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포장은 제품을 담고 편하게 운반하는 역할로만 국한되어 있었다. 최근에 식품 포장 식품의 미생물학적 저장 기간을 늘리는 것뿐 아니라 맛과 향 그리고 조직감까지 포함하는 품질 유지 기간을 늘리는 역할, 나아가 소비자가 편리하게 조리하기 위한 조리 기구의 역할까지 하고 있다. 또 포장하는 식품의 종류도 가공식품뿐 아니라 농산물을 포함한 신선 식품까지 확대되었다. 요즘 포장을 하지 않은 식품을 찾아보기 어렵다.
소비자와 생산자 그리고 유통업자 모두 포장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플라스틱을 주로 사용하는 것이 국내 식품 포장 산업의 현실인데, 소비자가 여러 포장재의 기본 특징과 안전성을 이해한다면 일상생활에서 더욱 안전하게 소비하고 식품을 효율적으로 저장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생산자와 유통업자 역시 각 식품에 적합한 포장 재료를 선택하여 저장하고 유통해서 제품의 품질을 유지한 채 소비자에게 전달하고 또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도 있다. 식품 포장재의 재료로는 금속, 유리, 플라스틱 그리고 종이가 많고 최근에는 단일한 재료보다는 여러 재료를 함께 사용하여 만든 다층 포장재를 많이 쓴다.
그릇으로 기능하면서 식품과 반응하지 않아야
식품 포장재는 우선 용기로서 기능해야 한다. 식품을 담을 수 있어야 한다는 말. 플라스틱은 열을 가해서 녹이면 특정한 모양의 용기를 만들기에 매우 유리해 한국에서 포장재로 압도적으로 많이 쓰인다. 높은 성형성을 지니고 있고 가벼워 다양한 제품을 여러 가지 포장 단위로 포장하기에 유리하다. 하지만 이러한 플라스틱은 열에 녹는 성질 때문에 안전성에 우려가 있다.
만약 포장재가 높은 온도에 견디지 못한다면 용기 형태가 변하거나 파손되는 건 물론이고 내용물의 품질이 떨어지거나 안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식품 포장재는 특히 뜨거운 식품을 잘 담을 수 있어야 한다. 식품을 포장재에 담는 과정을 '충진'이라고 하는데, 고온으로 가열된 식품을 충진하는 경우도 있고 제품을 충진한 후에 살균하려고 열을 가하는 경우가 있다. 안전성 문제는 식품을 대량 생산하는 업체뿐 아니라 주변에서 쉽게 일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묵을 국물과 함께 포장해 가는 경우, 과연 어묵을 포장한 플라스틱 비닐이 뜨거운 국물을 잘 견딜지, 진지하게 생각할 문제이다.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여러 화학 반응이 식품과 포장재 사이에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식품 포장재는 식품과 반응하지 않아야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화학 물질인 식품 포장재는 식품과 반응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뜨거운 식품을 포장재에 담는 동안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리고 포장재와 식품을 동시에 가열하는 즉석 조리 식품의 경우에는 식품과 포장재 사이에 여러 상호 반응이 일어나 내용물의 품질 저하를 유발하고 궁극적으로 식품의 안전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과일 주스의 경우를 보자. 주스를 다 마신 후에도 오랜 시간 용기에 주스 냄새가 남아 있다. 주스의 향 성분 중 일부가 포장재로 이동했기 때문인데 이로 인해 주스의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 반대로 말하면, 포장재 성분도 주스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또한 즉석 유탕면의 경우에 사용 후에 용기 내부가 주황색 또는 노란색으로 변한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내용물이 포장재로 전이되어 생기는 현상이다. 반대로 포장재 성분이 면과 국물로 이동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따라서 식품 포장재는 이러한 가공 및 저장 조건에서 식품과 반응하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에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즉석 조리 식품을 이용하고 만들 때 경각심이 필요하다.
식품을 보호하고 사용 후 폐기하기 쉬워야
포장재는 식품을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 수송하거나 저장하는 과정에서 식품이 외부의 물리적 충격을 받지 않도록 보호하고 산소와 수분에 노출되지 않도록, 또 자외선을 직접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과자류는 포장재 내부에 질소 기체를 충전하거나 포장재로 종이를 사용하여 외부 충격 때문에 과자가 부스러지는 것을 막는다. 아무리 좋은 품질의 과자라도 개봉했을 때 깨져 있다면 소비자가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또 포장재는 수분, 산소 그리고 자외선 등 식품 품질 유지에 부정적인 요인을 차단해야 한다. 수분에 노출된 조미 김, 산소에 노출된 소시지 그리고 자외선에 노출된 참기름 등은 고유의 조직감과 향, 색과 영양소가 파괴된다. 따라서 식품에 적합한 포장재를 선택하고 여러 환경 유해 요인들을 차단하는 일이 식품 포장에서 매우 중요하다.
또 포장재는 사용 후 폐기 및 재활용이 편해야 한다. 포장재를 쓰고 나서 어떤 방식으로든 버려야 하는데 환경에 조금이라도 부담을 덜려면 재질 자체가 자연스럽게 쉽게 분해되는 생분해성이나 재활용성을 띠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에서 포장재로 절대적으로 많이 쓰고 있는 플라스틱은 생분해성도 부족하고 소각할 때 유해한 물질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많다. 최근에 다양한 즉석 조리 식품이 개발되면서 식품의 저장 기간을 늘리기 위해 하나의 포장재만 사용하는 단층 포장재 대신, 여러 종류의 플라스틱을 사용하여 다층으로 만든 포장재를 쓰는 경우가 많아 재활용이나 소각이 더욱 어렵다.
무엇보다 안전성은 식품 포장재의 기본이자 의무사항이다. 과거 일부 식품 포장재에서 환경 호르몬 의심 물질이 검출되었고, 심지어 일부 유아용품에서도 유해 물질이 검출되었다. 또 포장재 인쇄 용제가 과다하게 잔존하는 것도 문제이다. 식품 자체의 안전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포장재도 안전해야 한다. 특히 식품 포장재는 식품과 직접 닿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안전해야 하고 또 고온에 노출되더라도 식품과 반응해서는 안 된다.
또 식품에 적합한 포장재를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각각 자기의 피부와 체형을 고려해 옷을 산다. 하지만 막상 몸속으로 들어가는 식품을 감싸는 포장재를 선택할 땐 식품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우를 종종 저지른다. 식품의 개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포장은 결국 식품을 아프게 하고 그 결과는 우리 몸의 통증으로 나타날 수 있다.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우리나라 대표 생협 한살림과 함께 '생명 존중, 인간 중심'의 정신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한살림은 1986년 서울 제기동에 쌀가게 '한살림농산'을 열면서 싹을 틔워, 1988년 협동조합을 설립하였습니다. 1989년 '한살림모임'을 결성하고 <한살림선언>을 발표하면서 생명의 세계관을 전파하기 시작했습니다. 한살림은 계간지 <모심과 살림>과 월간지 <살림이야기>를 통해 생명과 인간의 소중함을 전파하고 있습니다. (☞바로 가기 : <살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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