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직접 나서 한일 위안부 합의가 무효임을 선언하고 정부에 제대로 된 해결을 촉구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쉼터와 '나눔의 집' 소속 위안부 피해자 6명은 13일 정오 서울 중학동 옛 주한일본대사관 맞은편 '평화의 소녀상'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피해자들의 의사를 묻지도 않고 타결한 지난달 말 한일합의에 대해 "절대적으로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줄곧 정대협 수요집회 자리를 지켜오다 건강상 이유로 한동안 참석하지 못했던 김복동(90)·길원옥(88) 할머니와 이용수(88) 할머니가 참석했고, 나눔의 집에서는 이옥선(89)·박옥선(92)·강일출(88) 할머니가 함께했다.
김 할머니는 "우리가 정부에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했지만 이렇게 허무하게 할지 몰랐다"면서 "우리는 그 돈(일본이 출연하기로 한 10억엔) 안 받는다"고 못박고, 시민사회가 준비하는 위안부 피해자 재단에 자신도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소녀상 이전·철거와 관련해서는 "소녀상은 우리 국민이 한 푼 한 푼 모아 만든 역사로 우리 정부도 일본 정부도 (이전·철거를) 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옥선 할머니도 "피해자를 속이고 입 막으려 하고 있다. (이래선) 안 된다"며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를 개별 방문해 정부 입장을 설명하는 데 반발하고 "일본이 공식 사죄하고 법적 배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 추산 약 800명이 참석한 이날 수요집회에는 아시아여성학센터 초청으로 방한한 이화글로벌임파워먼트프로그램(EGEP) 참가자들인 아시아·아프리카 출신 여성 활동가 16명도 참석해 "일본 정부가 할머니들에게 공식 사과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정치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들이, 예술계에서는 한국작가회의와 우리만화연대가 참석해 한일 합의를 비판했다.
앞서 이날 오전 10시 서울대와 연세대 등 16개 대학 학생회 등으로 구성된 '한일 정부간 합의를 규탄하는 대학생 대표자 시국회의'는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일합의가 무효이며 소녀상을 이전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며 윤병세 외교부 장관 면담을 요청했다.
오전 10시30분에는 민주노총 서울본부와 서울진보연대 등이 소녀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사태의 이면에는 일본의 재무장과 한미일 군사공조가 놓여있다"며 "한일양국의 역사적 갈등을 서둘러 봉합하려다 보니 엉터리 합의가 나오게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전국 30여 개 여성단체도 이날 오후 2시30분 같은 장소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 규탄 집회를 열었다.
여성단체들은 "일본군 '위안부' 합의는 피해당사자를 배제하고, 피해자와 지원단체가 요구했던 진상 규명과 재발방지 조치는 철저히 무시했다"며 "한일 합의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일본군 위안부 운동은 할머니들의 존엄성을 회복하고,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는 전쟁반대 평화실현 운동"이라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정의롭게 해결될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일본 정부에 '위안부'에 대한 범죄 인정과 법적 배상을, 한국 정부에 합의에 대한 대국민적 사과를 요구했다.
한편, 보수단체인 어버이연합은 오후 2시30분 소녀상 앞에서 "정대협이 한일합의를 굴욕적 협상이라고 국민을 선동하고 있다"며 "정대협의 정체는 '종북사상'을 갖고 활동하는 단체"라고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어버이연합 기자회견은 여성단체 규탄 기자회견과 시간·장소가 겹쳐 소녀상 좌우로 한일합의 찬반 기자회견이 동시에 열리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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