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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만 1080건, 탄압이 죽음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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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고소만 1080건, 탄압이 죽음 불렀다"

[언론 네트워크] 유성기업 조합원 자살 '파장'…노조, '회사 간접 살인' 주장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주)유성기업의 노사관계가 또 다시 태풍의 눈으로 등장했다. 2011년 유성기업은 노조가 야간근무 제한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하자 공권력이 전격 투입돼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어 사측이 회사측에 우호적인 노조를 새로 만들어 기존 노조를 와해시키려 했다. 하지만 이 모든 배후에 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 공작이 있는 것이 드러났고 지난해에는 현대자동차가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그리고 지난 3월 17일 유성기업 노조 전직 간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광호 씨는 숨지기 직전 동료에게 전화해 "미안하다, 사랑한다. 집에 못 갈 것 같다"는 말을 남겼다.

한 씨의 죽음에 대해 노조는 "회사의 노조탄압으로 인해 발생한 간접 살인"으로 규정했다. 노조는 한 씨가 숨지기 전 회사로부터 징계위원회 출석 통보를 받아 심리적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회사가 노조를 탄압하기 위해 고소를 한 사건 수만 1080건에 이르고 경찰은 아예 회사에 출장와 '출장 조사'를 해 조합원을 압박했다"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3월 18일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유성기업에 책임을 묻기로 했다.

이에 2013년 10월 13일부터 2014년 6월 25일까지 노조탄압에 항의하며 옥천읍 옥각교 철탑위에서 259일동안 고공농성을 진행한 이정훈 전 금속노조 유성기업 지회장을 만나 그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그는 2011년 해고돼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 끝에 원직복직 됐다. 하지만 회사는 같은 이유로 재차 해고해 현재 해고자 신분이다.


▲ 한 씨의 동료들이 그의 영정을 들고 회사의 노조탄압을 규탄하고 있다. ⓒ충북인뉴스


▲ 이정훈 전 지회장이 259일 농성을 진행한 옥천읍 옥각교 고공 철탑 ⓒ충북인뉴스

▲ 이정훈 유성기업 영동지회 전 지회장 ⓒ충북인뉴스

Q. 노조는 회사의 노조 탄압이 고인을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주장했다. 근거는 무엇인가?


2011년 파업유도, 공권력 투입 등 창조컨설팅 노조파괴 개입 사태 이후 조합원들은 정신적으로 심한 충격을 받았다. 2013년 충청남도의 지원을 받아 조합원 심리상태에 대한 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조사결과 유성기업 영동공장 노동자 40여명이 자살 고위험군 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고 한광호 씨도 40명 중 하나였다. 최근 노조에서는 그의 심리상태를 걱정해 친한 동료들이 그의 생활에 밀착하도록 했었지만 사고를 막지 못했다.

고인은 2011년 파업으로 징계를 받았다. 2013년 옥천 옥각교 철탑농성으로 두 번째 징계를 받았다. 그리고 지난 주 회사로부터 징계출석 요구서를 받았다.

회사는 그동안 고인의 징계사유로 폭력, 모욕, 폭언 등 업무방해, 근태 문제등 이런 저런 이유를 붙였다. 고인 외에도 2월에만 6명이 징계를 받았고 3월에는 3명이 징계위에 회부됐다. 한 조합원은 해고됐다. 이런 과정에서 고인은 심리적 압박을 매우 크게 받았을 것이다.

Q. 회사가 노조 조합원들을 상대로 고소를 많이 했다고 들었다.

회사가 최근 조합원을 대상으로 고소와 고발을 한 행위 대상이 총 1080건이다. 이해가 되나? 회사는 항상 우리 조합원의 행동과 말 하나까지 녹화녹취 준비를 완벽하게 했다. 갈등을 유도하고 이 과정에서 목소리라도 높아지면 여지없이 고소고발이 이어졌다.

Q. '출장 조사'란 말이 무슨 뜻인가?

고소고발이 대량으로 쏟아지니 웃지 못 할 상황이 벌어졌다. 경찰이 아예 노트북 등을 가지고 회사로 와서 피고소인을 조사한다. 출장조사는 회사의 고소를 신속하게 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처리된 사건을 검찰이 신속하게 벌금 약식명령을 남발한다. 조합간부 한명은 지금까지 회사로부터 고소당한 것이 무려 40건이다. 약식명령으로 받은 벌금만 4000만원이 넘는다.

이러니 안 죽을수 있겠나? 고인도 지난해 경찰조사를 받았다. 고인 뿐만 아니라 회사의 잔인할 정도의 노무관리는 조합원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한 씨 말고도 한 명이 자살하고 두 명이 약을 먹고 자살시도를 했다. 회사가 죽음의 공장으로 변하고 있다.

Q. 노조는 노조원에 대한 차별대우가 만연해있다고 주장한는데

회사는 회사노조원에게 연장근로를 몰아준다. 반면 금속노조 조합원에겐 차등을 준다. 회사는 일방적으로 시간당 생산량을 할당하고 이에 못 미치면 임금도 삭감한다. 금속노조 조합원은 매월 많게는 50만원 정도 임금 차별을 받는다. 파업, 해고, 징계, 차별로 생계가 악화되며 신용불량자도 발생하고 이혼한 가정이 생겼다.

Q. 아직도 해고자 신분인가?

그렇다. 2011년 파업으로 해고됐다. 그때 나를 포함해 27명이 해고됐다. 대법원으로부터 해고가 부당하다는 판결이 있고나서 2013년 6월 전원 복직됐었다. 하지만 회사는 같은 이유를 가지고 다시 11명을 해고했다. 추가로 3명을 더해 2013년 9월 14명을 해고했다.

현재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14명 모두 해고가 부당하다"는 결정을 받았다. 회사는 중앙노동위원회 복직명령을 거부하고 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지금도 재판이 진행중이다.

Q. 노조는 창조컨설팅에 이어 현대자동차가 노조파괴에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창조컨설팅 노조파괴 사건을 수사하면서 유성기업 등을 압수 수색했다. 그동안 검찰은 자료를 감추었는데 지난해 부터 하나 둘 그 자료가 공개되고 있다. 이에 의하면 현대자동차 그룹 양재동 10층 사무실에서 사실상 노조파괴를 지휘했다. 유성기업 대표까지 이곳에서 호출하고 보고를 받고 목표치를 할당했다. 더 이상 무슨 말을 하나.

Q. 지금 심정은?

2011년 노조파괴 사건 이전에는 회사를 사랑했다. 지금은 그런 맘 없다. 법만 아니라면 총이라도 들고 싶은 심정이다. 지난 해 한 여름에 입이 돌아갔다(구안와사). 스트레스를 받아 그렇게 됐다. 노사 문제가 빨리 정상화돼야 한다. 그런데 노조는 사실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회사가 노동자에 대한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 영동 공장에서만 자살 고위험군 판정을 받은 노동자가 40명이다. 감시와 갈등 싸움만이 존재하는 회사 생활은 하루 하루가 전쟁 같다. 죽음의 장막이 하루빨리 사라져야 한다.

프레시안=충북인뉴스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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