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후 4년. 한일 양국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합의를 이뤘다고 홍보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역대 정권들은 손도 대지 못했던 위안부 문제를 해결했다면서 성과 내세우기에 급급했다.
이에 대해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박 대통령은 국가에 대한 자존심도 없나 보다. 미국의 지휘를 받아서 충실히 이행한 위안부 합의가 해결된 것인가? 심지어 재임 기간 중 일본과 가깝다고 했던 이명박 정부도 하지 않은 일"이라고 쏘아붙였다.
정 전 장관은 "국가의 자존심도 내팽개치고 미국의 지시를 충실히 따른 결과, 우리는 미국의 대(對)중국 압박 정책의 최전선에 서게 됐다"고 진단했다.
그런데 이 와중에 박 대통령은 '중국 역할론'을 강조하고 나섰다. 그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어렵고 힘들 때 손을 잡아주는 것이 최상의 파트너"라며 북핵 문제 해결에 중국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정 전 장관은 "자국을 압박하는 최전선에 서 있는 상대 국가가 자기보고 '최상의 파트너'라고 운운하는 것, 이걸 대체 어떻게 받아들이겠나"라며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박 대통령은 전화 한 통 하지 않았다. 위안부 합의 이후 한국이 중국 압박의 선봉장이 됐는데, 중국이 이 정도도 간파하지 못하겠나"라고 꼬집었다.
정 전 장관은 "상황이 이런데도 그동안 한국과 중국이 친했으니까 중국에게 북핵 문제에 앞장서달라고 말하는 것은 국제정치나 외교를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전 세계 모든 국가가 박 대통령에게 봉사한다고 생각해야 나올 수 있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인터뷰는 지난 13일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박인규 이사장과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프레시안 : 지난해 12월 28일 한국과 일본의 위안부 합의와 올해 1월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한반도 정세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특히 1965년 미국의 압력으로 일본과 굴욕적인 국교 정상화를 한 데 이어 50년이 지난 이번에도 역시 미국의 압력으로 위안부 문제를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한 것은 참으로 뼈아픈 대목인데요.
이와 관련해 일본의 주간지 <도요게이자이>는 이번 위안부 합의에 미국의 압력이 결정적이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미국은 한일 양국에 위안부 문제에 합의할 것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실제 합의가 이뤄질 수도 있는 분위기였는데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 앞에서 위안부 이야기를 대놓고 꺼내면서 협의 자체가 이뤄지기 어려워졌다고 합니다.
정세현 : 그때가 미국이 이른바 '아시아로의 회귀' 정책을 시작하던 시기입니다. 아시아에서 미국이 가지고 있는 기득권에 중국이 도전하니까, 이를 찍어 누르겠다는 것이 아시아 회귀 정책의 핵심 아닙니까? 이걸 누르려면 한미일 3각 동맹이 튼튼해야 하는데 위안부 문제로 인해 한일 간 갈등이 있어서 한미일 동맹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니, 미국은 양국 사이를 조정해야겠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부는 마치 박근혜 대통령이 진두지휘해서 성과를 낼 수 있었다는 식으로 홍보하는데, 이게 아니라는 것은 지난 1월 7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도 드러납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다음날인 7일 양국 대통령은 전화로 향후 대북정책에 대해 협의했습니다. 이 와중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정의로운 결과를 얻어낸 박 대통령의 용기와 비전을 높이 평가한다. 미국은 합의 이행을 적극 지원할 것이다. 위안부 관련 합의 타결은 북한 핵실험이라는 도전에 대한 한·미·일의 공동 대응능력을 강화시켜 줄 것이다"라고 이야기합니다. 대체 오바마 대통령이 왜 지원을 합니까? 그리고 위안부 합의가 어떻게 북핵에 대한 한미일 공동 대응능력을 강화시켜주는 겁니까?
위안부 합의 이전에 드러난 미국의 본심을 보면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될 겁니다. 지난 12월 16일 대니얼 크라이튼브링크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한·미·일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그래서 우리가 한·일이 서로 유연성과 용기를 발휘해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한 전향적 접근을 하도록 독려하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자기들이 독촉해서 위안부 문제에 합의를 봤다는 겁니다. 미국 사람들이 어떨 때는 꽤 솔직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 외교부는 이런 보도도 안 보나 봅니다. 이미 이런 발언이 나왔다면 박 대통령이 진두지휘했다고 차마 이야기하지 못할 텐데 말입니다. 사실상 미국이 진두지휘한 건데, 그걸 한일 수교 50주년인 올해를 넘기기 전에 마무리해야 한다는, 별로 설득력 없는 명분을 들이대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역대 정권들은 손도 못 댔으면서 뒷말만 많다고 쏘아 붙였습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국가에 대한 자존심도 없나 봅니다. 미국의 지휘를 받아서 충실히 이행한 위안부 합의를 "해결했다"라고 선언할 수 있습니까? 심지어 일본과 가깝다는 평가가 있었던 이명박 정부도 하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국가의 자존심도 내팽개치고 미국의 지시를 충실히 따른 결과, 우리는 미국의 대(對)중국 압박 정책의 최전선에 서게 됐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박 대통령의 황당한 주문이 나옵니다.
박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중국에 "어렵고 힘들 때 손을 잡아 주는 것이 최상의 파트너"라면서 북핵 문제 해결과 관련한 중국의 역할을 촉구했습니다. 자국을 압박하는 최전선에 서 있는 상대 국가가 자기보고 '최상의 파트너'라고 운운하는 것, 이걸 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중국 내에서는 이번 위안부 타결에 대해 냉소적인 분위기가 있다고 합니다. 미국의 지시를 받아서 자기 외교적 주권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 합의라는 평가가 나온다는 겁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박 대통령은 통화 한 번 하지 않았습니다. 위안부 합의 이후 한국이 중국 압박의 선봉장이 됐기 때문인데, 중국이 이 정도도 간파하지 못하겠습니까? 여기다 대고 그동안 우리 친했으니까 북핵 문제에 앞장서 달라는 것은, 국제정치나 외교를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전 세계 모든 국가가 박 대통령에 봉사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나올 수 있는 발언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이번 기자회견에서도 드러났듯이, 박 대통령은 한국의 '북핵 불용'과 중국의 '한반도 비핵화'를 여전히 동의어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건 다른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북한의 핵 보유는 인정할 수 없다면서 북한의 비핵화를 이야기합니다. 물론 중국도 여기까지는 동의합니다. 그러나 북한의 비핵화는 한반도의 비핵화라는 큰 틀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즉 북한뿐만 아니라 한국도 핵이 없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면 "한국은 핵 가지려고 한 적도 없고 핵도 없다"고 반박할 수 있습니다. 중국이 이야기하는 한반도의 비핵화는 핵무기를 탑재한 미국의 전략 자산들이 한반도에 진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최근에 한반도에 전개된 B-52만 해도 지난 1945년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13~14배 위력을 가진 핵무기를 투하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한반도의 핵 지역화를 막겠다는 뜻입니다.
물론 중국은 미국의 핵 항공모함이나 전략폭격기 같은 것이 한반도에 전개되고 자국을 위협하는 상황을 없애려면 북한의 비핵화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것이 북한의 비핵화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비핵화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한반도 비핵화를 확실히 해야 한다는 입장인 겁니다. 다른 말로 미국이 핵을 싣고 다니는 무기를 한반도에 전개하는 식의 대북 적대시 정책을 포기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미국 차기 정부, '전략적 인내' 폐기하면…
프레시안 : 북한이 이 시점에 핵실험을 한 배경으로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외(대미) 협상용 △대내 결속용 △기술적인 필요 등이 거론되는 가운데 대미 협상용이 가장 주요한 이유일 것이라고 분석하셨는데, 정작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각) 신년 국정연설에서 북한에 대해 어떤 메시지도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이를 두고 미국이 북한을 의도적으로 무시했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요.
정세현 : 사실 북핵문제는 미국에게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문제입니다. 이는 북한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만큼 미국이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해 놀라거나 겁을 먹지 않았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정치에 이용하려는 생각도 별로 없어 보입니다.
간혹 이란 핵 문제와 북핵 문제를 비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란 핵 문제는 세계 에너지 자원의 3분의 2가 묻혀 있는 중동지역의 문제입니다.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우선순위가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은 이란 핵 문제를 해결하면서 중동에서 밀려나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습니다.
북한 역시 버락 오바마 현 정부를 상대로 핵실험을 한 것은 아닙니다. 차기 정부를 생각한 겁니다. 특히 민주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2009년 평화협정과 북미 수교를 묶어서 북한의 핵 폐기를 끌어내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북한은 이걸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또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북한의 1차 핵실험이 있었던 2006년, 핵실험 이후 베트남 하노이에서 한-미 정상이 따로 만남을 가졌는데 이때 노무현 대통령에게 김정일 당시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나서 한반도 전쟁의 공식적인 종료를 선언하는 문제를 협의하자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는 곧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대체되는 출발점입니다.
그러다 보니 일단 남북 정상회담을 먼저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2007년 10월에 정상회담이 잡혔고, 부시는 이때도 본인의 제안은 여전히 유효하니 이번에 가서 김정일과 잘 말해보라고 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10.4 정상선언이 나온 겁니다.
10.4 정상선언 4항을 보면 "남과 북은 현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하였다"라는 구절이 들어갔습니다. 이 내용은 당시 비슷한 시기 베이징에서 열렸던 6자회담 공동보도문에도 들어가 있습니다.
결국 북한은 소위 '네오콘'이라고 불리는 부시도 1차 핵 실험 이후 평화협정으로 가야하지 않겠느냐고 생각한 점에 주목한 것입니다. '미국이 핵실험으로 한 번 뒤통수 맞더니 평화협정으로 갈 수밖에 없는 수순을 밟기 시작하더라'라는 경험이 있으니 이번에도 그런 식으로 해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구상을 했을 수 있습니다.
프레시안 : 그렇지만 버락 오바마 정부가 '아시아로의 회귀' 정책을 쓴 이후로 미국 입장이 달라진 것 아닙니까?
정세현 : 오바마 정부가 주창하는 '전략적 인내'에서는 힐러리의 제안이 무효화 된 셈입니다. 그런데 '전략적 인내'가 실패했다는 비판이 미국 내에서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조엘 위트 전 국무부 북한담당관이 '전략적 인내'가 아니라 '전략적 혼수상태'라고 했겠습니까.
그런데 이렇게 되면 차기에 설사 공화당이 집권하더라도 전략적 인내와 비슷한 방식은 쓸 수가 없을 겁니다. 화끈하게 협상하든지, 아니면 미지근한 협상이라도 북한이 사고 치지 않도록 회담으로 불러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에서도 이런 판단을 하고 몸값을 확 높이기 위해 핵실험을 감행한 것으로 보입니다. 협상 전에 미리 던져놓아야 한다는 겁니다.
"북한 아프게 하겠다"…실상은?
프레시안 : 박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뼈아프게 느낄 수 있는 실효적인 제재 조치를 취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실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정세현 : 사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의 만장일치로 대북제재가 채택된다고 해도 별다른 효과는 없을 겁니다. 중국 때문입니다. 실제 2013년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만장일치로 채택된 대북제재 결의안 2094호가 있었음에도 중국은 북한과 별일 없었다는 식으로 왕래했습니다.
물론 초기에는 표정관리를 좀 했습니다. 이번에도 그 정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단둥에서 출입을 제한하고 보따리 장수들이 물건 사가는 것을 통제하는 정도일 겁니다. 그리고 이것도 북한이 중국의 체면은 일체 신경 쓰지 않고 자기들 멋대로 한다는 것에 대한 일종의 일회성 처벌의 성격이 강합니다. 이번 핵실험이 앞으로의 북중 관계를 경색시키는 단초로 삼기는 어렵습니다.
쉽게 말하면, 북한 때문에 미국은 비용을 많이 쓰게 되는 겁니다. 북한이 핵실험 하고 벼랑 끝 전술을 쓰면 미국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습니다. 중국은 화를 좀 내고 단둥 같은 곳에 출입 제한하는 정도에서 그칩니다. 돈을 들여서 군사적인 조치를 해야 할 일은 없습니다. B-52 같은 전략 폭격기를 띄울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중국 입장에서는 북한이 매우 불편하고 못마땅한 존재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버릴 수도 없는 '계륵'같은 존재입니다. 그래서 정부가 중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한반도 사무 특별대표를 만난다고 해도 들을 이야기는 뻔합니다.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강조하는 이른바 '북핵 3원칙'을 고수할 겁니다.
북한의 핵실험과 뒤이은 북한 압박에서 중국이나 러시아는 미국이 하자는 대로 따를 가능성이 높지 않습니다. 러시아만 해도 지금 시리아 문제,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과 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에 협조하기 어렵습니다.
오바마 정부와 일본, 한국이 '전략적 인내', '중국 역할론', '북한 선(先)행동론'을 줄기차게 외치는 사이, 북한의 핵 능력은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북한도 유엔 대북제재에 대해서는 '별로 효과 없다, 어디 할 테면 해봐라'라며 배짱만 늘었습니다. 북한은 중국이나 러시아가 외형적으로 안보리에서는 미국 주도의 대북 제재에 찬성표를 던진다고 해도, 그건 시늉일 뿐이고 절대 자신들을 아프게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안보리 대북 제재를 수차례 경험한 북한의 '학습효과'인 셈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북한을 아프게 제재해야 한다는 박 대통령이 주장은, 지금 당장은 국민들한테 속 시원하게 들릴 수 있지만, 나중에 "그렇게 말해놓고 제재가 제대로 되지도 않았다"는 비판을 박 대통령이 들을 수도 있습니다.
프레시안 : 이미 중국은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준비 중인 대북 압박 전술에 대해 다소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정세현 : B-52가 한반도 상공에 전개되고 박근혜 정부의 대북 확성기 방송이 시작되니까 중국은 정세를 긴장시키지 말라는 메시지를 대외에 공표했습니다. 필요 이상으로 북한에 대해 강경하게 나갈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대북 제재에 대해서도 너무 세게 할 이유는 없다는 의사를 표시하기 시작했습니다.
또 중국은 한국 내에서 일고 있는 사드 배치 논의에 대해서도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박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사드와 관련해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문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등을 감안해가면서 우리의 안보와 국익에 따라서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에 대해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같은 날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 한반도 상황이 매우 민감하다면서 "관련 문제를 신중하고 적절하게 처리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의 이러한 반응은 위안부 문제 합의의 배경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사실상 미국이 시키는 대로 위안부 문제를 봉합했고, 이를 한-미-일 3국의 대 중국 압박 공조 출발점으로 삼았습니다.
중국은 바로 이러한 점을 고려해서 박 대통령의 사드 배치 관련 발언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습니다. 통상 중국이 어떤 사안에 대해 논평할 때 어느 정도 예후를 두고 판단하는데 이번에 이렇게 나온 거 보면 한국이 완전히 미국에 줄 섰다고 생각하고 불편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낸 것으로 보입니다.
신중하게 처리하기를 바란다는 것은 사실 외교적인 결례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중국은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결국 한-중 관계가 역대 '최상'이라는 박근혜 정부의 설명이 궁색하게 된 셈입니다. 지난해 9월 전승절 당시 천안문 망루에 올라 시진핑 주석 옆에서 박수를 쳤던 것이 다 의미 없게 됐습니다.
박근혜, '진실한 사람들'로 '유정회' 준비하나
프레시안 :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생각을 접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지난해 북한이 전통적 대남 채널이었던 조평통 등의 명의가 아닌 '공화국 정부 성명'을 통해 대남 통지를 했다는 점, 또 남한 표준시와 30분 차이가 나는 평양시(時)를 선포한 것 등은 북한이 '나는 내 갈 길을 간다"며 사실상 '투 코리아' 전략으로 나가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정세현 : 지난 1991년 남북이 유엔에 동시 가입할 때부터 이미 사실상 '투 코리아' 였습니다. 통일을 포기한 투 코리아냐, 아니면 통일을 지향하지만 투 코리아냐 라는 차이는 있을지언정 원칙적으로 투 코리아를 국제정치적으로 확인받은 것이 유엔 가입입니다.
남북기본합의서도 두 개의 한국을 전제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그 때 이미 투 코리아는 북한의 대남 정책의 기본 출발점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와서 북한이 공화국 정부 성명을 내고 대화하자고 해도 별로 호응이 없습니다. 올해는 공화국 정부 성명을 낼 상황도 없어졌지만요.
북한이 액션을 취한다면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 대한 대응으로 공화국 정부 성명이나 국방위원회 성명을 내놓을 수는 있습니다. 그렇다면 자기들도 '끝까지 가겠다', '해보자' 뭐 이런 생각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속담에 '열 놈이 한 놈 도둑 못 지킨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일단 사고를 일으키지 않도록 잘 관리하는 게 중요합니다. 징벌하면 재발하지 않는다? 잘못된 판단입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이 아주 대표적인 잘못된 판단 중 하나입니다. 북한 지도부를 아프게 한다고 해서 핵 실험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판단 미스입니다. 북핵 문제라는 중병에 대해 확성기 방송이라는 약을 쓴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프레시안 : 한편으로는 북한 핵 능력은 계속 늘어날 것이고, 북한이 평화협정 체결해도 핵무기를 놓을 것 같지 않으니 우리도 핵 무기를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부 여당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정세현 : 북한이 우리한테도 핵을 쏠 수 있다는 공포가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적 방향을 이상한 데로 끌고 가고 있습니다.
물론 북핵 능력이 커질수록 우리의 대미 안보 의존도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핵 개발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은데, 핵을 개발하려면 우선 한미 동맹을 깨야 합니다. 1959년 체결한 한미 원자력 협정을 1973년에 살짝 수정하고 지난해 조금 고쳤는데, 결국 자유로운 핵 재처리는 허가받지 못했습니다. 이 정도로 핵 주권이 없는 상황인데, 어떻게 핵 무장을 합니까?
핵 무장은 북핵이 겁이 나기 때문에 나오는 주장입니다. 일단 북한 핵에 대해 겁을 먹지 말아야 합니다. 이 문제의 해결책은 미국을 설득해서 협상 방식으로 풀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미국과 평화협정을 맺은 이후에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근데 그렇다고 북한이 핵을 실제 사용할 수 있습니까? 어차피 북한은 핵무기를 가져봐야 10개 안팎입니다. 이거 가지고 한두 개 써볼 수도 없습니다. 썼다가는 미국이 바로 보복에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인류 역사상 핵폭탄이 실전에 터진 것은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딱 두 번입니다. 각각 핵무기를 1만 개 이상씩 가지고 있던 미국과 러시아는 개수를 줄이고 있습니다. 핵폭탄을 가지고 있어 봐야 사용을 못 하기 때문에, 협상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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