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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가진 북한, 경제에 올인?

[한반도 브리핑] 남북관계, 이념의 틀을 버려야 한다

지난 1월 6일 북한에서 실시한 '수소탄' 시험이후 한반도 그리고 동북아 정세가 긴장되고 있다. 북한이 수소탄을 성공적으로 시험하였기 때문에 지역 안보에 커다란 위협이 됐다기 보다는, 북한의 시험 이후 이를 두고 각국, 특히 한국의 대응이 긴장을 조성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형국이다.

실상 북한에서 시험한 수소탄은 그 강도가 너무 작아서 과연 수소탄 시험이 맞느냐는 의문을 자아낸다. 그러나 그러한 진위 여부보다는 북한의 수소탄 시험은 '아전인수'격으로 이용되어 지역의 긴장이 조성되고 있다.

한국은 8.25 합의로 중단되었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수소탄 시험 다음날부터 재개했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월 13일 기자회견에서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문제는 북한의 핵 또는 미사일 위협 등을 감안해 가면서 우리의 안보와 국익에 따라 검토해 나갈 것"이라며 사드 배치 문제를 직접 거론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진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 역할론'에 대해 "북핵 문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중국이며 중국은 여태까지 북핵 불용의 확실한 의지를 공언한 대로 지금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사드 배치와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 역할론을 직접적으로 연계하여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중국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을 압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미국은 직접적으로 중국을 압박하고 나섰다. 북한이 수소탄 시험이라는 제4차 핵실험 직후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미국은 중국이 원하는 특별한 대북 접근법을 존중하고 이를 실행하는 것을 막지 않았으나 이 방식이 작동하지 않았다"며 이제 중국도 미국의 대북 접근방식인 강력한 대북 압박과 제재에 동참하기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한반도 핵 문제는 중국에서 비롯된 것도 아니고 중국이 매듭을 만든 것도 아니며 중국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도 아니다"라고 미국의 요구를 반박했다. 나아가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한반도 비핵화, 평화와 안정 유지, 대화를 통한 해결의 3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며 미국의 요구를 일축했다.

미국과 중국의 외교 대표 간의 이러한 차이는 지난 1월 27일에 있었던 미중 외교 장관 기자회견에서도 거듭 확인됐다. 이 자리에서 케리 장관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북한을 압박하여야 한다. 미국은 중국의 특별한 능력을 믿는다"면서, 북한 압박의 열쇠를 중국이 갖고 있음을 상기시키며 북한 압박과 제재에 중국이 동참해 주길 완곡히 요구했다. 그러자 왕이는 "제재가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 북핵 문제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하고 그것이 유일한 방법"이라며 미국의 북한 압박 제재 요구에 분명한 선을 그었다.

▲ 지난 1월 27일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만난 존 케리(왼쪽)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AP=연합뉴스

미국과 중국 간 북한 압박과 제재를 둘러싼 갈등은 남중국해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 해군은 지난 1월 30일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 일대로 이지스 유도미사일 구축함 커티스 윌버를 보내 남중국해 분쟁도서인 파라셀 군도에 속한 트리톤 섬의 12해리(약 22㎞) 거리까지 접근하여 항행하도록 했다. 이 작전은 '항행의 자유 작전'으로 명명되었으며 미국은 2011년 이후 처음으로 이 수역에 구축함을 파견해 순찰 작전을 한 것이었다.

이에 대해 중국은 미국의 '항행의 자유 작전'을 중국에 대한 도달 행위로 규정하고 강력히 대응하고 있다. 중국 국방부는 1월 30일 오후 양위쥔(楊宇軍)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미국의 그 어떤 도 발행위에도 중국 군대는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해 국가의 주권과 안전을 결연히 수호할 것"이라고 경고하였으며, 같은 날 추이톈카이(崔天凱) 주미 중국대사도 미국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남중국해 일대에서 행하여진 미국의 작전에 대해 "사전 통보도 없이 중국 영해 12해리 이내에 들어온 것은 정치적으로나 군사적으로 모두 매우 엄중한 도발 행위"라고 비판했다.

외교에서 '도발'이란 단어는 우호적인 국가간에는 통용될 수 없는 것으로서 지금까지 수중 아래에서 진행됐던 동아시아를 두고 벌어지고 있는 미중간의 패권 대결을 가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종합적으로 볼 때 미국은 북한의 제4차 핵실험을 계기로 중국 압박정책을 가시화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의 제4차 핵 실험이 북한의 주장대로 수소탄 시험이라 하고 그것이 성공적이라고 하더라도 미국의 입장에서 북한에 대한 정책이 달라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무시 정책으로 일관했는데 북한이 수소탄 시험에 설령 성공하였다 하더라도 기존의 대북정책을 바꿀만한 동기가 그리 많지 않다. 북한이 수소탄으로 미국을 공격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북한의 수소탄 제조 능력은 아직까지 초보수준이고 그것을 운반할 장거리 미사일도 완성단계에 있지 않다. 또한 설사 북한이 핵 기술과 장거리 미사일 기술이 완숙단계까지 도달하였다 하더라도 북한이 자신뿐 아니라 지역적 핵 참사 (nuclear catastrophe)를 감안하지 않는다면 핵미사일 또는 수소탄을 미국을 향해 또는 미군이 배치되어 있는 한반도, 일본, 괌, 그리고 하와이에 선제적으로 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렇듯 북한의 핵 기술 그리고 장거리 미사일 기술의 향상은 미국의 기존 대북정책을 180도 선회하는 동기를 제공하지 않지만, 이것을 빌미로 하여 대중국 압박정책을 한층 노골적으로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고 있다. 그렇다면 왜 북한은 자신들이 '수소탄' 시험이라고 하는 제4차 핵 실험을 강행했을까? 북한은 지난 1월 6일 수소탄 시험 이후 발표된 성명서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있다.

"우리 공화국이 단행한 수소탄시험은 미국을 위수로 한 적대세력들의 날로 가증되는 핵위협과 공갈로부터 나라의 자주권과 민족의 생존권을 철저히 수호하며 조선반도의 평화와 지역의 안전을 믿음직하게 담보하기 위한 자위적 조치이다"

북한은 자신들의 이번 수소탄 시험이 미국의 핵 위협에 맞선 자기 방어적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수천 기의 각종 핵무기와 세계 최고의 핵 기술과 능력 그리고 그것을 사용할 모든 기술과 능력을 가지고 있는 미국이 그것을 동북아시아에서 언제든지 배치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전쟁이 아직 공식적으로 끝나지 않았음을 고려할 때 북한의 위와 같은 주장은 상투적인 문구 (cliche)라고 치부할 수 없다.

▲ 지난 1월 6일 북한은 관영매체인 조선중앙TV를 통해 정부성명을 발표하고, 수소탄 시험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성명을 발표하고 있는 리춘희 아나운서 ⓒAP=연합뉴스

성명서에는 "우리 공화국은 책임 있는 핵보유국으로서 침략적인 적대세력이 우리의 자주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 이미 천명한대로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어떤 경우에도 관련 수단과 기술을 이전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라는 구절도 있는데 이것 역시 자신들의 이번 수소탄 시험이 자위적인 것을 다시 강조하고 핵확산 방지에 대해서 미국과의 협상의 문을 열어 놓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북한의 이번 제4차 핵실험은 미국과 외부에게 주는 자신들의 핵 능력을 과시하기보다는 내부의 결속을 다지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2012년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된 김정은 제1위원장은 2013년 경제건설과 핵무력 건설이라는 병진 노선을 북한의 국가전략으로 천명한 이후 이를 꾸준히 추진해 오고 있다. 병진노선을 좀 더 구체적으로 해석하자면 핵 개발의 완성으로 자위적 능력을 제고하고 이것을 바탕으로 경제발전을 하겠다는 자주노선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수소탄은 핵 개발의 최정점이며 핵무력 건설의 완성을 의미한다. 물론 북한이 그들의 주장대로 수소탄시험이 성공적이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그들이 이 시험이 '성공'이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제 경제발전에 좀 더 비중을 두고 또는 집중하여 국가전략을 실현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돼야 한다. 이점은 북한의 <민주조선>과 조총련 <조선신보>에서도 확인된다.

북한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의 지난 1월27일 '뜻깊은 올해에 농업전선에서 알곡생산의 대승전고를 높이 울리자'라는 제목의 사설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수소탄까지 보유한 우리에게 쌀만 많으면 더 이상 무서울 것이 없다. 오늘 우리가 농사를 잘 지어 식량을 자급자족하기만 하면 적들이 아무리 책동하여도 우리 식 사회주의는 끄떡없다". 핵개발이 완성됐으니, 이제 식량생산을 증대시켜 경제발전에 일조하자는 주장이다.

재일 <조선신보>는 지난 1월27일 '미국의 핵 위협/조선이 자위적 조치를 취한 이유'라는 제목의 세 번째 분석 글에서 북한의 수소탄 시험이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이라는 병진 노선에 따라 준비되고 단행되었다면서 "병진 노선의 방점은 '핵'이 아니라 '경제'에 있다"고 상기시켰다.

과거 북한은 자신들이 스스로 '고난의 행군'이라고 명명할 만큼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선군정치'를 내세워 위기를 돌파하려고 하였다. 북한의 조선연감에 따르면 1998년부터 2012년까지 북한은 매년 총예산의 15%~20%를 쓴 것으로 되어 있으나, 실질적으로 그들은 고난의 행군 시기 늘 "사회주의경제건설에서 새로운 변혁을 이룩해 나가자면 무엇보다도 국방공업을 중시하고 여기에 선차적인 힘을 넣어야 한다"며 예산의 더 많은 몫을 국방으로 돌린 것으로 분석된다.

'수소탄시험의 성공'은 이러한 국방에 대한 예산의 몫을 줄이고 이것을 경제 분야에 돌려 경제건설에 집중하겠다는 것이 북한의 의도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제7차 당대회에서 결의될 것은 매우 분명해 졌다고 할 수 있다. 제7차 당대회에서는 제6차 당대회에서 나온 어젠다들에 대한 총화가 있을 것이고 핵 무력 건설의 가시적 성과에 따른 경제건설에 총력을 기울이고 여기에 대한 방법과 목표가 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지난 2012년 4월 15일 김일성 주석 100회 생일 경축 열병식에서 "세상에서 제일 좋은 우리 인민, 만난 시련을 이겨내며 당을 충직하게 받들어온 우리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며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 하자는 것이 우리 당의 확고한 결심"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은 정권의 향방과 유효성은 경제건설의 성과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으며, 북한은 제4차 핵실험이후 경제건설에 집중할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단언할 수 없는 문제이지만, 북한과 인접한 중국이 창지투 선도지구를 선정하고 동북 4성 개발을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러시아 역시 자신들의 신유라시아니즘(New Eurasianism)에 입각하여 동시베리아 사할린 섬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에 경제건설에서 북한의 입지 조건은 결코 나쁘다고 할 수 없다. 또한 북한이 자신들의 국방비 중 많은 부분을 순수 경제건설에 돌린다면 2003년 이후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북한경제에 빅 플러스(big plus)가 될 것이다.

21세기는 동북아시아 시대라고 한다. 위치상으로 동북아시아의 관문 (gateway) 이라고 할 수 있는 한반도는 세계 경제의 중심축이 될 수 있다. 이것은 남과 북의 화해와 협력안에서만 가능한 이야기이다. 2016년 한국의 경제전망을 그리 좋지 않다. 수출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가계부채는 국민총소득만큼 커져 있다. 북핵 문제 또는 북한 문제를 더 이상 정치적 입장에서 그리고 아전인수격으로 다루어지는 것이 과연 국익에 부합한 것인지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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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후건

박후건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국제실장은 U.C. Riverside 대학에서 Keith Griffin 교수 지도하에 북한 경제개발전략을 연구한 논문으로 1997년 박사학위(경제학)을 받았습니다. 이후 미국 콜롬비아 대학 조교수, 일본 와세다 대학 부교수를 거쳤습니다. 저서로는 <중립화 노선과 한반도의 미래>, <유일체제 리더십: 잭 웰치, 이건희, 김정일 리더십의 비밀>(2008, 2009년 학술원 선정 우수학술도서)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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