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합의를 만들어낸 박근혜 대통령이 "역대 어느 정부도 제대로 다루지 못했던 일"이라고 자평하는 가운데,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어느 정부도 이렇게 종지부를 찍으려 하지 않았다며 반박에 나섰다.
박 대통령은 지난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 문제(위안부)가 제기되고 지난 24년 동안 어떤 정부에서도 제대로 다루지 못했고, 심지어 포기까지 했던 아주 어려운 문제였다"면서 이번 위안부 합의를 높게 평가했다.
이에 정대협은 14일 '박근혜 대통령의 일본군 '위안부' 관련 발언에 대해 반박합니다'라는 이름의 자료를 통해 노태우 정부부터 이명박 정부까지 역대 정부들이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떻게 노력했는지 상세히 설명하는 한편, 박 대통령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정대협은 "1965년 한일 협정으로 차단됐던 문제를 여성단체들이 1980년대 후반 적극 우리 사회에 제기했고 이로써 노태우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해 일본 국왕에게 진상규명을 요구했다"며 "이후 1990년 6월 6일 일본 사회에서 일본 정부로 하여금 '군 개입이 아니다 민간 업자가 한 일'이라고 답변하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정대협은 "이 입장은 곧 이은 자료 발견과 피해자 증언 등으로 바뀌었지만 일본 정부의 공식 답변을 확인한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정대협은 "1992년에는 외교부에 일본군 위안부 TF팀(정신대 실무대책반)을 만들어서 피해자들 신고전화를 받았으며 김영삼 대통령 때는 1993년 3월 처음으로 피해자 생활안정지원법을 제정하여 피해자들을 정책적으로 제도적으로 지원했다"고 전했다.
김대중 정부는 일본 민간단체가 주도하고 정부가 일부 참여한 형태인 '아시아여성평화국민기금'을 민간 위로금으로 간주, 이를 거부했다. 정대협은 "김대중 대통령은 국민기금이 지급하려고 했던 지원금에 준하는 금액을 정부 세금으로 피해자들에게 지원했으며, 생활지원금도 대폭 인상해 지원했다"면서 피해자들의 생활 기반이 안정적으로 접어들었던 시기였다고 밝혔다.
정대협은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 한일협정 문서를 전면 공개하고 민관합동 조사기구를 만들었다면서 "노무현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원폭 피해자, 사할린 동포 등의 문제가 한일 협정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이 남아있고 이를 추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로서는 처음으로 법적 책임에 대한 중요성을 일본정부에 공식적으로 요구했다고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정대협은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 "2011년 11월 교토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해방 후 처음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정상회담의 의제로 올렸다"고 전했다.
정대협은 "이런 전직 대통령들의 활동과 노력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진전시키기 위한 노력이었으며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회복을 위한 디딤돌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물론 피해자들의 국제 외교 활동에 비해 한국 정부의 외교 활동은 턱없이 부족하고 때로 많은 우려를 낳기도 했으나 현 박근혜 정부처럼 법적 책임 인정도 받지 못한 채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해결이라며 종지부를 찍고자 한 바는 없다"고 꼬집었다.
법적 책임 없는 일본 정부가 준 10억 엔? 우리는 그런 돈 안 받는다
한편 정대협을 비롯해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평화나비,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 단체들은 1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무효와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전국행동'을 발족, 일본 정부가 10억 엔을 출연하겠다고 공언한 재단을 대체할 '정의기억재단'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정의기억재단'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이 지난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합의처럼 단순히 보상금 지급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인식 하에 진상규명, 사실인정, 공식사죄, 법적 배상, 후세교육, 추모사업 등의 재발방지 후속조치를 원칙으로 삼았다.
이들은 "(일본 정부의) 10억 엔 출연을 온몸으로 거부하고, 전 세계인이 일본군 '위안부'로 희생된 할머니들과 손잡는 모금운동을 시작한다"면서 "할머니들께 진정한 명예와 존엄을 안겨드릴 것이다. 이 땅에서 다시는 전시 성폭력과 전쟁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발족식에 참석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는 일본 정부가 출연하겠다는 10억 엔을 받지 않겠다면서 "우리는 그런 돈 안 받는다. 법적으로 사죄하고 배상을 해야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우리들은 이런 돈 받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용수 할머니는 "박근혜 대통령이 이 문제를 끄집어내서 해결하려고 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데, 올바르게 해야 한다"며 "일본이 공식 사죄하고 법적 배상 해야만 해방이 되는 것이다. 끝까지 일본하고 투쟁하겠다. 힘을 달라. 국민을 믿고 투쟁하겠다"라고 말했다.
발족식을 마친 참가자 100여 명은 '한국 정부에 보내는 요구서'를 채택하고 프레스센터에서 도렴동에 위치한 외교부 청사까지 행진했다. 해당 요구서는 외교부 관계자에게 전달됐다. 이들은 요구서를 통해 지난 합의를 파기하고, 피해자의 뜻이 전면적으로 반영된 해결을 위해 나설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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