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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달러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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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달러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박홍서의 중미 관계 돋보기] 위완화 '독립 선언', 성공할까?

1839년 3월, 도광제(청의 8대 황제)는 흠차대신 임칙서를 광동에 파견한다. 임무는 아편 무역 엄단이었다. 강직한 임칙서는 도착 즉시 영국 상인들의 아편을 대량 몰수하고 바다에 폐기해 버린다. 영국 파머스턴 내각은 이를 꼬투리 잡아 군사 행동에 나선다. 아편 전쟁의 발발이다.

청 정부가 아편을 엄단하려했던 배경에는 은의 대량 유출이라는 심각한 경제 문제가 자리 잡고 있었다. 18~19세기 산업혁명으로 인해 영국에서는 부르주아 계급이 사회 전면에 출현하고, 부르주아 문화가 확산된다. 등산과 같은 레저 활동이 유행하고, 집안마다 피아노를 들여놓고 차(茶) 문화도 퍼져 나갔다.

차 문화 열풍은 중국산 차의 대량 수입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 대량의 은이 중국으로 유출되기 시작한다. 이에 영국은 인도산 아편을 차 대금으로 충당하는 꼼수를 부린다. 3각 무역의 개시였다. 아편 밀무역이 성행하면서 이번에는 반대로 중국으로부터 은이 대량 유출되기 시작했다. 영국은 아편을 이용해 차와 은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이다. 제국주의의 횡포였다.

2015년 11월 30일,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 위안화를 특별인출권(SDR) 통화 바스켓에 편입시켰다. 위안화의 위상이 전 세계적으로 공인받기에 이른 것이다. 사실, 위안화의 SDR 편입이 당장 중국에게 실리적인 이득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위상 강화의 대가로 금융 자유화라는 보다 큰 부담을 떠안게 된 측면도 있다.

금융 자유화를 추진하고 있는 홍콩과 상하이에서 주식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현실은, 중국이 앞으로 헤쳐 나가야 할 난관이 그리 녹록치 않음을 보여준다. 미국이 이번 위안화 편입에 찬성한 배경에는 금융 자유화를 무기로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달러 중독에서 벗어나기

그럼에도 중국이 SDR 편입에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은 그 자체가 중요해서라기보다는 위안화 국제화 전략의 일환이었기 때문이다. 위안화 국제화의 핵심 목표는 결국 '달러 중독에서 벗어나기'이다. 176년 전 아편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편을 바다 속에 쳐 넣었다면, 이제 달러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보다 전술적 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언제부터 달러 중독에 빠지기 시작했는가? 1979년 미중 관계 정상화가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달러 중독은 결국 대미 무역 흑자로부터 비롯되었다. 미국이 막대한 대중국 무역 적자를 감수하는 것은 뒤집어 놓고 보면 달러를 그만큼 중국에 판매한다는 것이다. 때로 미국이 대중국 무역 적자에 엄살을 부리기도 하지만, 그만큼 중국을 달러 패권에 옭아매는 면도 갖고 있다. 장기적으로 결코 손해나는 장사가 아니다.

사실, 미국의 '달러 중독에 빠뜨리기' 전략은 꼭 중국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미국의 세계 전략이기도 했다. 미국의 논리는 단순하다. '너희들이 내가 제조한(찍은) 물건(달러)을 쓰는데 나로부터 벗어날 수 있겠어? 어림없지….'

중국의 대미 무역은 1983년을 기점으로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된 후 급속히 늘어난다. 중국의 대미 무역 흑자는 1983년 600만 달러에서 2014년 3430억 달러로 폭증하였다. 이렇게 벌어들인 달러는 차곡차곡 인민은행에 쌓이고, 미 재무부가 발행하는 국채에 재투자되었다. 그렇게 중국은 세계 최대의 외환 보유국, 미 국채 최대 보유국이 되었다.

중국이 달러를 쌓아놓고 있다는 건 그만큼 달러에 취약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미국 경제가 급전직하해 달러 가치가 폭락하고 미 국채가 헐값이 된다면, 중국의 자산 가치 역시 폭락할 수밖에 없다. 온전히 중국이 짊어져야 할 손해다. 따라서 중국은 싫든 좋든 미국의 경기를 부양해야할 '의무'를 짊어진다.

미국 '세뇨리지(seigniorage)' 횡포에 맞선 위안화의 독립 선언

미국은 이를 영리하게 이용한다. 경기 부양을 명목으로 대규모 양적 완화를 반복한다. 당연히 달러 가치는 떨어진다. 그러나 손해는 없다. 중국에 1000억 달러를 갚을게 있다면 실질 가치와 상관없이 1000억 달러만 주면 그만이다. 양적 완화로 인한 명목 가치와 실질 가치의 차이를 중국에 떠넘기는 것이다. 기축통화 국가가 누리는 '세뇨리지(seigniorage)' 효과다.

중국 내에서는 미국의 횡포에 맞서 중국이 가지고 있는 달러와 미 국채를 일거에 팔아버려야 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미국은 꿈쩍도 안한다. '그래? 한번 팔아봐. 달러나 국채 폭락하면 결국 너희들 자산 가치가 폭락하는 거라고. 언 발에 오줌 누기지.' 중국을 '달러의 덫(dollar trap)'에 옭아맸다는 미국의 오만함이다.

중국이 어떻게 달러의 덫에서 탈출할 수 있는가? 결국 중국이 할 수 있는 것은 달러의 사용을 줄이는 것이다. 내수 시장을 확대하고 미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다. 시진핑 정부가 외치는 '신창타이(新常態)' 개념 속에는 국내 소비 시장을 진작시키려는 의지가 드러난다.

최근 중국인들의 물 쓰는 듯한 소비 패턴은 그 영향이기도 하다. 중국 인구가 유럽연합(EU) 인구의 세 배에 가깝고 또한 두 배가 넘는 영토 크기를 감안한다면, 내수 시장만으로도 경제가 굴러갈 수 있다. 규모의 경제다.

최근 중국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도 달러의 덫에서 벗어나려는 보다 커다란 몸짓이다. 미국이 아니라 서쪽 유럽으로 경제 관계를 다변화하겠다는 것이다. 그 자금도 달러가 아니라 위안화로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은 바로 그러한 전략 속에 설립되었다. 위안화의 '독립 선언'이기도 하다.

이러한 중국의 꿈은 실현될 수 있는가? 위안화 굴기가 성공한다면, 중국은 명실상부하게 미국에 맞서는 강대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경제적 패권이란 것이 정작 경제 분야에만 엮여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것은 경제 이외의 정치, 군사, 사회 모든 영역과 연결된다.

달러가 기축통화인 것은 다른 국가들이 그만큼 달러를 신용한다는 것이고 그것은 결국 미국의 압도적인 군사력, 정치 사회 시스템, 이데올로기, 문화적 매력을 믿는다는 것이다.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 때 중국을 포함한 국가들이 오히려 달러에 대량 투자한 이유이기도 하다. 누구나 위기 때는 가장 믿을 만한 이에게 의탁하려 한다. 중국도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것이다. 중국이 미국에 필적하는 신뢰를 갖지 못한다면, 위안화가 달러를 넘어서는 것은 요원할 뿐이다.

20세기 초 파운드화에서 달러화로의 경제 패권 전이는 바로 이러한 조건 아래서 일어났다. 독일이라는 위협에 허우적대던 영국을 미국이 나서 구원해 주었다. 동시에 유럽 제국의 식민주의를 뒤엎고 민족 자결을 외치며 자유주의 이념을 '매력적인' 상품으로 만들었다. 그 모든 과정이 결국 달러의 신용을 창출한 것이다. 중국이 과연 그러한 능력을 보일 수 있을까? 앞으로 두고 봐야 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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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서

한국외국어대에서 중국의 대한반도 군사개입에 관한 연구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덕여대 연구교수 및 상하이 사회과학원 방문학자를 역임하고, 현재 강원대 등 여러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국제관계 이론, 중국의 대외관계 및 한반도 문제이다. 연구 논문으로 <푸코가 중국적 세계를 바라볼 때: 중국적 세계질서의 통치성>, <북핵 위기시 중국의 대북 동맹 딜레마 연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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