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에서 윤리위원장을 지냈던 인명진 목사는 2일 "새누리당은 진정 보수적 가치를 실현하는 정당이냐"고 물으며 "과연 이런 당을 계속 지지해야 하는가 보수주의자이지만 너무 심하지 않은가 고개를 갸우뚱하는 국민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12차 국가전략포럼회의에서 '절망적인 한국사회에서 선거 혁명은 가능한가'는 주제로 강의를 하며 이처럼 자신이 속했던 새누리당을 통렬하게 비판했다.
그는 새누리당은 보수 정당임에도 "보수적 정책에 대한 논의를 찾아볼 수 없고 친박·비박·진박·신박 온갖 잡박(?) 논의만 난무하다"면서 "어느 나라의 보수 정당에서 이런 현상을 찾아볼 수 있는가"라고도 물었다.
인 목사는 이어 "뿐만 아니라 듣기에 섬뜩한 말, 듣기에 민망한 막말이 난무하고 홍위병들이 설치는 듯한 모습을 보면서 민주 정치에 대한 위기감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면서 친박-비박이란 계파로 갈려 당내 싸움에 몰두해 있는 정치권을 비난하기도 했다.
"삼권 분립은 작동하는가, 언론의 자유는 있는가"
인 목사는 이날 "지금 우리나라가 처해 있는 정치·경제·사회적 위기는 최대의 상황"이라면서 특히 정치 부문에서의 위기는 "우리 정치와 사회가 정말 민주화 되었는가 라는 심각한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한 마디로 민주주의의 위기다"라고 진단했다.
그의 비판은 박근혜 대통령이 주도하고 있는 공포 정치, 행정부의 의회 및 사법부 통제 정치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인 목사는 "삼권 분립은 제대로 작동하는가. 양심에 따라 듣고 말할 수 있는 언론의 자유는 있는가. 다양한 역사적 견해를 마음대로 밝힐 수 있는가. 집회의 자유는 보장되어 있는가. 정부가 하는 일을 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고 진실을 알 수 있는가"라고 물으며 "최근 들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에 대한 수많은 질문이 우리의 마음을 답답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 목사는 새누리당에 대한 비판뿐 아니라 야당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도 쏟아냈다.
그는 '진박' 논란만이 난무하는 새누리당을 비판한 후 "그렇다면 야당은 희망이 있는가"라고 물으며 "끝없는 분열, 설득력 없는 옹고집, 극단적 편견, 편 가르기 등 이제는 정말 신물이 난다. 더구나 이따금 심심치 않게 터지어 국민들을 분노하게 하는 끈질긴 부정부패. 이제는 야당을 지지하던 사람들조차 더 이상 견디기 힘든 역겨움이 있다"고 맹렬히 비판했다.
인 목사는 이어 "정치가 이래서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면서 "선거만이 정치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선거 혁명 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정치 개혁을 이룰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선거 혁명만이 살 길…국민이 갑질해야"
인 목사가 '선거 혁명'을 내세운 것은 과거 한국 사회를 바꾸었던 몇 가지 방법들이 더는 현실에서 통용될 수 없다는 진단에서 나온다.
그는 과거 "학생 혁명으로도 정치를 바꾸었으나 애석하게도 이제는 지금 학생들은 도서관에서 취업 준비에 스펙 쌓기에 생존을 위한 아르바이트에 바쁘다. 광화문에는 살수차와 잘 훈련된 기동 경찰이 늘 대기하고 있다"고 했고 "우리에게는 1987년 6월 항쟁으로 정치를 바꾼 경험이 있으나 지금은 국민운동본부 결성이 불가능하다. 또 아무리 시위를 해보아야 허공에 소리를 지르는 꼴이다. 메아리가 없다"고 말했다.
인 목사는 이어 '선거를 통한 정치 변화'를 주문한 후 "정치인들은 갑이지만 그 정치인이 유일하게 갑이 아닌 때가 선거철"이라면서 "이때는 우리 국민이 갑이 된다. 이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본래 우리가 갑인데 오랜 기간 빼앗겼던 갑의 노릇을 이때만이라도 확실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인 목사는 젊은 층의 선거 참여를 독려했다. 그는 "젊은이들의 오늘의 한탄스러운 현실이 흙수저 때문이 아니고, 스펙이 부족해서가 아니고, 자신이 운이 없고 못나서가 아니라 정치가 잘못되어서 그렇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면서 "그러므로 쓸데없이 자신의 운명 탓이나 하고 헬조선이라고 절망하지 말고 투표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인 목사는 이어 1978년 박정희 유신정권 시절 치러진 10대 총선에서 집권 공화당이 31.7%, 야당인 신민당이 32.8%의 득표율을 얻어 유신독재의 붕괴를 예고했던 사례와 1988년 13대 총선에서 민정당 34.0%·평민당 19.3%·통일민주당 23.8%·공화당 15.8%의 득표율로 최초의 여소야대 국면이 이루어진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도 이와 같은 선거의 혁명이 일어나야 한다"면서 "선거만이 우리 사회가 당면한 정치·경제적 위기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명심, 또 명심해야 할 것"이라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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