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결과를 놓고 당 안팎의 반발이 계속되는데도 더민주 지도부는 일축합니다. 설득할 생각도 별로 없어 보입니다. 그저 "전체 선거 구도상 정무적 판단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말만 던지고 맙니다.
나머지는 알아서 해석하라는 투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머리를 굴려보지만 '아, 이거였구나'라는 깨달음은 나오지 않습니다. 뇌 회로가 '알파고' 수준이 못 돼서일까요? 뇌세포 가동률을 100%로 끌어올려 봤자 그릴 수 있는 그림은 뻔합니다. 이른바 친노를 침으로써 한편으론 호남 굳히기에 들어가고 다른 한편으론 중도 포획에 나선다는 그림입니다.
범생이의 머리로는 이해 못 하는 고단수 포석이 있다면 할 말 없지만 더민주 지도부의 그림이 대충 이런 거라면 분명히 말할 수 있습니다. 착각은 자유지만 그 자유의 결과는 참담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단순 수치 하나만 제시하겠습니다. 더민주가 2007년 대선에서의 참패로 쑥대밭이 된 상태에서 치른 2008년 18대 총선의 투표율은 46.1%였습니다. 한 손엔 반MB정서의 반사이익을, 다른 손엔 대통합의 과실을 손에 쥐고 치른 2012년 19대 총선의 투표율은 54.2%였습니다.
이 단순 수치에 결코 흘려넘길 수 없는 중요한 시사점이 담겨 있습니다.
더민주 지지 성향의 유권자 입장에서 볼 때 18대 총선은 투표할 맛이 싹 달아난 선거였습니다. 반면에 19대 총선은 흥에 겨워 투표장으로 달려갈 만한 선거였고요. 그래서였을까요? 두 총선의 투표율 차가 8.1%포인트 차이가 났던 이유가?
물론 그렇습니다. 다른 데이터가 없어 우회 분석할 수밖에 없습니다만, 그래도 독해에는 큰 문제가 없는 부속 수치가 있습니다. 더민주 지지 성향이 상대적으로 높은 20대와 30대의 투표율인데요. 18대 총선에선 각각 28.1%와 35.5%였던 투표율이 19대에선 41.5%와 45.5%로 상승합니다. 각각 13.4%포인트와 10%포인트 상승합니다. 이 두 연령층의 투표율 증가가 전체 투표율 증가를 견인했습니다. 새누리당 지지 성향이 상대적으로 높은 50대와 60세 이상 투표율은 각각 2.1%포인트와 3.1%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으니까요.
정리하면, 새누리당 지지층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꾸준히 투표합니다. 반면 더민주 지지층은 투표 참여 탄력성이 매우 높습니다. 선거 분위기와 선거 승리 전망에 따라 출렁입니다. 투표율의 증감을 좌우하는 건 더민주 지지층입니다. 이들이 투표할 맛이 나야 투표율이 올라갑니다. 그리고 투표율이 올라가야 그나마 더민주가 비벼볼 자리가 넓어집니다. 헌데 돌아가는 사정은 정반대입니다. 다수의 더민주 지지자들이 투표 보이콧까지 운위하는 상황입니다.
마저 짚을 문제가 있습니다. 더민주 지도부가 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는 유권자들의 파워입니다. 중도층이라고도 부르고 무당층이라고도 부르는 이들의 파워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지금 상황에서 이들의 파워는 고려 대상이 아닙니다. '전혀' 아닙니다.
하나의 예를 들겠습니다. 19대 총선 투표율 54.2%는 당시의 새누리당과 더민주의 지지율 합보다 낮았습니다. 19대 총선 직전인 2012년 3월 다섯째 주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새누리당 지지율은 33%, 민주통합당 지지율은 25%로 그 합이 투표율보다 4%포인트 가깝게 높았습니다. 그해 1월부터 총선 때까지의 지지율 평균의 합도, 심지어 최소 지지율의 합도 투표율보다 높았습니다.
물론 지지자가 모두 투표한다는 전제는 성립되지 않습니다만 고정지지층일수록 투표 참여 비율이 높다는 점을 감안해 유추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19대 총선에서 더민주 지지성향이 강한 20·30대가 이전에 비해 투표장을 더 많이 찾았다는 점을 감안해 유추할 수 있습니다. 중도무당층의 움직임은 왕성하지 않았습니다. 고정지지층 중 투표에 불참한 사람들의 숫자를 채우기에도 벅찼습니다. 기존 진영구도에 변화를 가할 파워는 아예 없었습니다.
이 유추 결과가 분명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더민주 지도부는 지금 헛꿈 꾸고 있다는 메시지입니다. 아니면 총선을 대선으로 착각하고 있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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