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박근혜 대통령의 '민생 구하기 입법 촉구 1000만 서명운동' 참여에 대해 거세게 비판했다. 서명운동이 재계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 대통령이 실질적 노력은 하지 않고 서명운동이나 하고 있다는 점 등이 지적됐다.
문재인 더민주 대표는 20일 오전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지금 대한민국의 최대 과제는 세계 최악의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정부는 소득 불평등에 대한 대책이 전무하다, 오히려 온 국민을 비정규직화하고 나쁜 일자리를 양산하는 노동 악법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 대표는 "소득 불평등을 해소하기는커녕 더 악화시키는 것이라는 야당과 노동계의 비판에도 (정부는) 마이동풍"이라며 "급기야는 한노총이 노사정 대타협의 파기를 선언하고 나섰다. 정부가 먼저 노사정 대타협을 위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문 대표는 이어서 "그런 가운데 박 대통령은 경제 단체들이 주도하는 서명운동에 참여하겠다고 나섰다,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라며 "입법에 관해 국회, 특히 야당과 대화하고 설득할 의무를 저버린 처사이고, 국정을 총괄하고 조정해야 할 지위를 망각한 처사이며, 직접적 이해관계자인 노동계를 외면하고 적으로 돌리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문 대표는 "애당초 재계의 서명운동이란 것이 '관제' 서명운동임이 드러났다"며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 시대에 자주 있었던 '관제 데모'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박 대통령과 정부는 의회민주주의를 존중하기 바란다"며 "노동법 개정안을 날치기 강행 처리해 대부분의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잃고 타격을 받았던 김영삼 정부의 전철을 밟지 말 것을 진심으로 촉구한다"고 말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역사적으로 관제 데모는 국민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며 "박 대통령이 서명운동을 하면서 국회를 압박하고 있는데, 다분히 총선용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훤히 드러나는 의도는 결코 성공할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유승희 최고위원도 "박 대통령에 이어 황교안 총리가 입법 서명운동에 동참한다고 한다"며 "특정 이익집단, 대기업과 재벌들이 하는 서명운동에 대통령이 동참하고 총리가 따라 서명하는 것은 유례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유 최고위원은 "대통령은 '시민 코스프레'를 중단하라"면서 "대통령은 우리나라 최고 권력자이다. 경제 위기에 무한 책임을 느껴야 할 장본인이 언제까지 국회 탓만 할 거냐"고 따져 물었다.
추미애 최고위원은 "경제단체와 기업인들이 주도하는 정치적 대립이 첨예한 (사안에 대한) 서명운동에 청와대를 비운 채 참여한 것은 유레 없을 뿐더러 어느 민주극가에 이런 사례가 있다고 들어본 적이 없다"며 "국민 설득은커녕 포퓰리즘에 기대 민주주의를 깨트리고 선거에 개입하려 하는 노골적 저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추 최고위원은 전날 '안철수 신당' 최원식 대변인이 "대통령의 경제 활성화법 서명은 우리 경제가 매우 심각하다는 사실을 대통령도 알고 계시다는 의미"라고 한 데 대해 "어제까지 정체성을 같이했던 동지들이 그런 정체성을 배반하는 일들이 벌어져 대단히 유감"이라고 신당을 겨냥하기도 했다. 최 대변인은 이날 오전 당사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 서명의 진정성은 인정해 줄 수 있지만 세월호, 국정 교과서 서명운동은 진지하게 생각지 않으면서 (이번 서명운동에는) 본인이 서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얘기였다"며 "제 취지는 뒷부분에 있었다"고 해명했다.
文 전날 사퇴선언에 이종걸 최고위 복귀…더민주 지도부, 모처럼 훈풍
한편 이날 더민주 최고위원회 회의에는 이종걸 원내대표가 한 달여의 공백 끝에 참석했다. 이 원내대표는 "지난 40일 긴 공백을 뒤로 하고 '통합 여행'(을 위해) 최고위에 불참했는데 오늘 복귀하게 됐다"며 "이유야 어떻든 일방적으로 최고위를 비우고 당무를 함께하지 못해서 진심으로 사과 말씀 드린다"고 했다. 이 원내대표는 "어제 문 대표가 선대위에 전권을 이양한다고 말했다"며 "만시지탄이지만 국민 속에 더민주의 깃발을 휘날릴 전기가 될 것이다. 문 대표의 생각이 밀알이 되어 대선승리의 확신이 국민에게 다가갈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문 대표는 이에 "이 원내대표가 최고위에 복귀해서 우리 최고위가 마지막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게 됐다"고 화답하며 "제가 어제 사퇴 뜻을 밝혔고 최고위원들은 공동운명체로 저와 거취를 함께하게 되셨다. (…) 최고위가 권한을 다하는 그 순간까지 함께 단합해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문 대표는 "특히 앞으로 구성될 선대위가 통상의 선대위와 달리 선거 시기의 비상지도부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러자면 당헌 규정에 맞게 최고위가 권한을 선대위에 넘기는 절차가 원만히 잘 될 필요가 있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전날 정청래 최고위원이 최고위원직 사퇴 의사를 밝힌 데 이어, 다른 최고위원들도 일괄 사퇴할 뜻을 비쳤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당초 목표대로 최고위에서 선대위로, 점진적 비대위로의 권한 이양이 연속성을 갖고 질서 있게 이뤄지게 되어 다행"이라며 "최고위원으로서 보람으로 생각하고, 당헌당규 절차에 따라 신속히 마무리될수 있도록 남은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유승희 최고위원도 "문 대표와 최고위는 공동운명체"라며 "어제 문 대표의 결단이 더민주 승리의 주춧돌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저 역시 최고위원으로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추미애 최고위원은 한편 "선거 지도부 구성이 논란이 될 게 뻔한데, 지지자들의 신뢰를 깨트리지 않도록 대의성, 민주성, 공정성을 잘 견지해서 더 이상 잡음이 나지 않게 할 책무가 구성원 상호 간에 있는 것 같다"며 "계파 초월 선대위 구성이 되기를 앙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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