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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대만의 '친미 정권'을 싫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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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대만의 '친미 정권'을 싫어해!

[박홍서의 중미 관계 돋보기] 미국에게 대만은 어떤 존재인가?

201X년, 민진당 차이잉원 정권은 전격적으로 타이완(대만) 독립을 선언한다. 중국은 즉시 '반분열 국가법(反分裂國家法)'에 따라 군사 대응에 돌입한다. 중국 항모 랴오닝 호가 타이완 해협을 봉쇄하고 대규모 상륙 작전을 준비한다.

한미 합동 군사 훈련차 부산항에 정박 중이던 미 도널드 레이건 호는 즉각 타이완 해협으로 급파된다. 중국이 강력히 반발하자 미국은 자국의 군사 대응을 '타이완 관계법(Taiwan Relations Act)'으로 정당화한다. 미중 함대는 타이완 해협에서 일촉즉발의 대치 상태에 들어간다.

한국과 일본은 자동적으로 미군의 후방 보급 기지가 돼 분쟁에 휘말려 든다. 러시아 태평양함대의 움직임도 심상찮다. 중국의 '혈맹' 북한도 <로동신문> 일면 사설을 통해 '항미원중(抗美援中)'을 천명한다. 그리고 휴전선 이북 방사포의 포문을 일제히 개방한다. 한미연합사는 데프콘 1을 발령한다. 타이완발 제3차 세계 대전이 꿈틀거린다.

물론 이러한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은 낮다. 국제 정치의 안정적 관리에 강력한 공감대를 가지고 있는 미중 양국이 정작 공멸을 초래할 수 있는 상호간 무력 충돌을 제어하지 못할 만큼 미숙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과 가능성이 없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미래는 언제나 열려 있다.

반분열 국가법과 타이완 관계법, 미중 충돌 여는 법적 근거

설령 군사적 충돌은 모면한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한 정치적 비용은 미중 양국 모두에게 심대한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어쨌든 미중 양국은 각각 반분열 국가법과 타이완 관계법을 통해 타이완 문제에 대해 명시적으로 스스로의 퇴로를 차단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실정법에도 불구하고 미온적 태도를 보인다면 국내 반대파들의 비난에 직면하고 대외적으로도 위약한 국가라는 낙인이 찍힌다.

미중 양국에게 이러한 시나리오를 원천봉쇄할 수 있는 묘수는 무엇인가? 간단하다. 타이완 독립 세력의 '준동'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다. 민진당의 행보가 레드라인을 넘지 않도록 관리해야할 합리적 이유가 미중 양국 모두에게 있는 것이다.

2015년 11월 7일 싱가포르에서 시진핑-마잉주 회담이 열렸다. 이번 만남은 1945년 8월 장제스와 마오쩌둥 사이의 중경 담판 이후 70년 만에 열리는 실질적 국-공 대표들의 만남이었다. 역사적일 수밖에 없는 회담이다.

그러나 타이완 대선이 불과 두 달 후에 예정되어 있다는 사실, 그리고 현재 여론 조사에서 민진당의 집권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사실은 결국 이번 시마 회담의 목적이 '국민당 살리기'임을 보여준다. 시진핑은 노골적으로 타이완 독립 세력을 양안 관계의 최대 위협이라고 경고하였다. 타이완 버전의 '북풍'이다.

물론, 시마 회담이 타이완의 대선의 판도를 바꿀 것 같지는 않다. 실제로 회담 직후 민진당-국민당 간 지지율 격차는 별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더 벌어졌다. 타이완 국민들이 시마 회담을 얼마나 냉소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럼에도 국공 양당은 이러한 이벤트성 '경고'를 통해서 향후 민진당 정권의 독립의지를 위축시킬 수 있다.

미국은 어떠한가? 미 국무부는 이번 시마 회담을 "역사적 진전(historic improvement)"이라고 평가하였다. 이번 회담을 반기고 있는 것이다. 1945년 장제스-마오쩌둥 간 국공 담판을 적극적으로 중재하던 모습과 닮았다.

미국에게 있어 모순적 가치를 갖는 존재, 타이완

미국에게 타이완은 '양가적' 존재다. 한국 전쟁 때 맥아더는 타이완을 "가라앉지 않는 항공모함"이라고 비유했다. 대중국 봉쇄 정책에 있어 그 전략적 가치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이다. 21세기라고 타이완의 전략적 효용성이 바뀐 것은 아니다. 중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타이완에 대한 무기 수출을 지속하고, 미일 전략 회담에서 끊임없이 타이완 문제를 거론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타이완 문제로 인해 중국과 전쟁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전쟁은 곧 공멸이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은 타이완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면서도 동시에 타이완 문제로 초래될 수도 있는 중국과의 전쟁도 방지해야 한다.

사실, 1979년 미중 수교 당시 제정된 타이완 관계법도 일방적으로 타이완을 돕겠다는 것이 아니다. 타이완 관계법은 타이완에 대한 미국의 군사 지원을 약속하고, 아울러 "평화적 수단 이외의 방식을 통해 타이완 문제를 결정하려는 어떠한 시도(any effort to determine the future of Taiwan by other than peaceful means)"도 중대한 위협으로 간주할 것임을 명시하고 있다.

문제는 그 위기를 초래하는 주체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규정내리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즉, 중국뿐만 아니라 타이완도 '트러블 메이커'가 될 수 있다는 소리다. '전략적 모호성(strategic ambiguity)'을 통해 타이완 해협의 현상 유지를 도모하려는 미국의 전형적 패권전략이다.

결국 미국은 타이완의 독립을 바라지 않는다. 타이완 독립을 강력히 주장하던 천수이볜(陳水扁) 정권 당시 미국은 매우 난처할 수밖에 없었다. 마치 북한의 벼랑 끝 외교를 대하는 중국의 딜레마와 비슷했다. 2008년 마잉주 정권이 집권하자 미중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좋다!"라고 만족하던 오바마의 모습은 미국의 속내를 드러낸다.

"민진당 정권이 타이완 독립을 선언하면, 중국은 군사 행동을 취하려 하겠지요? 그러면 미국도 가만있지 않을 테고…. 결국 미중 간의 전쟁으로 이어질 텐데 중국은 그걸 감수할 수 있나요?"

언젠가 사석에서 만난 중국 공산당 당교(黨校) 교수에게 이런 도발적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그는 뭔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이내 이런 대답을 내놨다.

"글쎄요. 미국이 그런 상황은 만들지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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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서

한국외국어대에서 중국의 대한반도 군사개입에 관한 연구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덕여대 연구교수 및 상하이 사회과학원 방문학자를 역임하고, 현재 강원대 등 여러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국제관계 이론, 중국의 대외관계 및 한반도 문제이다. 연구 논문으로 <푸코가 중국적 세계를 바라볼 때: 중국적 세계질서의 통치성>, <북핵 위기시 중국의 대북 동맹 딜레마 연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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