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육군 문서에 담겨 있는 내용이다. 2012년 4월 16일에 작성된 이 문서에는 사드용 레이더로 불리는 'AN-TPY2'에 대한 상세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문서에 따르면 레이더 기지 전방 130도와 5500미터는 '출입 금지 구역'(Keep Out Zone)이 된다.
한미동맹이 2월 7일 전격적으로 사드 배치 공식 협의에 들어간다고 발표한 이후, 그 후보 지역에 초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구, 경기도 평택, 전북 군산, 강원도 원주 등이 언론 지면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런데 과연 사드, 특히 레이더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고 있을까?
아래 <그림 1>은 레이더 기지 '출입 금지 지역'을 나타낸 것이다. 이 그림에 따르면, 전방 좌우 양측 65도가 금지 구역으로 설정되어 있다. 100미터 이내에는 부대 인원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들어갈 수 없고, 3600미터 이내에는 통제받지 않는 사람, 즉 비인가자가 들어갈 수 없다. 또한 5500미터 내에는 항공기 출입 금지 구역으로 설정되어 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의문이 든다. 인구 밀집지역인 한국에 과연 이런 부지가 있을까? 사드 배치를 강행하면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은 없을까? 한미 양국은 이런 문제를 꼼꼼하게 따져보기는 했을까?
그렇다고 사드용 레이더를 산 정상에 건설하기도 어렵다. 미 육군 자료에 따르면, 약 5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레이더 부지는 최대 경사도가 "2.86도 미만"으로 "가능한 평지가 되어야 한다"고 나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예상되는 문제는 한둘이 아니다.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기지 전방 약 15만 평 정도를 출입 금지 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 현재 미군 부지 내에는 이렇게 큰 개활지가 없는 상태여서 해당 기지 구조를 전면 재배치하거나 추가적으로 토지를 수용해야 한다.
비용 문제도 새로운 관점에서 따져볼 필요가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약 1조 5000억 원에 달하는 사드 1개 포대 획득 비용은 미국이 부담하고, 부지와 기반시설 비용은 한국이 부담키로 했다고 한다. 그런데 토지 수용 대상이 커지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수 있다. 미군이 부담한다는 운영유지비 역시 한국이 미국에게 제공하는 방위 분담금이 전용될 공산이 크다.
또한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 모든 도시에는 공군이나 민간 비행장이 있어 안전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 유사시에는 레이더가 아군 항공기를 적기로 오인해 요격을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평택과 원주는 비교적 휴전선에서 가까워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시 비교적 빨리 포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들 도시는 북한의 신형 방사포 사거리 안에 있어 위험 부담이 크다. 반면 3대 도시인 대구는 북한 방사포 사거리 밖에 있지만, 인구 밀집 지역인 데다가 휴전선과 멀리 떨어져 있어 북한 미사일 대처의 효용성이 더욱 떨어진다. 군산은 중국에서 가장 가까운 미군 기지 가운데 하나여서 중국의 반발이 더더욱 커질 공산이 크다.
이렇듯 사드 배치에는 여러 가지 난관이 따른다. 그런데 한미 양국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즉각적으로 '공식 협의'를 발표하고 말았다. 미군 측에서는 1~2주 내에 배치가 가능하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사드 배치는 이렇게 졸속으로 결정할 일이 아니다. 동북아 신냉전 촉발이라는 '거대한 안보 불안'에서부터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에 미치는 '인간 안보/까지 따져봐야 할 문제가 한 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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