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의원이 결국 탈당을 선언했다.
박 의원은 22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오늘 더불어민주당을 떠난다"며 "분열된 야권을 통합하고 우리 모두 승리하기 위해서 잠시 당을 떠난다"고 했다,
박 의원은 탈당 이유에 대해 "민심에 맞서는 정치는 옳지도 않고, 결코 성공할 수도 없다. 저는 민심을 따르겠다"며 "문재인 대표는 저와 치열하게 경쟁했지만 저에게 좋은 제안도 많이 했다. 그러나 함께 하자는 문 대표의 제안은 분열을 막을 명분이 없었기에 결단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박 의원은 "절박한 심정으로 야권 통합의 대장정을 시작하겠다"며 "분열하면 패배하고 통합단결하면 승리한다. (이런) '김대중 정신'과 함께 하는 전국의 동지들을 위해 저부터 시작하겠다"고 했다.
그의 회견문 제목은 '김대중 대통령께서 창당한 당을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이 떠나며'였다. 박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고, 2000년 김대중 정부 문화부 장관으로 6.15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비밀 특사 역할을 할 정도로 김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렸다.
박 의원은 탈당 후 국민의당(안철수 신당), 국민회의(천정배 신당), 통합신당(박주선), 신민당(박준영) 등 특정 정당에 가담하지는 않고, 제3지대에서 이들을 통합하는 작업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박 의원은 "박준영, 천정배, 박주선, 김민석 네 분을 만나 '당신들이라도 통합하라'고 부단히 노력했는데 약간의 희망이 보인다"며 "여기에 정동영 전 의원도 합류할 것 같다"고 주장했다.
당초 더불어민주당 분열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측됐던 박 의원의 탈당은 의외로 즉각적인 반향이 크지는 않았다. 문재인 대표가 오는 27일 대표직을 사퇴하게 된 상황,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한 효과, 인재 영입 경쟁에서 '안철수 신당'에 앞서가고 있는 점 등이 복합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박 의원이 탈당한다면 거취를 함께할 것으로 예상됐던 광주·전남 지역의 '박지원계' 의원들은 최근 탈당 시기를 늦추거나 탈당 결심 자체에 대해 재고하고 있다. 박 의원과 가까운 이들로는 김영록, 이윤석, 박혜자, 이개호 의원 등이 꼽힌다.
박 의원은 이들 의원들의 잔류 가능성에 대해 "현역 의원의 정당 선택은 누구도 강요할 수 없다"며 "제가 그분들의 공천을 거들거나 책임져 줄 위치에 있지 않다"고 했다.
※다음은 박 의원의 탈당 기자회견 전문(全文)
김대중 대통령께서 창당한 당을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이 떠나며
저는 오늘 더불어민주당을 떠납니다.
김대중 대통령께서 창당한 당을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이 떠납니다.
민심에 맞서는 정치는 옳지도 않고, 결코 성공할 수도 없습니다.
저는 민심을 따르겠습니다.
분열된 야권을 통합하고 우리 모두 승리하기 위해서 잠시 당을 떠납니다.
문재인 대표는 저와 치열하게 경쟁했지만 저에게 좋은 제안도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함께 하자는 문재인 대표의 제안은 분열을 막을 명분이 없었기에
저는 결단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에겐 당을 바꿀 힘이 부족했음을 통렬히 반성하고 또 반성합니다.
야권은 이미 오분육열 되었습니다. 모두 자신의 길만 옳다고 합니다.
그러나 야권 통합, 총선승리, 정권교체의 최종 목적지는 반드시 같아야 합니다.
이제 저는 누구도 탓하지 않고
길에게 길을 묻고, 물방울에게도 길을 묻는
나그네의 절박한 심정으로 야권 통합의 대장정을 시작하겠습니다.
역사를 바꾼 위대한 혁명도 결국은 한사람의 용기에서 시작했습니다.
저는 길 잃은 야권 통합, 꺼져가는 총선승리, 정권교체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함께 할 동지들을 생각하며 아무도 걷지 않은 눈밭에 발자국을 먼저 남기겠습니다.
그 길을 간절히 염원하는 동지들이 있고,
그 길이 국가와 국민을 향한 무한 책임이기에
물방울은 물결이 되고, 강은 바다에서 만난다는 믿음을 나침반 삼아 가겠습니다.
분열하면 패배하고 통합단결하면 승리합니다.
김대중 정신과 함께 하는 전국의 동지들을 위해 저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야권 통합에 의한 총선승리, 정권교체의 밀알이 되기 위해
혈혈단신(孑孑單身) 절해고도(絶海孤島)에 서겠습니다.
우리는 다시 만나 결국 승리할 것을 확신합니다. 감사하고 죄송합니다.
2016.1.22. 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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