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의 엽기적인 행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23일 <노컷뉴스>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운전기사에게 상습적인 폭언, 폭행을 했다. 이 부회장의 운전기사는 지난해에만 약 40번 교체됐다. 운전기사 한 명이 평균 열흘을 못 버틴 셈이다.
대림산업에는 이 부회장의 운전기사를 위한 매뉴얼도 있다. '업무수행 운전지식 및 요령'이라는 제목인데, 역시 엽기적인 내용이다. 예컨대 차선을 변경할 때 사이드미러를 쓰면 안 된다고 한다. 사이드미러를 접고 운전하면 앞뒤 좌우를 직접 고개를 돌려 확인해야 한다. 사고 위험이 높아진다.
매뉴얼에는 이 부회장의 폭언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무조건 참으라는 내용도 있다.
"본의 아니게 여러 이유로 과격한 언어를 사용하더라도 절대 진심으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수행 기사가 잘 안내하면 차후 그 부분에 대해 배려해주신다." "본의 아니게 실언하실 경우 수행기사는 곧이곧대로 스트레스를 받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잘 인내하는 수행 기사 모습을 지켜보신 임원께서는 며칠 내에 반드시 감사의 뜻을 우회적으로 표현하신다.'(잘 인내하여야 한다)'"
다만 매뉴얼과 달리, 이 부회장이 폭언을 한 뒤에 "감사의 뜻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경우는 없었다는 게 전직 운전기사들의 증언이다.
운전기사가 브레이크를 밟을 때 움직임이 느껴지면, 이 부회장이 운전석을 발로 차거나 어깨를 툭툭 치며, "이봐, 이 XX야, 똑바로 하랬지"라며 윽박질렀다는 증언도 나왔다. 전직 운전기사들은 "부회장 운전대 잡은 지 며칠 만에 환청이 들리고 불면증에 시달렸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자동차 마니아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가끔 직접 운전을 하기도 했다. 그럴 때면, 운전 기사가 조수석에 앉아서 차량 중계를 해야 했다. "왼쪽에 BMW가 지나가고, 오른쪽에는 소나타가 지나간다"는 식이다. 문제는, 옆을 지나가는 차량이 한두 대가 아닌 것이다.
운전 기사의 중계 속도가 차량 속도를 못 따라가면, 역시 폭언이 쏟아졌다. 아울러 조수석에 앉은 운전 기사는 '인간 내비게이션' 역할도 해야 했다. 내비게이션이 설치돼 있지만, 굳이 입으로 길 안내를 하라는 것이다.
전직 운전기사들이 폭로에 나선 건, 지난해 말 불거진 몽고식품 회장 사건을 보면서였다. 김만식 전 몽고식품 회장 역시 운전기사들에게 상습적인 폭언과 폭행을 했다. 전직 운전기사의 폭로로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김 전 회장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대림산업은 일제 강점기인 1939년 부림상회라는 이름으로 세워졌다. 이해욱 부회장은, 고(故) 이재준 창업자의 손자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2년 <매경이코노미>로부터 올해의 CEO로 선정됐고,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을 지냈다.
한편, 전직 운전기사들의 폭로에 대해 대림산업 측은 "일부 기사들의 과장된 이야기"라며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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