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선대위원장으로 영입된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이중존재입니다. 내부인이자 외부인입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안철수 의원에게 그는 내부인입니다. 경제 조언자나 정치 멘토로 연을 맺었던 인물입니다. 그렇기에 박근혜·안철수 두 사람을 향한 그의 한 마디 한 마디는 국민들에게 1인칭 관찰자의 어법으로 전달됩니다. 울림이 적은 3인칭 관찰자 어법이 아니라 리얼함이 배가되는 1인칭 관찰자 어법입니다.
더민주에게 그는 외부인입니다. 단지 인연이 없었던 수준이 아니라 당의 맞은편에서, 당의 경쟁자를 도왔던 인물입니다. 그렇기에 더민주 선대위원장으로서 그의 한 걸음 한 걸음은 국민들에게나 당원들에게 계파 무관·이익 초월의 처신으로 여겨집니다. 음모론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거의 없습니다.
이런 인물의 영입은 그래서 강력한 한방입니다. 일거양득·일타쌍피의 효과를 가져오는 회심의 한 수입니다.
내부인 김종인은 필연적으로 고발자의 성격을 띠게 됩니다. 박근혜·안철수 두 사람에게 세울 정치적·정책적 각의 수준을 '다른 정파의 상투적인 공격'을 넘어 '과거 동반자의 진실 고백'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입니다. 총선의 핵심 이슈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청년문제·불평등 문제의 주도권을 쥐여주는 건 덤이 될 것이고요.
외부인 김종인은 자연스럽게 균형자의 역할을 하게 될 겁니다. 어쩌면 지금까지의 분란을 오픈게임 수준으로 격하시켜버릴지도 모를 예민한 문제인 공천작업의 전권을 행사하는 데서 연고·정실·편향·패권·음모 등등의 공격적 수사가 삐져나올 여지를 차단해 버릴 것입니다. 외부인이 누리는 중립 지위가 균형자 역할을 배가시킬 것입니다. 외부 인재에 이어 외부 거물까지 더민주를 선택했음을 알림으로써 야권의 적통 추인 효과를 가져다주는 건 덤이 될 것이고요.
지금까지 미래형으로 얘기했지만 사실은 현재진행형입니다. 김종인 전 수석은 이미 두 마디의 임팩트 있는 발언을 했습니다.
지난해 10월이었습니다.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도의 경제민주화·복지 확대를 위한 증세는 기대난망이라고 선언하면서 자신이 과욕을 부린 것이라고 국민에게 사과했습니다.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안철수 의원의 탈당과 창당을 대선 집념에 사로잡혀 저지른 악수로 규정하는 한편 안철수 의원이 아무리 노력해도 당시 새정치연합의 뿌리까지 빼낼 수는 없다고 단정했습니다. 이중존재 김종인은 이미 이중으로 발언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영입은 그 발언에 상표를 붙인 것입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