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천정배 신당 간의 '통합'이 이뤄진 23일, 더불어민주당은 세 가지 방향의 메시지를 내며 대응했다. △통합, △혁신 그리고 △'마이웨이'다.
통합에는 통합으로 맞불?…문재인·심상정 "야권 전략협의체 구성"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만나 "심 대표가 신년 기자회견에서 제안한 범야권 전략협의체 구성에 적극 공감하고 이의 실현을 위해 적극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심 대표는 앞서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범야권 전략협의체'를 제안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심상정 "야권연대는 필수…안철수도 동참하라")
문 대표는 또 이 회동에서 "야권 혁신과 연대에 대한 그동안의 논의 내용을 김종인 선대위원장께 상세히 설명드리고, 후속 논의가 잘 이어지도록 할 수 있는 역할을 다 하겠다"고 했다고 더민주 김성수, 정의당 한창민 대변인이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밝혔다. 심 대표는 선거법·노동 5법 등 쟁점 법안 논의에 깊은 우려를 표했고, 문 대표는 파견법은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재확인하고 선거법 역시 소수 정당 의견이 최대한 반영되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답했다고 양당 대변인은 전했다.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이 이날 오전 천정배 신당(국민회의)와의 통합을 '깜짝 발표'한 가운데, 제1야당인 더민주는 전통적인 진보정당 정의당과 손을 잡으며 맞불을 놓는 모양이 연출됐다. 단 양당 대변인은 이날 회동이 원래 지난 주부터 예정돼 있던 것이라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한 대변인은 "지난 주에 의견을 나눴고 오늘 오전에 회동을 하기로 했다"고 했고, 김 대변인도 "회동 사실을 나는 어제 들었다"고 했다.
통합 받고 혁신 더?…김종인, 노영민·신기남에 "단호한 입장"
이에 앞서 김종인 선대위원장은 이날 아침 선대위 1차 회의를 주재하며 "지금의 더불어민주당이 그동안 국민에게 준 실망을 다시 어떻게 회복할 것이냐,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면 일반인의 상식으로 봐서 정치인으로서 해야 할 행동이 아닌 행동을 한 분들은 당이 단호한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며 "이같이 하지 않고서는 우리 당이 변모했다는 모습을 외부에 보여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야당이 본질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정권을 어떻게 인수받을 수 있느냐' 하는 노력에 집결돼야 하는데, 일부 야당의 형태를 보면 그저 어떻게 의원직이나 '엔조이(enjoy·즐김)하는 데 만족해서 실질적 정당으로서 기능을 상실하는 모습을 외부에서 느낄 수 있었다"고 비판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다니는 자녀에 대한 '구제 청탁' 의혹을 빚은 신기남 의원과, '시집 강매' 논란을 일으킨 노영민 의원을 사실상 공천에서 배제시키겠다는 메시지로 풀이됐다. 김성수 대변인은 선대위 회의 결과를 설명하는 기자 간담회에서 "한 선대위원이 '오늘 우리 당이 언론에서 주요하게 주목받을 게 선대위와 오후에 있을 윤리심판원 (결정)'이라고 하자, 김 위원장이 '그래서 내가 그 대목을 얘기했다'고 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날 밤 발표된 윤리심판원 결정에서 노 의원은 당원 자격 정지 6개월, 신 의원은 당원 자격 정지 3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총선까지 남은 날이 3개월도 안 되기 때문에, 두 의원은 총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됐다. 당원 자격 정지는 당 자체 공직 후보 부적격 기준에 해당되기 때문. 당 안팎에서는 노 의원 지역구인 충북 청주흥덕을에는 청주 출마설이 있던 도종환 의원 차출설이, 신 의원 지역구인 서울 강서갑에는 뉴파티위원회 위원인 금태섭 전 대변인 출마설이 있다.
安, 千 뭐라든…김종인 "우려할 필요 없다"며 "총선서 '포용적 성장' 내세우자"
이 두 가지 메시지가 모두 23일 하루 동안 나온 것인데, 정작 '안-천 통합'에 대한 공식적 반응은 "너무 우려할 필요 없다(김종인 선대위원장)"라는 것이었다. 김성수 대변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선대위 회의 석상에서 두 신당의 통합에 "너무 우려할 필요는 없다. 통합이 지금 됐다고 해서 바로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우려를 할 필요가 있겠는가"라고 했다고 한다.
다만 이용섭 선대위원은 이에 대해 "너무 과대평가할 필요는 없지만, 또 과소평가해서도 안 된다"며 "광주, 호남이 우리의 심장이라는 것은 분명한 일이다. 호남 민심을 다시 얻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우윤근 위원도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호남에서 신뢰를 잃게 된 데 대해 우리의 진정어린 사과가 부족했던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선대위원들에게 당부드린다. 선대위에 참여하는 기본 목표는 20대 총선에서 우리가 어떻게 하면 승리를 구축할 수 있느냐에 머리를 총동원해야 한다(는 것)"라며 "(총선에서) 갈등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서 포용적 성장을 내세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정책 기조를 제시했다. 그는 "경제 민주화가 점차적으로 추진되지 않으면 포용적 성장이 될 수도 없고, 포용적 성장이 안 되면 갈등구조 자체가 사회 폭발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포용적 성장이란 말이 전 세계적인 화두가 되고 있는데, 이는 경제 민주화와 다르지 않다"며 "경제 측면에서는 포용적 경제, 정치적 과제로는 우리 민주주의가 쭉 발전해 오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크게 후퇴(한 만큼), 민주주의 회복. 이 두 가지를 양대 과제로 총선을 치러 나가자"고 했다고 김 대변인이 전했다. 김 대변인은 "(포용적 성장이) 우리 당이 최대 역점을 둬야 할 정책 과제라는 데 의견이 접근했다"며 "포용적 경제와 민주주의를 양대 축으로 총선을 치르자는 데 위원들이 공감대를 이뤘다"고 전했다.
김종인 "선대위원 12명이 친노? 내가 확인해봤다"
한편 김 위원장은 '16명 중 12명이 친노'라는 등 선대위 구성에 대한 당 안팎의 비판에 대해서는 "사실 저 나름대로 (당에) 들어와서 '과연 어떤 사람이 친노고, 어떤 사람이 친노가 아닌가' 냉정하게 생각해 보고, 여기저기 많이 확인도 해 보고, 개별적으로 사람들에게 질문도 해 봤다"며 "금요일 선거대책위원회를 발표하는데 목요일 밤 11시에 제 나름대로 혼자서 결심을 해서 명단을 발표했고, 어떤 반응이 있느냐에 대해 저 자신은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이날 1차 선대위 회의에는 문재인 대표 측근으로 불리는 최재성 선대위원(당 총무본부장)은 불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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