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재벌 총수 등이 주도하고 있는 '민생구하기 입법 촉구 1000만 서명 운동'에 서명자로 직접 나서 논란이 일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18일 경기도 성남시 차바이오컴플렉스에서 열린 '2016년 경제혁신 2분야 정부업무보고'를 마친 후 판교 네오트랜스 앞 광장에 설치된 서명 운동 부스를 방문, 국회의 경제활성화 입법을 촉구하며 서명을 했다. 대통령이 재계가 주도하는 국회 압박 운동에 동참하는 모양새다.
박 대통령은 부스에 나와 있던 박용후 성남상공회의소 회장에게 "추운데 고생 많으십니다"라고 말한 후 "얼마나 답답하시면 서명 운동까지 벌이시겠습니까?"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저도 노동개혁법, 경제활성화법 통과시켜달라고 했는데도 안 되서 너무 애가 탔는데, 당사자인 여러분들은 심정이 어떠실지 생각이 든다"라며 "그래서 힘을 보태드리려고 이렇게 참가를 하게 됐다. 이런 뜻이 국민들과 경제인 여러분들의 마음이 잘 전달이 됐으면 한다. 추운 날씨에 힘내라"라고 말했다.
'민생구하기 입법 촉구 천만 서명 운동'은 대한상의 회장을 맡고 있는 두산그룹 박용만 회장 등이 주축이 돼 전경련, 경총, 중기중앙회, 무역협회 등 경제 5단체 회장들의 참여로 만든 임의 조직이다. 대한상의가 사실상 사무국 역할을 한다.
재벌 총수 등이 스스로 기업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시민 운동'의 틀을 가져와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박 대통령이 나서서 장단을 맞춰 준 셈이다.
박 대통령은 앞서 열린 정부 업무보고에서 "국민들과 경제계에서 절박하게 처리할 것을 호소하는 경제활성화법과 노동개혁법들이 하루속히 국회에서 통과되어야 할 것"이라며 "이렇게 어려움에 처한 우리 경제와 커지고 있는 테러 위협을 극복하고자 경제단체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해서 민생 구하기 입법 촉구 1000만인 서명운동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오죽하면 국민들이 그렇게 나서겠습니까"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것은 국회가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하니까 국민들이 나서서 바로 잡으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앞으로 국회가 국민들로부터 아예 외면당하는 이런 절박한 상황까지 가지 않기를 바라고, 부디 국민들과 경제단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서 최대한 빨리 입법 문제를 도와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재계에서 주도한 서명운동을 "국민들이 나선 것"으로 표현한 가운데, 노사정 협의체의 한 축인 한국노총은 대타협 파기 선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미 '파탄 선언'을 한 한국노총은 이르면 19일 합의문 최종 파기를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
이 상황에서 재계 편을 노골적으로 들고 있는 박 대통령의 '서명 동참' 행보는 노동계를 더욱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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