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유승민 의원 컷오프 꼼수로 역풍을 자초하고 있는 모양새다.
새누리당은 총선 후보 등록 기간인 24일 전까지 유승민 의원 공천과 관련된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 등록 기간인 24일~25일 사이에 정당을 변경하면 출마할 수 없다는 것을 이용해 23일까지 유 의원에 대한 컷오프를 단행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23일까지 당에서 결론을 내리지 않으면 유 의원은 막판에 스스로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낙천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유 의원에게 명분을 안겨주지 않기 위한 행위라고 한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이같은 방침이 유 의원에게 더 큰 명분을 안겨준다. 유 의원에게 공천을 주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아예 유 의원을 궁지로 몰아 고사시킨다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꼼수다. 유권자는 바보가 아니다.
유 의원이 23일 늦게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다면, 새누리당은 부랴부랴 '진박 후보' 공천장에 도장을 찍고 서류를 챙겨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누가 봐도 유 의원 탈당을 기다렸다는 듯한 행보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그래놓고 "유 의원이 스스로 당을 저버렸다"고 주장한들 소용이 없다.
이미 명분은 유 의원에게 넘어간 상황인데, 새누리당은 유 의원 공천 배제를 '폭탄 해제'에 비유하며 "폭탄은 잘 다뤄야 한다"는 한가한 소리나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유 의원의 공천(경선 포함)을 받아들여도 될 만하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새누리당 지도부는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뻔하게 보이는 일인데 '임금님, 발가벗었어요'라고 말하는 이가 없다. 정무 기능이 마비된 것이다. 이게 다 '윗분' 심기 공천을 하느라 그렇다는 뒷말이 파다하다.
새누리당은 이은재 전 의원을 서울 강남병에 전략공천했다. 여당의 강세 지역에 소수자 배려는커녕, 전직 의원을 꽂아 넣은 것이다. 이 전 의원은 2009년 용산 참사를 "(철거민의) 용산 테러"로 규정했던 인사다. 한국행정연구원장 재직 시절에는 법인카드로 에르메스 넥타이, 방울토마토, 총각무 등을 결제, 정치와 행정을 희화화해 논란을 일으켰었다.
누가 봐도 부적격 인사인 전직 의원은 전략 공천을 하고 있는데, 유 의원에 대해서는 '폭탄 해제' 운운하며 격 낮은 꼼수만 생산하고 있다. 새누리당 서울 지역 지지율이 대폭 하락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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