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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IS보다 더 무서운 '괴물' 낳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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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IS보다 더 무서운 '괴물' 낳는가?

[박홍서의 중미 관계 돋보기] 테러리즘과 중미 관계

"그들이 외국인과 기독교인을 죽일 때는 칼과 창을 함께 내리쳐서 사지를 절단하는데, 영아들 중 태어난 지 한 달도 되지 않는 자도 있었다. 살인의 잔혹함은 인간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였다. 부녀자들에 대한 성적 학대 행위도 끊이질 않았다."

이것은 IS에 관한 묘사가 아니다. 120여년 전 중국 의화단에 대한 묘사다. 당시 서구 열강은 의화단을 '악마'로 규정하고, 천진과 북경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가며 토벌했다.

1949년 신중국 건립후 중국은 의화단 운동을 '제국주의 열강에 대한 민족주의적 투쟁'이라고 재해석했다. 중국 내에서도 의화단 운동을 무지몽매한 민초들의 배외 행위로 간주하는 목소리가 있긴 하지만, '의화단=악마'라는 등식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테러리즘은 인류가 직면한 공동의 도전이며, 프랑스의 국가 안보 수호와 테러리스트 격퇴에 확고한 지지를 보낸다."

11월 13일 파리 테러 사건에 대한 중국외교부의 공식입장이다. 반관영 언론인 <환구시보>는 테러리즘을 "인류 사회의 암적 존재"로 규정하기도 했다. 의화단의 행위를 반제국주의 투쟁으로 해석하는 중국이 의화단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이는 IS에 대해서는 재고도 하지 않았다. 아이러니다.

테러리즘에 대한 중국의 강경한 입장은 그만큼 현 국제 질서의 안정에 대한 중국의 희망을 드러낸다. 중국의 급속한 발전이 결국 현 국제 질서로의 전면적 편승(개혁 개방)에 의해 가능했다는 점에서 당연한 행태일 수밖에 없다.

국제 정치에서 테러리즘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냉전 구도의 해체라는 정치적 격변과 상관관계를 갖는다. 냉전 시기 개별 국가들의 최우선 목표는 '국가 안보'였다. 미소 양국은 막대한 군사력을 통해 자국의 안보를 강화하고, 이외 국가들은 각각 미소 세력권에 편승해 안보를 확약받았다. 일단의 제3세계 국가들은 비동맹 블록을 결성해 약자 연대를 이루기도 하였다.

냉전 구도의 해체로 국가들은 개별적 국가 안보를 넘어 국제 질서의 전체적 안정이란 문제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의기양양하게 외쳤던 '역사의 종언'(자유주의, 자본주의의 최종 승리)이란 기치 하에 국가들은 이제 한배에 탄 운명 공동체가 되었다. 따라서 시스템을 위협하는 '버그'들은 단호히 제거되어야 했다. '글로벌 거버넌스'의 탄생이다.

글로벌 거버넌스의 핵심 목표 중 하나가 바로 테러리즘에 대한 공동 대응이다. 테러리즘은 시스템을 끊임없이 교란하고 파괴하는 바이러스로 간주된다. 박멸되어야 할 대상이다.

테러리즘에 대한 미중 간의 긴밀한 공조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은 중국 신장위구르 지역의 분리주의 세력인 '동투르키스탄 이슬람 운동(Eastern Turkestan Islam Movement)' 조직을 재빠르게 테러 조직으로 규정했다. 신장위구르 분리 세력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던 중국을 반테러 전쟁에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이었다.

실제로 부시 행정부 초기 EP-3 사건 등으로 경색되었던 미중 관계는 9.11 테러 이후 급속히 긴밀해지기 시작하였다. '주권 존중'이라는 철칙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과 이라크 침공에 대해 수사적 반대 외에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물론, 테러리즘에 대한 공조가 강조된다고 해서 전통적 의미의 세력 경쟁이 소멸된 것은 아니다. 시리아 아사드 정권을 둘러싼 강대국들의 행태가 이를 보여준다. 미국은 시리아 반군을 지원하면서 아사드 정권의 전복을 노리고 있는 반면, 중국은 특유의 '내정 불간섭'을 외치며 미국의 개입을 힐난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 러시아의 IS 폭격이 실제로는 시리아 반군에 대한 공격이라고 의심하고 있기까지 하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의 대시리아 인권 결의안이 불순하다며 반대표를 던지기도 했다. 시리아에 친미 정권을 세우려는 미국과 그것을 견제하려는 중국 및 러시아의 대립 구도는 시리아 내전에 드리운 강대국 정치의 암영이다.

그러나 이러한 갈등에도 불구하고 IS 제거라는 공통 목표에는 이견이 없다. 유엔 안보리는 만장일치로 IS 격퇴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미국과 영국의 군사 작전에 더해 러시아와 프랑스도 연일 폭탄을 퍼붓고 있다. 중국 역시 중국인 인질 살해 이후 IS를 강력히 성토하고 있다. 중국 군함이 러시아군과 합동 작전에 돌입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19세기말 상호 간 경직된 세력 경쟁 속에서도 의화단 공격을 위해 뭉쳤던 강대국들의 모습과 유사하다.

IS 문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시리아를 둘러싼 강대국 간 이해 다툼은 시리아 내전을 결국 수렁으로 몰아넣었다. 결과는 참혹했다. 지금까지 20만 명 이상의 민간인이 살상당하고 또 수백만 명의 난민이 외국을 떠돌고 있다. 언론지상에 연일 부각되는 IS의 폭력 행위도 잔혹하지만 시리아 내전이 초래한 상황은 분명 그 이상이다. IS는 바로 이러한 상황을 비집고 들어가 자신들의 세력을 확장했다.

IS 사태는 결국 그들을 제거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연합군의 압도적 전력으로 IS를 격퇴한다고 하더라도 시리아 내전(더 나아가 중동 문제)이 해결되지 못한다면 제2의, 제3의 IS가 나타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즉, 시리아 내전의 외교적 해결이 IS 격퇴에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외교적 해결은 강대국들이 각자의 이해관계를 내려놓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그 한복판에 미국과 중국이 있다. 글로벌 거버넌스에 대한 자신들의 '진정성'을 증명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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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서

한국외국어대에서 중국의 대한반도 군사개입에 관한 연구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덕여대 연구교수 및 상하이 사회과학원 방문학자를 역임하고, 현재 강원대 등 여러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국제관계 이론, 중국의 대외관계 및 한반도 문제이다. 연구 논문으로 <푸코가 중국적 세계를 바라볼 때: 중국적 세계질서의 통치성>, <북핵 위기시 중국의 대북 동맹 딜레마 연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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