로 가능한 조정경로로 1)노동시간의 축소, 2) 비임금 혜택(사회보험료 등)의 축소 3) 직업훈련의 축소 4) 고용구성의 변화(생산성 높은 노동자로 기존 노동자 대체) 5) 상품가격 인상 6) 효율성의 향상 7) '효율임금' 효과 8) 임금격차 축소 9) 이윤 감소 10) 수요 증가 11) 이직율의 감소 등을 제시했습니다(앞의 논문 참조). 아래 표는 그 결과를 거칠게 요약한 건데 미국과 유럽의 실증 자료에 기초한 것이고, 한국엔 이런 연구가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은 상반된 결과가 나오거나 연구가 너무 적어서 결론이 났다고 말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 : 상당한 실증적 근거

△: 효과가 거의 없거나 상반된 실증 결과의 동시 존재

× : 효과가 없거나 실증 자료가 없음


물론 계량 결과를 이런 식으로 요약한다는 건 언어도단이고 또 저자의 편견이 들어간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기존 노동자들이 쉽게 이직하지 않아서 어느 정도 숙련 향상이 일어날 테고 전반적인 임금격차가 줄어들 것이란 사실은 능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또 최저임금 인상폭에 따라 나라의 총수요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시간 당 2000원을 올리고 약 120만 명이 수혜자라면(아래 참조), 시간 당 총수요가 24억 원 늘어나는 거니까요.


▲지난 18일 제5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가 열린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민주노총이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을 촉구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의 최저임금, 어느 수준이 적정한가?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과정은 앞에 인용한 '주간 프레시안 뷰'에서 이미 말씀드렸습니다. 노동자와 고용주의 최초안은 엄청난 차이가 나죠. 이를 두고 지리한 공방을 벌인 끝에, 결국 양쪽의 최종안 사이에서 '공익위원'이 결정하는 모양새로 끝납니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어서 노동자는 약 1만 원(약 80% 인상), 고용주는 현행 동결을 내놓았고, 정부는 내심 6000원(약 7% 인상)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고용주들은 경제가 나쁘고 한국의 최저임금은 이미 선진국 평균 수준이기 때문에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그림2>에서 보듯이 한국의 최저임금 수준은 법정 최저임금제를 실시하고 있는 OECD 25개 회원국 중 17위입니다. 덴마크나 스칸디나비아 나라들에는 최저임금제도가 없죠. 그런 게 있으면 오히려 임금을 끌어내리는 역할을 할 테니까요. 절대 수준으로 봐도 한국은 시간당 4.4달러로 OECD 회원국 평균 6.9달러에 미치지 못합니다. 이 수치는 25개국 중 15위에 해당합니다(구매력지수로 환산해도 시간당 5.3달러로 평균에 못 미칩니다).

<그림2>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2013년)

<출처> 김유선, 앞의 글, p6

노동계의 최저임금 1만894원(월 209만 원)은, 도시근로자 1인 가구의 가계지출을 근거로 2.5인 가족의 표준생계비를 산출한 겁니다. 물론 이 안이 관철되지는 못할 겁니다. 80% 인상이라니 영세 중소기업은 모두 무너질 것 같은 느낌마저 드니까요.

그럼 정부의 7% 인상안은 과연 최경환 부총리나 유승민 원내대표가 주장하는 바, 내수를 진작하는 데 적절한 수준일까요?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새해 의회 연설에서 현재 7.25달러인 연방최저임금을 10.10달러로 올릴 것을 제안했습니다. 약 40% 인상안입니다.

미국 대통령의 제안처럼 우리나라에서 40%를 인상하면 최저임금은 약 8000원이 됩니다. 2013년 5인 이상 사업체 상용직의 시간당 정액급여는 1만5567원, 통상임금은 1만8807원입니다. 즉 최저임금 8000원은 상용직 평균임금의 약 50%가 되는 거죠(반면 노동부는 1인 이상 사업체 전체 근로자의 급여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에 대한 비판은 김유선 박사의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우리나라 최저임금의 목표치로 평균임금의 50%가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꺼번에 올리는 게 문제라면 이번에는 25%를 올리고(약 7000원), 앞으로 몇 년에 걸쳐 목표를 달성할 수도 있겠죠. 매년 최저임금만 정할 것이 아니라 평균임금의 목표치를 정하고 거기까지 도달하는 경로까지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부작용을 방지할 정책들

최저임금이 올라가면 어떤 노동자에게 주로 혜택이 돌아갈까요? 2014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에서 최저임금 수혜자(최저임금의 90-110% 수령 노동자)는 121만 명이고 최저임금의 영향률(전체 노동자 대비 최저임금 수혜자 비율)은 6.5%입니다. 당연히 여성, 청년, 학생과 저학력층, 비정규직이 이 6.5%의 대부분을 차지하겠죠. (☞바로 가기)

산업별로는 숙박음식점업(21.2%), 보건업사회복지서비스업(10.1%), 공공행정국방사회보장행정(7.0%) 순입니다. 흔히 얘기하는 대로 영세자영업들이죠. 즉 PC방, 편의점, 음식점, 커피숍 등이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경련이나 경총이 이런 주장을 하는 건 정말 "서천 소가 웃을 일"입니다. 재벌들이야말로 재래시장이나 동네 편의점, 빵집을 위협하는 주범들이니까요. 즉 진정으로 영세자영업을 걱정한다면 최저임금 인상 정책은 '경제민주화' 정책과 결합되어야 합니다. 동네 상권의 보호, 하청단가의 단체교섭, 사회보험료 지원 등 대책이 최저임금 인상과 동시에 발표되어야 하는 거죠. 이렇게 충분한 지원을 했는데도 최저임금을 어기는 업주에 대해서는 법에 정한 대로 처벌을 하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경제가 나쁜데 최저임금까지 올리면 어떻게 하느냐는 걱정에 대해서, 수출도 안 되고 투자도 안 하는 이 시점이야말로 최저임금을 올려서라도 내수를 확대해야 한다고 대답할 수 있습니다. 20년 이상 최저임금을 연구한 어느 학자 말대로 "최저임금을 올리기 가장 좋은 때"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호황 때는 "겨우 좋은 시절이 왔는데 찬물을 뿌린다"고, 불황 때는 "가뜩이나 경기도 나쁜데"라며 초를 칠 테니까요. 위기를 벗어날 뾰족한 수가 없는 때야말로 최저임금 인상과 경제민주화의 최적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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