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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러시아와 외교 마찰 촉발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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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러시아와 외교 마찰 촉발 파문

이병호 원장, '러시아제 부품 사용' 발언…외교부 진화 시도

국가정보원이 북한의 장거리 로켓(광명성4호) 주요 부품을 러시아에서 도입했을 것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러시아가 강력 반발하는 등 외교 문제로 비화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엄중한 시국에 국정원과 여당이 또다시 '아마추어리즘'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부총리 반발 부른 국정원의 "北 로켓, 러시아 부품 사용" 발언

문제는 지난 7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직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회의에서 시작됐다. 당시 새누리당 정보위원들은 이병기 국정원장이 "북한이 러시아 기술과 부품을 들여와 미사일을 만들었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정보위 새누리당 간사인 이철우 의원은 브리핑을 통해 "(북한의 장거리 로켓) 주요 부품은 러시아에서 도입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러시아에서 들여왔다는) 상당한 자료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이같은 국정원의 분석 결과가 알려지자 드미트리 로고진 러시아 부총리가 직접 나서서 강한 어조로 반박했다. 로고진 부총리는 지난 8일 현지 언론인 <코메르산트>와 회견에서 "러시아가 미사일 개발 기술을 넘겼다는 주장은 말도 안 되고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러시아 부총리가 직접 나서서 국정원의 주장에 반박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우리 측의 별다른 반응이 없자, 러시아 외무부 미하일 울리야노프 비확산·군비통제 국장은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러시아가 북한에 로켓 부품을 제공했다는 한국 정보 당국의 발표는 무책임하고 아주 비전문가적인 것"이라며 "만일 한국 정부가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모든 결의에 반하는 행동을 하면서 북한에 불법적으로 로켓 부품을 제공했다고 의심할 만한 근거가 있다면 그 증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울리야노프 국장은 "만일 그러한 증거가 없다면 공식적으로 기존 발표를 취소하고 용서를 구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조언한다"고 했다.

이미 이철우 의원이 러시아제 부품이 북한의 장거리 로켓에 들어갔다는 국정원 내부의 "자료"가 있다고 언급했기 때문에, 국정원이 러시아의 강력한 반발에 대해 향후 어떤 대응을 펼지 주목된다.

외교부 "와전된 것"이병호 원장, 혹은 이철우 의원 잘못 시인?

그런데 국정원이 아니라 외교부가 나섰다. 외교부 조준혁 대변인은 11일 정례브리핑에서 "관계기관(국정원)이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설명한 건"과 관련해 "(정보위에서) 논의된 사실과 다르게 내용이 와전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이어 "따라서 본 건은 더 이상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와전된 것"이라는 표현을 그대로 해석하면, 국정원장의 발언과 새누리당 의원의 브리핑이 잘못됐다는 의미가 된다. 즉, 이철우 의원이 국정원장의 발언을 부풀려 브리핑했거나, 국정원장이 정보위에서 사실 전달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외교부의 설명에 따르면 이번 논란은 북한은 물론, 주변국과 관련된 민감한 현안을 다루는 국정원과 여당 정보위원들이 저지른 명백한 실수에서 기인한다.

군 당국이 "(2012년 은하 3호와) 부품이나 기술도 그때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한 것도, 국정원의 '러시아제 부품' 주장과 다르다. 군 당국은 은하 3호의 경우 자체 생산한 대부분의 부품에, 일부 대만제 부품이 섞여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정원은 최근 잦은 실수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특히 국정원 본연의 업무인 대북 정보와 관련된 사안에서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먼저, 국정원은 북한의 핵실험을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 둘째, 이병호 국정원장은 "우리가 (북한에) 졌다"는 발언을 해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했다. 셋째, 장거리 로켓과 관련해 국방부의 분석과 엇갈린 설명을 내놓아 국민들에게 혼선을 주고 있다. 여기에 불필요한 '외교 파장'까지 초래하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국정원 북한 핵실험 후 1, 2, 3차장이 연달아 교체되는 과정도 여러 추측을 불러 일으킨다. 일각에서는 '문책성' 인사가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국정원 차관급 인사를 단행한다는 것은 야권에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행위이기도 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런 정치적 부담을 감안하고 국정원 인사를 단행한 것은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겠느냐"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우왕좌왕하고 있는 국정원은, 현재 북한의 핵무기 및 장거리 로켓 발사와 별 관련이 없는 테러방지법 제정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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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기자
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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